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람들은 왜 아파트를 좋아할까?
■ 경쟁사회, 가시화된 서열화, 소속감을 통한 안도감
우연히 아이들의 초등학교 종합검진 지정 병원이 아내가
살았던 아파트 단지로 정해져 같이 가게되었다.
“8동 까지는 평수가 넓어서 엄청 부러웠어. 걔 아빠는
직업이 뭐였고, 엄마는 뭐했고, 차는 뭐였고, 몇 동 몇호
사는지 다 알았어.”
강남 아파트 단지에 살았던 아내는, 빽빽하게 들어선
단지 내에 전학온 친구가 몇 단지 몇동에 사는지 알면,
아이에 대한 정보 파악은 일단 어느정도 되었다고 했다.
아이들에겐 몇동 몇호에 사는 친구의 성적이,
어른들에겐 그 집안의 연봉과 아파트 평수와 어떤 차를
모는지를 통해서 자연스레 서열화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어른들의 기준이 아이들에게 전해져,
‘몇 동에 사느냐’도 아이들의 관심대상이 되는 것은 그저
웃어 넘길 일은 아니었던 것 같았다.
결국 어른들의 잣대로 학교에서 누구랑 친하게 지내느냐는
부모님의 질문이 자연스레 몇 동에 사는지로 이어지면서
집 평수로 배경을 가늠하게 되고, 어른의 기준으로 아이들도
친구 부모님 직업, 차종도 조사(?)하고, 호구조사 결과가
다른 아이들에게도 노출 된다. 당시 아내는 의식하지
못했지만, 자연스럽게 아파트 단지라는 공간이 아이들의
평가기준을 규정하고 있었던 셈이다.
강북 다세대, 다가구 주택이 옹기종기 붙어 있는 동네에서
자랐던 나의 어린시절은. 동네 집들 평수는 비슷했고,
애초에 친구들에게 집이 몇 평인지 물어보는 문화도 없었다.
누가 어느 집 사는지, 몇 평인지, 아빠가 경찰이나, 같은
학교선생님(왠지 그 둘은 중요한 문제였다.)이 아니면 무슨
일을 하는지는 그다지 궁금해하지 않았다.
중요한 건 그 애가 어떤 친구냐는 것이었다.
특히 중요한 건 축구나 피구할 때 역할 분담을 잘하는 아이
였는가였다.
“피구할땐 쟤가 잘던지고 쟤는 잘잡아.”, "걔는 골키퍼!"
지금 생각해 보면 당시에는 ‘협업역량과 놀이기술’이 곧
인기의 기준이었다. 게다가 능력이 모자란 친구나 나이가
어린 동생은 '깍두기'로 어떻게든 동참시키는 사회적
배려(?)도 자연스러웠다.
그 시절 우리가 ‘서로를 구분짓는 기준’은 놀라울 정도로
능동적이고 관계 중심적이었다. 친구의 부모가 무엇을
가졌냐보다, 스스로가 어떤 아이인가,
그리고 같이 있을 때 얼마나 재밌느냐가 더 중요했다.
그렇다고 강북 어린시절이 마냥 순진하고,
강남지역은 물질만능주의에 찌든 세속적인 세상이었다는
극단적인 양분화는 아니다. 단지, 집의 평수, 주변 학권,
좋은 직업을 가진 부모 등 친구를 만나서 그 친구를 알기도
전에 전에 배경부터 알 수 있는, 우리나라의 아파트 선호
문화를 표현하고자 추억과 함께 과장했을 뿐이다.
그런데 이 이야기가 단순한 옛날 이야기에 머물지 않고
사회적 문제라고 생각 되는 건, 최근 뉴스에 등장한
‘초등학생의 임대아파트 차별’ 이슈때문이다.
“지금 사는 저쪽 동수 아파트는 임대야”
“걔는 지하주차장도 없는 데 산대.”
“쟤네는 차가 3대라 주차장 5구역에 돈내고 써.”
어릴 적 아내가 체감했던 조용히 쉬쉬하며 이야기 하던
어른들의 ‘무언의 계급의식’과 '부를 기초로한 서열화'가
이제는 아이들 입에서 명확한 언어로 드러나는 사회가
되었다. 그리고 강북 출신 아빠이고 철학을 전공한 나는,
그 언어의 잔혹함에 전율했다.
우리는 이 문제를 마주한 부모로서 질문해야 한다.
'앞으로 아이들은 어떤 눈으로 친구를 보게 될까?'
학교에서 가르쳐 주는데는 한계가 있는 '삶을 바라보는
방식'을 부모가 가르쳐 줄 수 있을까?
아내와 나는 이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당연히 아내도
어른들의 서열화가 아이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을 우려
했지만 피할 수 없는 현실이었고, 인간됨과 인격을 중시
해야하는 사람사는 세상을 지향했으며나, 그것을
거스르는 한계를 인정했다.
그럼에도 한편으로는 보여주기식의 허세와 자존감의
결여가 가져오는 허무함에 대한 나의 다소 이상적이라고
할 수 있는 의견에도 공감 했다.
그럼에도... 오늘 뉴스의 헤드라인은 언제나처럼 집값이고
나도 그 기사에 눈길이 간다.
■ AI시대의 육아 한 줄 성찰
AI는 주소로 집값을 계산할 수 있지만, 그 집에 사는 사람의
가치를 계산하지는 못한다. 미래 사회는 기술이 아닌 공존이
핵심이다.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란 친구들과 함께 살아가는
감수성, 그게 아이에게 필요한 진짜 경쟁력이다.
교실은 성적만 따지는 곳이 아니라, 사회가 서로를 이해
하도록 연습하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
집의 평수가 아니라 사람을 대하는 태도와 협력으로 친구와
가까워질 수 있는감각—
AI 시대, 우리 아이에게 필요한 교육이다.
■ TMI) 다세대와 다가구의 차이를 아시나요?
다세대는 한 동에 집주인이 여러명이라 세금도 각자내고,
재개발도 각 세대주의 동의가 있어야 합니다,
다가구는 한 주인이 전세, 월세를 주는 건물주의 주택
입니다. 저만 잘 몰랐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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