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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남세아 Feb 18. 2024

내 작고 소중한 실패와 실수들



제목 선정부터 다. 이른 아침부터 불현듯 제목이 떠올랐고 소재 확장성에 매력을 느껴서 글을 다. 실패라고 단정 지은 이유는 희소성을 확인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스스로 처음 생각했다고 각하는 것처럼 어리석은 생각은 없다고 보는데, 만약 글쓰기 전에 실패와 실수에 관한 글이라고 한 번만 검색했다이 글을 쓰지 않았을 것이다. 결국 발행하는 시점까지  쓴 게 아까워서 검색조차 못했다.



숙면에도 실패했다. 나흘 연휴가 끝나고 출근하는 날 평소보다 두 시간쯤 일찍 깨어서 확실하지도 않은 글을 끄적였다. 쓰다 보니 시간을 훌쩍 넘겼고 피로가 몰려왔다. 덕분에 눈은 퀭하고 얼굴은 푸석한 상태로 하루를 보냈다. 미심쩍을 때 과감하게 포기했다면, 평범한 하루를 선물 받았을지도 모른다. 더구나 초고가 서랍 속으로 들어가는 게 싫어서 시간을 쪼개어 다듬다 보니 생각보다 많은 시간허비했다. 다시 잠을 청하지 않은 건 명백한 실수였다. 실수로 지은 제목 덕분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사했고 흔한 글 한편만 남았다.



이렇게  일상은 매번 실수실패로 이어진다. 하지만, 객관적으로 바라보지 않고 합리화하다 보니 비슷한 상황이 반복된다. 모두 괜찮다는 달관 코스프레와 해탈 춤만 추는 게 행복한 삶이라고 누군가 말했지만, 딱히 삶에 큰 도움을 주는지 잘 모르겠다. 선택과 결정에 둘러싸인 삶 속에서 이상적인 삶만 추구하지 말고 현실을 직시하고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게 더 중요할 듯하다.



평소 좋은 글감을 발견하면 흥분한다. 특히, 확장성이 큰 소재를 만나면 책 한 권을 뚝딱 만들어 낼 것 같은 착각도 한다. 하지만, 막상 글을 쓰다 보면 내 글 기시감과 평범성에 위축되면서 글쓰기 력을 잃는다. 최근 '마흔에 글을 쓴다는 것'을 쓴 권수호 작가는 막쓰즘으로 해소할 수 있다고 주창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인기 작가 이야기이고, 독자층이 얇은 취미 생활 잡글러에게는 무반응과 반응 그리고 동반응과 AI반응으로부터 동력을 쉽게 잃어버린다. 그러다가 루틴이 한 번 무너지면 바로 포기하고 글테기나 글럼프에 빠진다.



다른 문제점도 있다. 반응이나 동력보다는 개인 성향이 큰데, 늦은 합리화 성향 때문이다. 새롭게 무언가를 시작하면 3일이나 세 번 정도에 포기하는 게 아닌 30일이나 열 번 정도를 지속한다. 그러다가 한 달 정도를 유지하면 스스로 창피하지 않을 만큼 했다고 합리화한다. 결국 현실에 만족하고 감사하다란 걸림돌에 걸려서 또 한 번 넘어진다.



이글도 차분하게 앉아서 어떻게 쓸지 기획하지 않고 떠오르는 단상을 휘갈기며 즉흥적으로 쓰다 보니 갈팡질팡이다. 처음에는 글쓰기 제목 선정으로 시작하여 루틴으로 이어지다가 갑자기 합리화에 대한 이상한 결론에 다다랐다. 분명 실패한 글이다. 그래도 위안 삼는 건 글 한편을 썼다는 점이다. 다시 잠들면 글감을 잊어버릴지 모른다는 불안과 쓰다 보면 좋은 글로 바뀔지 모른다는 기대 때문에 시작한 작은 실수였다. 스마트 폰을 꾸역꾸역 눌러가며 분당 50자 수준으로 생산한 글이 아까웠고 퇴고를 더하니까 노력한 시간이 더욱 아까워져서 연재까지 결심했다. 도무지 인과관계를 찾을 순 없지만, 작은 실수를 통해서 무뎌진 심신을 자극한 건 틀림없다.



어찌 되었건 간에 새롭게 글쓰기 목표를 정했고 쓸 수밖에 없는 연결고리를 만들었다. 최근 근무지를 옮기고 바쁘다는 핑계로 글을 멀리했는데, 더 이상 푸념은 집어치우고 일상에서 실수와 실패를 찾아 글로 담아야겠다. 열심히 쓰다 보면 연재도 무사히 끝내고 그때쯤 작은 실수와 실패는 소중한 경험으로 바뀔지도 모른다.



* 표지 : 노을이 예뻐서 촬영했는데, 방충망이 거슬리는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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