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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남세아 Feb 25. 2024

끊임없는 실패를 맛보다



일주일에 한 번씩 실수와 실패를 찾아서 글로 담으려니까 딱히 떠오르지 않았. 실수나 실패에 대한 기준도 한번 더 고민했다. 이야깃거리를 만들기 위해서 실수라고 단정하는 건지, 남들은 실수라고 생각하는데 혼자만 아니라며 합리화하는 건지 따졌다. 결론이 안 날 것 같아서 실수나 실패에 가까운 상황이라면 무조건 인정하고 고치거나 써먹을 만한 교훈을 도출하기로 했다.



 주 동안 저지른 실수를 찾으려고 앉아서 커피를 마시며 차분하게 생각했다. 일기를 쓰듯 나를 스쳐간 세상을 돌아봤다. 큰 사건과 사고는 없었지만 여전히 우왕좌왕, 좌충우돌, 허둥지둥, 허겁지겁하정신없이 보 한 주였다. 출퇴근 시간은 매일 달랐고 출장을 세 번 다녀왔으며 바쁘다는 핑계로 운동을 한 번만 했다. 운동은 주 3회를 유지해야 컨디션 조절이나 루틴에 무리가 없는데, 나약한 의지 때문에 지키지 못했다.



그러면서도 동료와 번개로 만나서 술자리를 가졌다. 동료들과 좋은 시간을 보냈는데, 취기가 조금 오른 상태에서 글쓰기 취미까지 발설했다. 덕분에 글 쓸 때 신경 써야 할 부분이 한 가지 더 생겼다. 하루는 단상이 떠올라서 글을 쓰다 보니 평소 출근 시간을 훌쩍 넘겼다. 다듬지 않은 글 한편이 남았고 바쁘다는 핑계로 퇴고조차 못했으며 결국 서랍 속에 들어가면서 글쓰기 루틴도 삐걱거렸다.



매일 하루 세 끼는 푸짐하게 잘 챙겨 먹었다. 한 끼 정도 굶으면서 간헐적 단식을 통해 신진대사나 생체리듬에 도움 주려고 했으나 그냥 고픈게 싫었다. 오후에 노곤해서 회의 때 졸기도 다. 수면 시간이 부족하면 일과가 힘들 줄 알면서 다음날 일찍 잠을 청하지도 않았다. 수면 총량 법칙에 따라서 평일 부족했던 수면 시간은 주말로 이어졌고 토요일 새벽 글쓰기도 물거품이 되었다. 더구나 주말에는 첫째 생일이라서 해야 할 일이 많았기 때문에 수면량을 잘 조절해야 했으나 완벽하게 실패했다.



평생 루틴 없이 살았기 때문에 실패라고 단정하기 싫다. 어쩌면 삶 자체를 부정하는 느낌도 들기 때문이다. 루틴이라는 게 얼마나 세밀하게 시간과 횟수를 맞춰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 다만, 한 주에 두세 번 글 쓰고 서너 번 운동하며 매일 적당하게 먹고 즐겁게 살겠다는 소소한 목표를 달성하진 못했다.



한 주 동안 가장 후회스러운 시간도 돌아봤다. 딱히 생각나지 않았는데, 불현듯 불쾌했던 순간이 떠올랐다. 누군가에게 직접 불편한 소리를 듣지 않았지만 스스로 짐작하며 부정적인 생각에 사로잡혔던 순간이다. 평소 눈치가 빠르다는 착각에서 기인한 멍청한 짓이다. 어색한 공기 흐름을 느끼고 몇 가지 징후를 조합한 뒤 부정적인 생각을 만들었다. 마음이 불편했고 잡생각으로 확장되며 우울한 감정에 휩싸였다. 그런 다음에는 지우고 버리고 대수롭지 않다는 마임을 연속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렇다고 해서 실패라고 단정하고 싶진 않다. 며칠 지난 지금은 언제였는지, 불편했던 내용이 무엇인지 조차 기억나지 않기 때문이다.



다시 정리해 보면 지난 한 주 동안 많이 먹잤다. 글쓰기와 운동 목표도 달성하지 못했다. 더구나 감정 조절까지 실패했다. 하나씩 따져보면 성공보다는 실패가 많은 한 주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불쾌하거나 우울하진 않다. 시간이 지나기도 했지만, 한 주를 천천히 돌아보며 놓칠 뻔했던 실수나 실패를 찾아글에 담았고 새롭게 시작하는 한 주에 해야 할 일도 발견했기 때문이다. 바로 한 주 동안 실패했던 적당히 먹기, 잘 자기, 글쓰기, 운동하기 그리고 시도 때도 없이 웃기이다. 다섯 가지 중에 어려운 게 하나 없다. 큰돈 드는 일도 아니다. 더구나 방금  한 편까지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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