엄마 없는 밤

소설 - 바다 별

by 온벼리

"바다 별"이 새로 쓰여 "엄마 없는 밤"이 되었습니다.

바다별은 지우려다 그냥 둡니다. 좀 더 다듬어진 글을 보고 싶으시면 브런치북 "엄마 없는 밤"을 읽으시길 추천드립니다. [브런치북] 엄마 없는 밤 (brunch.co.kr)


소설의 형태를 하고 있지만 자전적인 에세이 이기도 합니다. 처음 제 이야기를 꺼내는 것이 힘들고 아파서 소설로 쓰기 시작했는데 쓰다 보니 소설의 매력에 빠지게 되네요. 소설의 형태를 빌어 약간의 조미료가 들어갔을 뿐 실화이고 제 이야기입니다. 물론 지명과 인물의 이름은 사실과 다를 수 있습니다. 즐거운 시간 되시길 바랍니다.



엄마 없는 밤

은주는 국민학교 4학년인 열 한살이다. 순자는 딸 셋에 아들 둘을 낳았다. 첫째 아들은 태어난 지 일주일 만에 죽었고 공식적인 첫째는 은경이었다. 둘째 은주 밑으로 여동생과 남동생이 있다. 모두 두 살 터울이다. 어른들의 "느의 형제는 몇이냐?"라는 물음에 "딸 셋에 아들 하나요."라고 대답을 하면 "아들 날라구 딸 싯이나 낳구먼."이라는 말이 돌아왔다. 은주가 뱃속에 있을 때 발차기를 잘해서 아들인 줄 알았는데 딸아이라 실망이 컸고 고추를 달고 나왔으면 참 좋았을 거라는 말을 수없이 들었다.


은경은 대천에서 중학교를 다니고 있었다. 순자와 아빠 영식이 바다로 일을 나갈 때면 동생들을 챙기는 것은 은주의 몫이었다. 은주가 할 줄 아는 요리는 김치볶음밥이 전부다. 순자가 없을 때는 점심이든 저녁이든 김치볶음밥만 먹었다. 볶음밥을 하기 위해서는 솥밥을 짓는 것이 가장 큰 일이었다. 찬장에 찬 밥이 남아있으면 꺼내서 볶으면 따듯하게 먹을 수 있지만 찬밥이 없을 때는 솥에 밥을 직접 지어야 했다.


솥밥은 센 불에서 끓어오르면 중불에서 저어주다 약불에 뚜껑을 덮고 20분 정도를 기다려 불을 끄고 5분 정도 뜸을 들이라고 배웠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20분을 한자리에 앉아 기다리는 것은 마치 개미가 기어오르는 근질근질함을 참는 고통과 같았다. 몸이 베베 꼬이 것을 참을 수 없어 아주 잠시만 방에 다녀와야겠다고 생각하고 일어나지만 금방 가스 불위에 밥을 잊어버렸다. 밥 타는 냄새가 온 집안에 진동하면 헐레벌떡 뛰어가 불을 끄고 뚜껑을 열어보지만 부엌 천정은 이미 연기가 자욱했다. 뜸을 들이기까지 성공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솥밥은 누룽지가 살짝 있는 것이 제맛이지만 은주의 솥밥은 새까맣게 탄 두터운 누룽지에 밥까지 까맣게 물들어 밥알에서도 탄내가 났다.


이제 김치볶음밥을 할 차례다. 프라이팬에 콩기름을 두르고 밥과 계란을 넣고 간장도 한 스푼 둘러준다. 김치를 잘게 썰어 넣고 적당히 뒤적이다 보면 김치볶음밥이 만들어졌다. 둥근 상다리를 펴고 신발장 위에 올려놓았던 냄비 받침용 책을 깔고 프라이팬을 통째로 올려놓았다. 숟가락 세 개만 얹으면 밥 먹을 준비는 끝났다.

머리를 서로 들이밀면서 부지런히 먹어야지 한 숟가락이라도 더 먹을 수 있다. 밥을 먹는 시간은 항상 치열했다. 딴청을 피웠다가는 눌어붙은 밥을 긁어먹어야 하는 신세가 되고 만다. 밥풀이 이리저리 뒹굴지만 그마저도 아까워 깨끗이 주워 먹었다.


뱃일을 하는 일꾼이 자꾸 말썽을 부리고 몸값도 만만치 않아 순자와 영식은 둘이서만 뱃일을 다녔다. 아침 일찍 나가면 저녁이 되어서야 돌아오는데 오늘따라 날이 저물도록 돌아오지 않았다. 바다에서는 풍랑 사고 외에도 크고 작은 사고들이 일어난다. 사고가 나면 목숨과 직결되는 위험한 경우가 많은데 돌아오거나 찾으러 갈 때까지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집에서는 알 수 없었다. 늦도록 돌아오지 않는 배를 기다리며 은주는 걱정이 쌓여 갔다.


은주가 사는 고이도는 육지에서 여객선을 타고 한 시간 정도 걸릴 만큼의 거리에 있다. 배가 드나드는 선착장을 중심으로 백여 가구가 옹기종기 모여 산다. 은주네 집은 바닷가 석착장까지 걸어서 3분 거리다. 전기는 섬 내 발전소를 통해서 공급됐고 수도는 집에서 개인 펌프를 설치해 물을 퍼 올렸다. 예전에는 마을 산 밑에 있는 널따란 공동우물에서 물을 길어다 썼다. 아직도 우물은 존재했지만 아이들의 개구리 잡이 놀이터가 된 지 오래고 간간이 빨래를 하는 아주머니들만 오고 갔다.

전기는 아침 6시면 들어오고 밤 12시가 되면 끊긴다. 집집마다 거대한 손전등과 양초는 필수다. "전기 들어왔다." "전기 나갔다."라는 말이 입에 붙을 정도로 전기 공급은 불안정했다. 정전이 될 때면 양초를 여기저기 켜 놓고 전기가 들어오기를 기다려야 했다. 신발장 서랍에는 항상 양초와 성냥이 가득했다.


시계가 9시를 가리켰다. 잘 시간이 되었으니 안방에 이불을 가지런히 깔고 동생들을 눕혔다. 은주는 혼자 선착장에 나가보기로 했다. 어쩌면 우리 배가 선착장에 다 달았을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에 혼자 바닷가에 나가볼 용기가 생겼다. 골목 창문에서 불빛이 새어 나오는데도 발밑은 깜깜했다. 금방이라도 넘어질 것 같은 울퉁불퉁한 흙길을 손전등에 의지해 조심스레 발걸음을 옮긴다.


선착장과 방파제 사이에 띄엄띄엄 가로등이 있다. 어두운 바다는 어디가 물이고 어디가 하늘인지 구분이 되지 않았다. 운행 중인 배들은 거대한 전등을 주렁주렁 매달고 밝게 주변을 밝혔다. 은주는 선착장으로 들어오는 배를 향해 손전등을 비춰봤다. 가까이 다가가 보지만 은주네 배가 아니다. 좀 더 기다려볼 심상으로 평평하고 깨끗한 바닥을 골라 앉아서는 바다를 바라봤다. 깜깜하고 무서웠다. 멀리 육지의 불빛이 어렴풋이 보일 뿐 바다는 온통 어둠이다. 파도는 잔잔히 일렁거리고 주변은 온통 고요했다.

검푸른 하늘에는 반짝거리는 별들로 가득했다. 셀 수 없이 많은 별은 어디쯤이 무슨 별자리 인지 알 수가 없었다. 하늘을 향해 손전등을 비춰보지만 별까지 비추기에는 어림도 없었다. 은주는 별이 보이는 곳은 하늘이고 별이 보이지 않는 곳은 바다라고 구분하기로 했다.

밤에 밖에 나오면 귀신이라도 덤빌까 봐 헐레벌떡 뛰어서 다닐 만큼 겁이 많은 은주는 혼자 밤 바닷가에 나와 본 적이 있었던가 싶다. 은주는 밤도 무서웠고 바다도 무서웠다. 은주에게 밤은 귀신이 돌아다닐 수 있는 공포스러운 시간이었고 바다는 누구든지 삼킬 수 있는 무섭고 거대한 존재였다.


멍하니 바닷가를 바라보다 반짝이는 빛을 발견했다. 조심스럽게 내려가 보니 자갈과 바닷물이 맞닿는 곳에 반짝이는 무언가가 떠다녔다. 파도가 모래자갈에 부딪칠 때마다 푸른빛이 반짝거렸다. 손전등을 끄고 빛이 도망이라도 갈까 숨 죽이며 다가가 앉았다. 찰랑이는 푸른빛은 경이롭기 그지없었다. 난생처음 보는 광경이었다. 은주는 반딧불을 본 적이 없다. 설마 반딧불은 아닐 테고 어쩌면 선생님이 말한 플랑크톤이라는 바다생물 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번뜩 들었다.

크리스마스트리에 꾸며진 불빛보다 몇 만 배는 아름답고 오묘한 빛을 발했다. 밤바다에 푸른 별들이 떠다니는 것 같았다. 어두운 바다에서 푸른 바다 별은 마음껏 빛을 발하고 있었다. 넋을 잃고 구경하다 보니 은주는 엄마를 기다리던 조바심도 언제 덮칠지 모를 귀신도 잊어버리고 말았다.

한참을 넋을 놓고 바다 별만 바라보다 밤바람의 쌀쌀함이 몸을 부르르 떨게 만들었다. 정신을 차리고 선착장을 바라보니 배는 아직이다. 이대로 계속 기다릴 수는 없었다. 바다 별에게 다음에 또 보자고 인사를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엄마를 찾는 동생들을 다독여 재우고 텔레비전을 틀었다. 만화는 끝난 지 오래다. 이불을 뒤집어쓰고 눈만 내민 채 전설의 고향을 본다. 피 흘리며 머리를 산발한 채 덤비는 처녀귀신을 차마 보지 못하고 눈을 질끈 감았다. 무서워서 보지 않으려고 했건만 궁금한 마음에 또 보고는 괜히 봤다고 후회를 한다. 11시가 다 되어가고 있었다. 전화기를 째려봤다. 저놈은 아침부터 한 번도 울린 적이 없다.

"엄마는 어항으로 갔다면 왜 전화도 안 하는 거지? 아직도 바다에 있나?"

바다에서 사고가 난다는 것은 감당할 수 없는 엄청난 공포였다. 은주는 자신이 도울 수 있는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화기를 들고 한참을 머뭇거렸다. 어른에게 먼저 말을 걸거나 무언가를 부탁할 만큼 은주는 넉살이 좋은 편이 아니지만 가끔 이렇게 용기를 내야 할 때가 있었다.


종길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기 신호가 울리는 동안 심장이 귀에서 요동을 쳤다. 고이도 언덕에는 작은 교회가 있다. 교회에 딸린 작은 방에서 생활하는 종길은 서울에서 온 목사다. 그는 가족을 두고 벽지에 내려와 혼자 목회를 하는 50대의 신실한 사람이다. 은주는 국민학교 2학년 때부터 엄마를 따라 교회를 다니기 시작했다. 이제 시키지 않아도 주일학교 예배시간에 맞춰 교회에 나간다.

종길은 키가 훤칠하고 넓은 이마에 하얀 피부를 가졌다. 상냥하지만 근엄하고 절제된 말투를 구사하며 범접할 수 없는 기품을 가졌다.

은주는 자신이 아는 사람 중에 하나님과 가장 잘 통하는 사람은 종길 일거라 생각했다. 그의 기도가 필요했다. 지금은 아주 특별하고 어쩌면 위험할지도 모르는 순간이니 말이다.

"목사님... 저 은준 데요... "

"응 그래 은주야 늦은 시간에 무슨 일이니?"

"음... 엄마 아빠가... 뱃일 나가서 아직도 안 왔는데... 전화도 없고... 기도 좀 해 주시면 안 될까요?"

은주의 목소리는 가느다랗게 떨렸다. 은주의 마음을 읽은 종길은 조심스럽게 대답을 했다.

"음... 그래... 은주야... 부모님이 아직 돌아오지 않으셨구나... 동생들은 자고 있니?"

"네... 동생들은 잠들었어요."

"그래. 저녁은 먹었니?"

"네... 아까 먹었어요."

"그래... 내가 집으로 갈 테니까 기다리고 있어라."

"음... 그냥 거기서 기도만 해주시면 돼요."

"아니다. 내가 갈게. 기다리고 있어라."

"음... 음... 네......"

예상치 못한 종길의 대답에 은주는 당황을 했다.


10분쯤 지나 마당에서 은주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다. 종길이 집으로 왔다. 기도를 부탁한 것뿐인데 집까지 찾아오다니 과분하고 부담스러워 은주는 좌불안석이다.

"목사님은 불 끄고 옆에서 기도하고 있을 테니까 걱정하지 말고 편히 자라. 엄마 아빠는 아침에 돌아오실 거니까. 걱정하지 말고 얼른 자라."

"아...... 네..."

따뜻하고 차분한 종길의 말투에 은주의 마음은 조금씩 평온해져 갔다. 지친 눈꺼풀이 내려앉으며 어느새 잠이 들었을까? 팔을 스치는 온기에 은주는 깜짝 놀라 벌떡 일어났다. 아침이었다. 종길이 옆에서 은주를 바라보고 있었다.

"은주야 잘 잤니?"

"네?"

잠이 덜 깬 은주는 종길을 보고 갑자기 깨어나 아직도 멍하고 백지상태인 머리를 빨리 돌려 생각해 보려고 애를 썼다.

'목사님이 왜 여기 있지?...... 아! 내가 기도 해달라고 했구나. 그런데 왜 아직까지 여기에 있지? 밤새 저렇게 앉아서 기도를 했나?'

은주는 눈을 똥그랗게 뜨고 종길을 바라봤다. 종길은 굳은 다리를 주무르며 힘겹게 몸을 움직였다. 은주는 밤을 새워 본 적도 없고 기도를 길게 해 본 적도 없으니 밤샘 기도는 상상밖의 일이었다. 기도는 주기도문을 비롯해서 5분을 이어가기 힘들 만큼 하나님에게 혼자 떠드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종길은 여섯 시간 동안 무슨 기도를 한 것일까? 순자와 영식의 안전과 무사귀환을 기도했을 테고, 그들의 신앙을 위해 기도했을 테고, 은주네 가정을 위해 기도 했을 테고, 동생들과 기도를 부탁한 은주를 위해 특별히 기도 했을 것이다. 잠든 사이 엄청난 축복의 기도 세례가 은주에게 쏟아진 것 같아 가슴이 벅차올랐다. 종길은 미안함과 존경스러운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은주의 머리를 다정하게 쓰다듬었다.

"엄마 아빠 돌아오시면 전화 좀 해 줄래?"

은주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종길이 돌아가고 은주는 마루에 내려와 신발을 신고 마당 문을 열어 보았다. 가을 아침 서리가 장독대에 하얗게 내려앉았다. 쌀쌀함이 느껴져 문을 닫고 얼른 다시 방으로 뛰어 들어가 이불속으로 들어갔다. 멍하니 이불을 덮고 앉아 시간을 보내고 있자니 밖에서 반가운 발소리가 들려왔다. 마당에 깔린 자갈이 밟히는 소리와 질퍽거리는 장화 소리, 팔고 남은 고기가 담긴 노란 플라스틱 바구니를 마당 시멘트 바닥에 내려놓는 묵직한 소리가 들렸다. 엄마 아빠의 소리다. 고요하던 집은 순식간에 시끄러워졌고 동생들도 깨어났다. 밤사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무것도 모르고 동생들은 평소처럼 엄마에게 달려가 매달렸다.

은주는 따지고 싶은 마음에 입을 삐쭉 거리며 물었다.

"엄마... 왜 지금 왔어?"

"이...... 어항이서 자구 왔다."

"어?... 왜?... 왜 집에서 안 자고 어항에서 자고 와?"

"물러두 댜...... 그런 게 있어."

변명도 설명도 없는 엄마를 보며 은주는 기가 막혔다.

'아빠랑 싸운 게 분명해. 아빠는 또 술 많이 먹었나? 밤새 대판 싸운 건가?'

그래도 전화라도 해주지 그랬냐고 말하고 싶었지만 야속하게 말을 끊어 버리는 순자를 보며 서운함과 서러움이 북받쳐 눈에는 그렁그렁 눈물이 차올랐다. 은주는 이런 푸대접에 익숙했지만 언제나 아픔은 무뎌지지 않았다.


순자와 영식이 분주한 사이 종길의 당부대로 은주는 종길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침을 먹고 있는데 종길이 왔다. 아침부터 찾아온 손님에 순자와 영식은 놀란 눈치였다. 순자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종길을 마주했다.

"집사님 은주가 밤에 기도 해달라고 전화를 했어요. 제가 집에 와서 기도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직접 와서 기도를 했습니다. 은주가 어찌나 똘똘한지 엄마 아빠가 걱정된다고 기도를 해 달라고 전화를 해서 깜짝 놀랐습니다. 밤새 기도하고 아침에 돌아갔습니다. 별 탈없이 돌아오셔서 다행입니다."

종길의 말에 눈이 동그래진 순자는 뭐라도 들킨 듯 몸들 바를 몰라하며 말을 아꼈다.

"아... 예... 아... 예....... 감사합니다... "

"집사님... 무슨 일 있었나요?"

"아... 예...... 별일 없었어요......"

종길은 대답을 듣기 힘들 거라는 것을 짐작하고 말을 돌려 은주를 칭찬하는 것으로 말을 마무리했다.

"은주가 걱정을 많이 했나 봅니다. 제가 아침에 조용히 은주를 깨웠는데 벌떡 일어나더라구요. 밤새 걱정돼서 잠도 편하게 못 잔 거 같습니다."

"아... 예...."

순자는 은주를 쳐다보았다. 대견한데 미안하고 민망해하는 그 눈빛을 보고 은주는 밤새 좋지 않은 일이 있었다는 것을 확신했다. 무사히 돌아온 것은 다행이었지만 밤새 걱정 속에서 기도 요청까지 했던 어린 자식의 불안했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지 미안함도 고마움도 표현하지 않는 순자의 태도에 은주는 또 한 번 상처를 받았다.


은주는 스스로 할 수 있는 것들이 늘어나면서 순자를 돕고 동생들을 돌보고 집 안팎을 청소하는 일도 군소리 없이 했다. 하지만 순자의 품은 두 동생들 차지였고 은주는 징징거리는 두 아이만으로도 버거워하는 순자를 멀찍이 떨어져 지켜만 봤다. 자신의 차례가 돌아오기를 기다리며 칭찬 한마디라도 해주길 바랬지만 은주의 차례는 오지 않았다. 은주는 엄마품에 안겨 본 지가 언제인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