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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MP3 vs 강북 CD플레이어

알고리즘 보단 개인 취향이 반영된 선곡

by 애셋요한

아이들의 책장을 정리하다가, 아직 열어보지 않은 책에

동요음악 CD가 동봉되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아직도 CD를 주네?"

신기한 마음에 재생을 해보려고 했지만, 마땅한 기기가

없고, 노트북으로도 CD를 더이상 재생할 수 없다.

꼭 음악을 듣고 싶다는 아이들의 성화에 결국, 인터넷으로

같은 제목을 노래들을 찾아 재생하여 들려줬다.


“아빠는 어릴 때 어떻게 음악 들었어?”
아이의 질문에 나는 잠깐 고민하다 대답했다.
“예전에는 카세트 테이프, 다음에는 CD, MP3.”
아이 눈이 동그래졌다.
“CD는 봐서 알아도… MP3는 뭐야?”

아... 아이들은 MP3 플레이어도 보지 못한 세대였다.


수많은 추억이 답겨있던 카세트 테이프를 아이들은 보지도 못했다


CD와 MP3가 등장했던 시기에 나는 고등학생이었다.

중학교 때까지도 저작권 따위는 잘 몰랐던 시대였고,

아이들은 좋아하는 음악을 카세트 테이프에 따로 녹음하고

좋아하는 이성에게 선물로 주기도 했다.


고등학교에 올라오니 대부분의 친구들은 CD플레이어를

사용했고, 그나마 중간에 음악이 튄다며 CD플레이어 보단

카세트 테이프라며 자존심을 세우는 친구도 몇몇 있었다.

하지만 그 모든 논란을 종식된건 달리면서도 들을 수 있는

'안티쇼크 CDP'가 등장하며 고등학교 음악계(?) 일대

혁명이 불러왔던 것이고, 그마저도 오래가지 않았다.

공 CD와 안티쇼크 CDP


강남출신의 친구가 MP3플레이어를 들고 나타난 것이다.

생일 선물로 받은 것이라며 보여준 최신형 아이리버 MP3는

친구들끼리 MP3 파일을 USB로 나누고, 00바다에서

다운받은 노래를 목록에 수백곡을 넣고, 이어폰을 귀에

꽂으면 세상이 자기만의 음악세계로 변했다.
‘개인화된 음악 소비’의 시대가 이미 시작된 거다.

나와 음악취향이 비슷했던 (우연히도) 강북출신 친구들
음질 차이를 지적하며, CD에 좋아하는 노래를 10곡씩

굽고 CD를 돌려 바꿔가며 들었다. 그리고 명반은 구성과

흐름을 이해해야 한다며 음반 구입을 고집했지만, 결국

안티쇼크CDP는 사보지도 못하고 MP3 플레이어의 유혹을

이겨내지 못했다. 좋은 노래는 모두 좋아했고, 기나긴

자율학습시간을이겨내기 위해서는 더 많은 노래가 필요

했다.


당시에는 CD장만 바라보아도 뿌듯하고 든든했다


지금 아이들은 유튜브와 멜론, 스포티파이로 음악을 듣는다.

앨범이라는 개념은 희미해지고, 알고리즘이 던져주는

'~할때 듣는 음악 100'을 무심히 흘려듣는다.
편리하지만, 어쩐지 노래와 사람의 연결고리가 약해진

듯하다. 내가 CD를 친구에게 빌려주고, 아내가 MP3

파일을 공유하며 느꼈던 ‘나눔과 공감의 감정’은, 추천

알고리즘의 편리함 속에서 자꾸 사라지고 있다.

물론, 저작권 보호와 다양한 음악으로의 창구가 개설

것은 당연히 환영할만한 사항이지만, 한편으로는 조회수와

반복재생으로 조작이 가능해서 나와 대중의 취향인지

조작된 현상인지 구분이 안가는 안타까움도 있다.

이제는 기술발전으로 음악접근성이 좋아졌다

며칠 전, 둘째가 "헤이, 000, 케데헌 골든 들려줘" 하고

음악을 틀고 가사를 흥얼거리는 것을 들었다.

“아빠, 내가 좋아하는 노래야. 나중에 차에서 같이 부르자.”

그 말에 나는 웃음이 나왔다. 재생 기계나 파일 형식은

바뀌었어도, 노래를 같이 듣고 부를수 있는 것은 사람이다.

예전 아버지가 카세트 테입으로 차에서 듣던 녹색지대가

생각나듯이, 딸도 차에서 나와 같이 부르던 노래가 생각

날 것 같다.



TMI: MP3 최강자 아이리버는 어떻게 됐을까?


사과를 씹어먹는 도발적인 광고로 세계MP3 시장에서도

우위를 차지하던 아이리버는 MP3 시대이후 2014년

SKT에 인수되어 음원서비스(FLO)를 시작하여 새로운

전환기를 맞이 하였고, 기계부분은 가전제품으로 전환해

스피커, 무인 청소기 등 기술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 AI 시대 육아 메시지

음악을 듣는 방식은 달라져도, 아이에게 남는 기억은 함께

불렀던 노래다. 부모는 아이에게 단순히 음악을 틀어주는

사람이 아니라, 함께 노래하고 공감해주는 첫 번째 청중이

되어야 한다. 알고리즘이 골라준 추천곡보다, 가족이 함께

부르던 한 곡이 아이 마음속에 더 오래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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