꼼꼼쟁이 남편은 전공을 한껏 살려 기존의 폰과 똑같이 사용할 수 있도록 앱과 파일들을 옮기는 작업을 해주었다.
오늘 아침, 남편이 깨워서 보니 벌써 9시 30분, 시차적응 핑계로 더 자려고 했지만 곧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카카오톡을 실행하려는데 안된다고...!
이미 이전 폰에서는 로그아웃 되었고, 새 폰에서는 실행이 안 되고, 노트북으로 연결하려 하니 카카오 앱에서 인증을 하거나 카카오 계정에등록한 이메일로 발송되는 비밀번호로 인증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참담하다, 카카오가 이렇게 잘 될 줄 알았나.
처음 카카오톡을 할 땐 '네이트'가 있는데 굳이...라는 생각으로 호기심 삼아 가입하느라 평소 잘 쓰지 않던 네이트 부계정 주소를 넣어서 만들었다. 오만 광고문자를 받을 계정으로 만든 건데... 계정을 만들 때 해외에서 접속 시 자동으로 차단 되게 설정했던모양이다. 난 뭐, 도무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방법을 찾느라 오전 시간이 지나갔다.
19시간 빠른 한국에서 나를 도와줄 친동생이 깨서 연락이 오면 내 메일로 들어가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린 남편은 한시름 돌리고 아이들과 콘도 수영장으로 향했다.
나도 반나절은 포기한 채 어제 정리하지 못했던 짐들을 좀 더 정리하고 점심 준비를 했다.
내가 코나에서 연락할 두 분과도 연락이 두절된 상황.
(한 분은 오직 카카오 톡으로만 연락을 했었고, 한 분은 바로 작년에 우리 식구를 초대해 주신 마할로 님 내외분 이시다)
작년에 받았던 현지 번호로 마할로 님께 연락을 했지만 연결이 되지 않았다. (오늘 아침, 유난히 맑더라니 역시나 쿠아베이로 촬영을 다녀오셨다고 한다)
몇 시간 동안 스트레스였긴 하지만, 정오가 넘어서야 (한국시간 오전 7시)카카오톡 사건(?)을 일단락할 수 있었다.
점심을 먹는데 동생에게 연락이 왔고 남편의 깜짝 선물은 내가 사용할 수 있게 세팅이 되었다.
그러나!!!(이번 여행 벌써 그러나가 몇개인지...)
내 핸드폰을 로밍해 갔는데, 로밍 중 새 폰으로 변경 시 로밍이 연동 안 된다는 안내...
하하하
69000원 정액제로 로밍해서 그냥 날릴 수 없으니 원래의 폰을 다시 사용하게 되었다.
허무하지만, 남편은 어떻게든 예쁘게 사진 찍고 놀라고 해 준 선물이니 뭐라고 할 수도 없었다-(뭐, 사실 남편에게 뭐라고 안 하지는 않았지만 심하게 뭐라고 한 건 아니라서 안 했다고 봐도 되지 않을까 싶다-.
코나에서 만나는 힙한 카페, HiCO
오전의 멘붕은 세계 3대 코나커피의 카페인으로 풀면 되었다.
마할로 님께 카카오톡 복구 됐다고 톡을 보내놓고, 다른 친구에게도 급히 연락을 했다.
이미 복구된 카카오 톡으로 아침부터 톡이 와 있었다. 케아우호우 쇼핑센터에서 매주 토요일 오전에 열리는 파머스마켓 정보였다. 라이치(리치)의 계절이라 파머스마켓에 가면 원 없이 사 먹겠다고 다짐했었건만, 첫 기회를 놓치게 되어 아쉬웠다.
우리는 작년에 참 좋아했던 카페 중 한 곳인 HiCO에서 만나기로 했다.
이런 추억을 나눌 누군가가 이곳에 생겼다는 것이 참 좋았다.
HiCO는 우베라떼가 유명한데 나는 얼죽아라(얼어 죽어도 아이스 라떼)인지라 아이스 라떼, 남편은 시그니처 메뉴인 우베라떼를 주문했다. 커피는 맛없어서 달달한 것만 시키는 남편에게는 그냥 쓴 커피라고 했다. 사실은 고소하고 딱 그만의 매력이 있는 맛인데...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마끼아또 시킬 걸 그랬다.
아무튼.
커피와 함께 이야기 꽃이 피어나고, 남편과 아이들은 먼저 일어나 근처의 놀이터(작년에 자주 갔던, 타겟 근처의 놀이터)에 갔다.
우리 아이들이 좋아하는 코스, 놀이터-타겟-얼티밋-로스
타겟에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2인용 의자가 딸린 카트가 있다. 우리 아이들은 열 살, 열 한 살 남매인데 작고 마른 편이라 착석이 충분히 가능하다.
딱히 뭘 사러 갔다기보다는 작년의 기분을 회상하기 위한 코스였으므로 간단한 구경을 마치고 나와서 얼티밋 버거(Ultimate Burger)로 향했다.
얼티밋 버거, 이곳은 우리 가족 모두 1년 동안 가장 그리워하던, 그 무섭다는 아는 그 맛이다! 버거에 여러 가지 토핑을 할 할 수 있는데 나는 생 양파를 그릴드어니언으로 바꾼 치즈버거가 가장 맛있는 것 같다. 게다가 감자튀김이 유독 맛있는 이곳은 아마 우리 여행 40일 중 가장 많이 가게 될 것 같다.
배도 채웠겠다, 이제 슬슬 로스로 향한다. 가는 길에 바스 앤 바디웍스(Bath & Body Works) 75% 세일이 눈에 들어오면서 내 머릿결이 유독 푸석하게 느껴지는 것은 그냥 들어가겠다는 신호인 거다. 클리어런스 세일품목 중 헤어트리트먼트는 딱 하나. 향기가 너무 좋아서 작년에 엄마에게 바디버터를 선물해 드렸는데 맘에 들어하셨다. 뭔가 믿고 사게 되는 바스 앤 바디웍스. 16 달러 넘는 것은 5달러가 안 되는 가격에 겟. 글을 쓰는 지금 그 향기로움으로 졸음을 버티고 있다.
암튼 로스로 건너간 우리는 계획에 없던 지출을 피하기 위해 휘뚜루마뚜루 구경만 하고 다시 숙소로 왔다.
아이들 신발 한 켤레씩 사고, 자그마한 것들 사다 보니 40달러 넘게 썼지만, 그래도 여기서 이 정도면 신발 두 켤레가 있으니 선방한 거다. 고환율 시기라서 아주 훅훅 돈이 나간다.
슬슬 정신 차려지는 둘째 날 저녁
집에 와 씻겨 눕히니 큰아이가 말한다. 이상하게 하와이 안 같다고. 왜일까? 왜긴! 아직 바다를 안 갔잖아!
이제 시차적응도 어느 정도 된 것 같... 아, 어제 연재시간과 거의 비슷한 새벽 2시. 시차적응 실패인가.
아무튼 오늘은 어제보다 조금은 말똥하다.
사진들과 함께 또 수정을 하게 되겠지만, 오늘따라 길어진 여행일기를 보니 앞으로 남은 38일이 더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