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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남세아 Sep 11. 2024

딸꾹질이 찾아왔다


딸꾹질이 멈추질 않는다. 사흘째인데, 한 번 시작하면 십여 분 동안 이어진다. 러다 사그라들이삼십 분 잠잠하다가 다시 또 라온다. 시 찾아올 때는 몸이 들썩일 정도로 제법 다. 죽을병에 걸린 것도 아니고 고작 딸꾹질인데, 계속 이어지니까 여간 가신 게 아니다.


며칠 전 귀가 아파서 스테로이드 처방을 받았는데, 약을  난 다음부터 딸꾹질이 나온다. 혹시나 해서 꾹질을 인터넷에 검색하니까 스테로이드 부작용이 연관 검색어로 나왔다. 적당히 정직한 몸을 가졌나 보다. 피부질환으로 스테로이드를 발랐을 때는 이상 없었는데, 최근 낮밤이 바뀌면서 생활리듬이 변하고 일과 아내 걱정에 정신적 스트레스가 쌓이면서 면역력이 약해진 듯하다.


딸꾹질은 통제할 수 없는 영역이기 때문에 멈추는 게 쉽지 않다. 딸꾹질을 멈추는 다양한 방법을 시도했지만 차도가 없어서 자연스럽게 사라지기만을 기다렸다. 그러다 문득 며칠 전 막내딸이 스스로 딸꾹질을 조절한다는 말에 나도 할 수 있다고 큰소던 게 생각났다.


사실이다. 예전에는 딸꾹질을 멈출 수 있었다. 숨을 참으 금세 사그라데, 이번 딸꾹질은 빈도도 잦고 강도도 세다 보니 도통 멈추질 않는다. 몸이 들썩이면서 '끄억'소리까지 크게 난다. 보통 5초에서 10초 단위로 어진다. 10초에 한 번 나올 때는 시간이 흐르면서 숨 쉬듯 자연스럽게 잊기도 한다. 하지만 5초에 한 번씩 나올 때는 다른 일을 할 수 없을 지경이다. 그래도 딸꾹거리며 글을 쓰는 것을 보면 아직까지는 버틸만한가 보다.


마흔을 넘기면서 글쓰기 시작했고 생각도 많아졌다. 그러면서 함께 찾아온 게 건강염려증이다. 한때 글을 나누던 분께서 '마흔 앓이'라며 알려주기도 했다. 어찌 되었건 간에 건강염려증 덕분에 각종 검진도하고 몸에서 보내는 다양한 신호에 귀를 기울인다. 전에는 소음과 잡음으로 치부했던 것에 관심을 가진다. 세상을 꼼꼼하게 살피고 나를 들여다본다. 그러다 보니 다른 사람 말과 글도 조금 더 신경 쓴다.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해서 버거울 때도 지만 조금씩 알아가는 재미도 쏠쏠하다.


인스타그램 '제 세상을 정의합니다'라고 허세 가득한 프로필을 쓴 적이 있다. 정의까지는 아니지만 세상을 살아가는 을 조금씩 이해하면서 살아내다 보니 딸꾹질이 생기고 사라지는 것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는.


딸꾹질이 얼마나 오래갈지 모르겠지만 앞으로 딸꾹질이 계속되면 그때마다 글을 쓸 생각이다. 딸꾹질 원인은 스테로이드 부작용이고 스테로이드는 외이도염 치료 목적으로 먹었다. 외이도염은 건강 염려증 때문에 귀를 청결하게 관리하겠다며 면봉을 자주 사용했 이를 잘못 서 귀에 상처가 났다. 이후 간지러움을 참지 못하다 보니 계속 귀를 만지는 습관이 들었다.


결국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적당한 딸꾹질 리듬감 덕분에 템포를 맞추며 글을 다. 딸꾹질에 맞춰서 이것저것 쓰다 보니 짧은 초고를 한편 썼다. 문제는 글 한편을 다 쓰는 동안 딸꾹질이 여전하다는 것이다. 불안한 마음에 정수기로 달려가서 얼음물 한잔을 따르고 허리를 앞으로 90도 구부리며 숨을 참고 천천히 물을 들이켰다. 막내딸이 알려 준 딸꾹질 멈추기 기술이다. 코를 막고 물을 마시는 중에 딸꾹질이 한 번 나오더니 잠잠해졌다. 진정 막내는 딸꾹질을 조절할 수 있었다.


갑자기 찾아온 딸꾹질 덕분에 이런저런 생각을 글로 치환했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살면서 이렇게 심각한 딸꾹질은 처음이다. 예전에 병원을 갈 정도로 심각했거나 다른 에피소드가 있었다면 흔적이라도 남았을 텐데, 딸꾹질 기억은 전혀 없다. 이번만큼은 구구절절 기록했으 딸꾹질과 스테로이드 그리고 리듬감과 막내딸 처방 정도는 추억상자 한쪽 구석에 남을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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