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살기는 쉽지 않아...
"엄마, 비닐랩은 일반쓰레기야?"
"과일 껍질은 어떻게 버려?"
"계란 껍데기는 음식물 쓰레기인가?"
끊임없이 날아오는 메시지 폭탄, 무뚝뚝한 딸내미의 질문이 터진 날이었다. 분리수거를 해야 하는 데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어떤 것을 분리해서 버려야 할지 너무 어렵다고 하소연을 했다. 생수 페트병과 음료수 페트병, 배달음식을 시켜 먹고 나오는 일회용 그릇과 수저, 음식을 덮은 비닐랩, 귤껍질, 양파껍질 등 도대체 어디에 버려야 하냐며 종류가 많아도 너무 많아서 다 나열할 수도 없다.
"지역마다 다를 수 있으니까 관리실에 물어봐서 버리던지, 검색해서 사는 곳 분리수거 방법을 찾아봐"
"여기는 또 어떻게 다른 거야. 도대체 너무 어려워서 버리는 것도 힘들다."
택배나 배달을 많이 시키는 요즘은 버릴 게 더 많아졌다. 사실 분리수거는 가끔 나도 헷갈릴 때가 있다. 마늘껍질은 일반쓰레기인지, 음식이 묻은 비닐봉지는 어떻게 버려야 할지 왔다 갔다 할 때도 있다.
지난번 사무실에서도 분리수거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김치를 담으려고 다듬고 난 배추는 일반쓰레기인가, 음식물쓰레기인가에 대해서 물어봤다. 주말에 김치를 담는다며 다듬고 남은 배춧잎을 일반쓰레기로 버려야 한다며 처음 알았다고 했다. 다른 한 명도 이제 알았다며 맞장구를 쳤다. 수박의 초록색 껍질과 귤껍질, 계란 껍데기 등을 버릴 때도 헷갈린다고 서로 의견이 분분했다.
아파트 쓰레기 버리는 곳에 상세하게 구분해서 버릴 수 있도록 분리수거함을 만들어 놓았음에도 버릴 때는 주춤하며 '이건 어디에 넣어야 하지?' 고민할 때가 있다. 주부생활 몇 년 차 몇십 년 차에게도 쉽지 않은 분리수거인데 자취 초년생에게는 더욱 그러겠다 싶었다. 하나하나 물어보는 질문에 대답하다 보니 시간이 꽤나 흘렀다. 딸아이는 한숨을 크게 내쉬며 말했다.
"사는 데 버릴 것이 이렇게 종류가 많았는지 몰랐어. 안 먹고 안 버리고 살고 싶다."
"그렇게 살 수 있으면 좋으련만 사는 게 안 먹을 수도, 안 버릴 수도 없으니 어쩌겠어. 자세히 알아보고 잘 버리는 사람이 되길. 힘내"
#독립 #자취생 #분리수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