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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별하 Nov 19. 2023

김장철이 돌아왔습니다.

김장은 포기할 수 없어.

햇김치를 담을 때까지 한 해 동안 먹을 김치를 담글 김장철이 돌아왔다. 어느새 바람이 제법 차가워지고 날씨는 겨울 코앞에 다가왔다. 우리 집은 해마다 8월에 김장을 얼마나 할지 결정해야 했다. 시어머니는 올해도 어김없이 8월에 김장을 몇 포기나 할지 물어보았다. 점점 줄어드는 김장 배추의 양이 올해도 많이 줄었다. 집안 텃밭에 배추와 무, 대파를 심고 김장준비를 했다. 시아버지가 살아계실 때는 김장의 양이 300 포기 가량 했었는데 점점 줄어서 올해는 25 포기만 심었다며 조금만 담겠다고 말씀하셨다.


두 달 전쯤 전화로 김장배추가 잘 자라고 있다며 뿌듯해하셨다. 올해는 김치를 조금만 담을 거라며 오지 않아도 될 것 같다는 말씀도 하셨다. 주변 지인들과 품앗이를 하니 걱정하지 말라는 말도 잊지 않고 전해주었다. 300 포기의 김장을 할 때는 새벽부터 해가 지는 늦은 저녁까지 쉴 새 없이 김치를 버무렸던 기억이 났다. 그때에 비하면 25 포기는 아마 오전 몇 시간도 안 돼서 끝날 것이다. 


마트에 가면 요즘 절임배추를 팔고 있었다. 점점 기력이 떨어진다는 시어머니는 김장을 놓지 못하고 있지만 언젠가는 더 이상 김장을 하지 못할 수도 있겠다라며 벌써부터 김치 걱정을 하셨다. 김장을 하지 않는 것은 숙제를 하지 못하는 것과 같은 마음인 듯했다. 지난 금요일 첫눈이 내리고 나니 배추 걱정이 컸다. 김장을 빨리 해야 마음이 홀가분하다는 시어머니는 이번 주 내내 걱정을 안고 있을 것이다. 금요일 김장이 끝날 때까지 편치 않은 채로 지낼 게 분명했다.


금요일 김장하는 날에는 날씨가 따뜻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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