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는 즐거워
토요일은 으레 늦잠을 자는 날이 되었다. 여느 때처럼 일상의 토요일 아침을 맞이하며 전기포트에 물을 올려 전원을 켰다. 차 주전자에 녹차 티백을 넣고 우려내어 따뜻한 차 한잔으로 밤새 불어대던 찬바람까지 수그러드는 것 같았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찻잔을 기울여 차 한 모금을 마시면서도 생각은 멈추지 않았다. 멍한 듯 초점 흐릿한 시선으로 딱히 무엇을 바라보는 것도 아닌데 한 곳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한참을 멍하니 앉아서 차를 마시며 아점은 무얼 해 먹을까 생각하며 어제 봐둔 장거리를 머릿속으로 떠올렸다. 매주 금요일이 되면 퇴근길에 마트에 들러 주말에 먹을 반찬거리와 일주일간 챙겨 가야 할 도시락 반찬을 위한 장을 봤다. 사무실이 2년 전 이사하고부터는 구내식당이 없다. 매일 점심을 사 먹기가 불편해서 도시락을 싸가지고 다니다 보니 일주일분의 점심 도시락을 준비해야 했다.
벌써 주말부부 2년 차가 되었다. 이제 두 번째 겨울을 맞이하고 있다. 매주 금요일 오후 늦게 도착하는 남편과 함께하는 식사시간, 토요일 점심과 저녁은 그럴싸하게 먹으려고 준비했다. 일요일에 떠나는 남편은 긴 시간 동안 이동해야 하기에 속이 편안한 식사를 하는 편이었다. 오늘도 늦은 아침 겸 점심을 챙겨 먹고 나갈 채비를 했다. 보온가방에 뜨거운 커피를 챙기고 과일과 어제 기차를 갈아타며 사온 호두과자까지 담았다. 이 정도면 오고 가는 차 안에서 출출할 때 먹을 간식거리로 충분했다.
자주 가던 낚시터에 지인들이 나왔다며 얼굴 보러 오라고 했던 모양이었다. 지난번에 직원들과 밖에 나갔다가 '단감이 맛있게 생겼다'라며 집으로 보내온 택배 상자 중 한 상자를 챙겨 들었다. 국민학교, 요즘으로는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부터 사촌형들을 따라다니며 배웠다는 낚시가 남편의 가장 애정하는 취미생활이었다. 요즘은 타지에 나가있다 보니 왔다 갔다 다녀가는 것만도 시간이 많이 걸려 낚시는 접은 지 2년이 지났다.
어제 첫눈이 내리고 바람이 거세게 불었던 어젯밤은 거짓이었던 것처럼 하늘이 더 맑고 푸르고 쾌청했다. 지나가는 길가의 그늘진 산 둔덕에 조금씩 남아있는 쌓인 눈이 없었다면 첫눈이 왔다는 사실을 잊었을 정도였다. 한참을 달려 낚시터에 도착해 지인들과 알듯 모를듯한 대화를 나누었고, 나는 지인이 종이컵에 타준 노란 믹스커피 한 잔을 홀짝이며 이쪽저쪽 이야기하는 사람을 쳐다보느라 시선이 바쁘게 돌아다녔다. 오랜만에 만나는 사람들과 좋아하는 낚시 이야기를 해서인가 남편의 말소리는 약간 흥분한 듯 들렸다.
"낚시 안 한지 꽤 오래됐지 아마?"
"한 1년 됐을 걸요?"
"그것도 더 됐어요. 1년 반이 넘어가네요. 벌써."
낚시꾼 3명이서 나누는 대화를 들으며 그저 옆에서 미소만 지을 뿐 딱히 할 말이 없었다. 그래도 남편은 낚시를 하지 않고 지인들을 만날 때면 꼭 나와 동행하기를 좋아하니 같이 다닐 수밖에. 곧 낚시터로 달려갈 날도 머지않은 것 같기도 하고.
"내년 여름에는 바쁜 일이 끝나니까 시간이 날 것 같아요. 내년 여름에 한 번 낚시하러 올 테니까 그때 같이 낚시합시다."
목소리가 노랫소리처럼 흥이 난 듯 들리는 것은 나의 착각일 수도 있겠지만 유난히 신이 난 뒷모습이었다. 예전에는 겨울이 지나 날이 풀리고 낚시터에 가기 시작하면 일주일이 멀다 하고 매주 한두 차례 가거나 주말에는 심지어 밤새 낚시터에서 살다시피 하고 새벽에서야 돌아왔다. 그때는 그러는 남편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몇 년 전부터는 그 반대가 되었다. 주말이 되면 오히려 낚시하러 가라고 등 떠밀어 보내고 있다. 유일한 스트레스 해소 방법이 기고 사람들을 만나는 소통의 역할을 해주고 있었기에 좋은 취미생활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자신이 좋아하는 취미생활이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알게 되었다. 같은 취미생활이면 더 좋았겠지만 취미가 있다는 것이 얼마나 좋은 일인가.
#취미 #낚시 #주말나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