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다른 복장과 차 안에서, 같은 불안을 키운다.
■ 아이가 불안한 것일까? 부모가 불안한 것일까?
토요일 오후, 강남 학원가 사거리는 학원 라이드를 위해 길가에 주차된 교통 체증보다 ‘패션 체증’이 먼저 눈에 들어 온다. 제이미 맘. 영어전문학원, 논술관, 수학영재센터 앞에는 하얗게 반짝이는 벤츠 E클래스와 묵직한 포르쉐 카이엔들이 길게 줄지어 있다. 차 안엔 여름엔 헬렌 카민스키 모자와 에르메스 슬리퍼, 날씨가 좀 쌀쌀하다 싶으면 몽클레어 패딩이나 세이블 밍크조끼 그리고 스타벅스 말차 라떼 한 잔을 들고, 운전석 창문이 살짝 열리고, 익숙한 영어 이름이 흘러나온다.
“제이미, 오늘도 Study hard~"
아이의 수업 뒤에는 선생님의 피드백이 따라온다. 선생님과 대화하는 그 말투는 정중하지만, 대화의 구도는 요청이 아니라 지시에 가깝다. 요즘 강남에서 흔히 말하는 ‘제이미 맘’은 자녀의 성적뿐 아니라 선생님의 태도, 학원 커리큘럼, 교재 시리즈까지 꼼꼼히 점검한다. 그들의 대화 속엔 ‘성장’ 보다 ‘성공’이 자주 등장한다. 아이를 향한 사랑이지만, 그 방식은 언제나 프로젝트 관리에 가깝다.
제이미 맘의 일상은 정보를 얻어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움직인다. 오전엔 등교 후 학부모 모임, 오후엔 아이 학원 라이드 모임, 밤에는 강남 맘까페 커뮤니티 단체톡에서 “대치동은 요즘 어디가 뜨니, 삼호가든 사거리에서는 어디 레벨테스트가 있나?” 등 뭐 하나라도 놓칠까 정보를 얻는다. 자녀의 수준보다 먼저 나오는 건 학원의 평판,가끔은 남편은 이해 못해주니 진로상담을 하는 선생님과 아이의 장래를 이야기하는 것이 속 편하다.
한편, 목동 어디 아니면 노원 학원가의 주말 저녁. 학원가 골목에는 카니발과 국산 SUV들이 빽빽하게 들어차 있다. 차 뒷 유리엔 ‘어디 한 번 박아 보시던가' 등의 어딘가 불만이 가득한 경고성 문구가 적힌 베너들이 붙어있다. 그럼에도 본인들은 불법 주정차로, 자기 자식만 귀한 줄 알아서, 남의 자식들이 운전하는 건 방해하면서 자기 자식을 기다린다. 운전석에 앉아 있는 영포티 대디는 스냅백 야구모자, 나이키 점퍼와 덩크 운동화, 스투시 셔츠, 차안에는 샷을 추가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놓고, 냄새가 안날거라는 확신에 창문을 열고 전담을 피우고 있다. 그들의 눈빛은 피곤 하지만, 아이의 학원 건물 문이 열릴 때만큼은 잠시 빛난다. 이들은 젊을적 샀지만 미쳐입지 못했거나, 사고 싶었던 브랜드를 이제 겨우 꺼내서 입거나, 아내 눈치를 보면서 하나 겨우 사서 입고 자녀를 위해 다시 시간을 헌신하는 ‘영포티 대디’다.
40대 초반의 차장, 부장급 회사원으로, 또는 갓 자리 잡힌 자영업장에서 하루종일 일하다 퇴근 후에도, 주말에도 운전대를 잡는 그네들은 아이를 지키는 게 하루와 한 주의 마지막 업무처럼 느껴진다. 학원 앞 골목에 주차할 자리가 없으면, 두세 바퀴를 돌며 아이가 나올 때까지 기다린다. 그들에게 교육은 경쟁이 아니라 보호의 연장선이다. “다른 건 몰라도, 우리 애만큼은 아쉬운거 없이 하고 싶은거 시켜야지.” 그들의 불안은 현실적이고, 애잔하다. 요즘 스위트 영포티 때문에 대차게 까여서 더 애잔하다.
아내는 강남 사교육의 중심에서 자랐다. “엄마도, 나도 가만히 있으면 뒤처지는 기분이었어. 나말고도 다들 무언가를 하고 있거든.” 강북출신인 나도 어느 순간이 지나면서 부터는 사교육의 그늘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정보와 경쟁과 비용의 차이가 있었을뿐, 늦은 시각 멀리에서 학원 수업이 끝나면 아버지가 데릴러 오는 것이 허다했다. 지금, 자식 일이라고 평일이며 주말이며 라이드하는 매 시간 지쳐 갈 때면, 그렇게 수 년을 묵묵히 부모님의 사랑이 새삼 대단함을 느낀다.
자녀의 교육이 불안한 세대. 수십년이 지났어도 그 불안함은 강남도 강북도 변하지 않았다. AI시대라고 인류의 역사상 그 누구도 예측하지 못할 정도로 세상이 변화하고 있는데, 그렇게 열심히 가르쳐도 나라에 노벨 물리학상 하나 수상한 적이 없고, 부모님 세대는 노후마저 포기하면서 자식 교육에 올인했는데, 아직도 교육환경은 불안하고 결국은 미래에 없어져 버릴지도 모르는 직업인 의사랑 변호사를 만들라고 학원은 등급별로 아이를 나누어 학부모들의 불안감을 조장 한다.
하지만 누가 탓할 수 있을까? 아무리 선비같이 고고하려고 해도 결국은 내 자식 미국에 못 보낼거면 남들도 못 보내게 하던가 아니면 몰래 보내던가, 그것도 아니면 그 비슷하게 라도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최선인 것이 지금 우리나라의 현실인것을. 그저 모두가 적당히 현실과 타협하면서 상황에 맞게 최선을 다해서 남한테 피해 안주고, 애들도 이기적이지 않게 예의 바르게 교육하면서 아둥바둥 살고 있는 것 뿐인데... 어디 꿀리기는 싫은데 패션 감각은 떨어지고, 튀어 보이기는 싫어서, 무난 무난 꾸안꾸로 따라해 봤더니, 이제는 돈은 돈대로 들고 '제이미 맘', '영포티'라고 대차게 까이니 오늘도 그들은 차안에서 외롭다.
며칠 전, 아이가 물었다.
“아빠, 오늘은 영어학원 숙제 쉬면 안 돼? 그냥 밖에서 놀고 싶어.”
입에서 ‘안 돼’가 나오려다 멈췄다. 아내는 조용히 말했다.
“하루쯤은 괜찮지. 근데 매일은 곤란해.”
아이들의 눈빛엔 이미 ‘눈치’가 깃들어 있었다. AI 번역기와 계산기가 사람보다 빠르고 정확한 시대에, 우리는 여전히 영어유치원, 회화 캠프, 학원 라이드에 매달린다. ‘미래 대비’라는 명목 아래, 사실은 우리 부모님이 겪었던 과거의 불안을 복제하여 우리만 불안해 하고 있는 건 아닐까.
밤 10시, 대치동 사거리엔 여전히 불이 꺼지지 않는다. 벤츠와 카이엔이 조용히 움직이는 사이, 노원 골목 어귀에선 카니발과 노란 학원 버스들이 줄지어 선다. 하나는 성공의 상징처럼, 하나는 일상의 무게처럼. 그러나 두 방향 모두 같은 목적지를 향하고 있다. “우리 아이만큼은 나보다 잘 살기를.”
■ TMI: 반클리프 아펠 짜퉁 구별법은?
반클리프 아펠은 사위 알프레드 반 클리프와 장인 살로몬 아펠이 1896년에 창립한 브랜드이며, 보석, 시계, 향수 등을 취급한다. 특히, 알함브라는 1960년대 발표이후, 꾸준한 인기를 끌고 있다.
단점으로는 인기가 많은 만큼 중고상이나 개인거래에 모조품이 너무 많다는 점이 있지만, 반클리프 특유의 골드 체인의 반짝임으로 진품 구별이 가능하다. 이 반짝임은 반클리프 아펠 고유의 세공기술이기에 일반 금은방에서 펜던트는 비슷하게 해도 체인의 반짝임에서 그 차이가 확연히 드러난다. 비슷한 케이스로, 하이엔드 주얼리 브랜드인 블가리의 디바스드림 목걸이가 있다. 또한 펜던트를 둘러싼 작은 구슬의 균등함과 펜던트와 체인을 연결하는 고리의 이음새가 깔끔하고, 11시와 1시의 정확한 각도를 지녔는가로 구분이 가능하다.
■ AI 시대 육아 메시지
부모의 역할은 ‘기회를 만들어주는 사람’도, ‘위험을 막는 사람’도 아니다. 아이가 스스로 부딪히고 실패해보는 경험의 안전망이 되어야 한다. 벤츠든 카니발이든, 카이엔이든 스포티지든, 결국 아이가 기억하는 건 “수고했어, 집에서 맛있는거 먹자”라는 그 한마디다.
※ 모든 예시는 우리 사회의 한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 과장하고 단편적인 예를 든 것이지 절대 자녀교육을 위해 노력하는 우리세대 부모님과 열심히 살아가는 중년들을 폄훼하고자 하는 의도는 없습니다. 불편하셨다면 넓은 양해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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