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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다운 김잡가 Jul 15. 2024

Day3_첫 비치 나들이, 매직샌즈 비치

그 바다의 마법은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

하와이에 온 기분 좀 내 볼까?

아직 하와이에 왔다는 실감이 안 난다고 큰아이가 말했다.

그래서 아침 일찍(사실 일찍도 아닌 8시) 비치에 가보기로 했다. 아이들이 특히나 좋아했던 두 비치, 매직샌즈와 쿠아베이 중 쿠아베이는 거리가 제법 있기 때문에 교회와 집 가운데쯤 있는 매직샌즈로 정했다.

한인교회 예배 시간은 12시 30분. 시간이 많지는 않았다.


작년의 매직샌즈 비치는 고운 모래로 반짝였다

아이들 기억 속 매직샌즈 비치. 하얀 모래로 그득한 비치에서 파도를 타고 모래놀이를 할 생각에 들뜬 마음으로 도착한 그곳은 작년과 사뭇 달랐다.

올 초에 겨울 하와이 여행 중이던 친한 언니가 "매직샌즈 비치인데 모래가 있는 쪽이 어디냐 " 물어왔을

때 의아했다. 사방이 모래 아니었던가!

언니의 여행은 겨울이라 그런가 싶었다. 그래서 매직샌즈구나, 겨울엔 없는, 여름에 펼쳐지는 마법의 백사장!

그러고 보니 파도가 센 겨울에는 모래들이 바다로 쓸려 나갔다가 여름 무렵이 되면 다시 하얀 백사장이 된다는 얘길 들었던 것 같다.

그런데 오늘 와보니 아직 마법은 일어나지 않은 듯했다.


마법이 풀린 매직샌즈 비치의 맨얼굴

아직 모래도 덜 찼고 파도는 서퍼들이나 즐겨야 할 법하다. 자꾸 방송도 나온다, 애들 조심시키라고 또는 큰 파도 오니 피하라고.

우리는 뚝 쪽에 자리를 잡고 앉아 거친 파도 위를 누비는 서퍼들의 모습을 보며 맨얼굴의 매직샌즈를 즐겼다.

바다에 담글 잠시의 틈조차 허락하지 않은 바다.

어쩌면 하얀 모래로 곱게 뒤덮이기 전의 모습을 누군가 봐 주길 바란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무도회장의 신데렐라도 재투성이 신데렐라도 같은 신데렐라인 것처럼...


코나 한인교회에서의 예배와 교제

12시 15분에 도착한 교회. 심지어 하와이에서 한국어로 예배를 드리다니, 더없이 코나  같다는 아이들의 말에 웃음이 났다. 작년에는 공항 근처의 리빙스톤 교회에서 현지 분들과 예배를 해서 이런 얘기도 하게 된 것 같다.

20여 명 중 반 이상이 방문객이지만 목사님은 열정적으로 예배를 이끌어가셨다.

예배 후 교제 시간이 있었다. 간단한 다과와 함께 소박이야기 꽃을 을 피웠는데, 여행객들이 많은 동네다 보니 주일마다 대화 주제나 내용이 다양한 듯했다. 교회 식구들도 이런 분위기가 익숙한 편안하게 대해주셨다.


알로하, 세오할레!

우리는 그곳에서 마할로님 댁으로 향했다.

1년여 만에 다시 찾게 되는 지라 우리 가족은 세오할레 가는 길부터 마음을 들떴다.

여전히 정다운 세오할레는 변한 것이 없이 따뜻한 알로하 그 차체였다.


자리를 카페로 옮겨 짧지 않은 시간 동안 담소를 나누고 헤어졌다.

이렇게 1년 만에 하와이에서 다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생길 줄이야!

한국에서 이미 만남을 가졌었지만 그때의 기분 하고는 달랐다. 남편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다만 더 친근해진 듯하다고 했다.


비로소 식재료 장보기

3일 차가 되어서야 식재료를 사러 가게 되었다.

한국에서 간단한 먹을거리들을 챙겨 와 끼니를 해결하기도 하고 외식도 해서 급하진 않았는데 당장 내일부터 아이들이 뮤지컬 캠프에 참가하게 되어 점심 도시락 거리를 사야 했다.

뮤지컬 캠프 이야기는 내일로 미루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이것을 하게 된 계기도 참 ENFP답게 결정하게 된 것이라 길게 풀어야 할 사연이 있다.


이렇게 하와이에서의 세 번째 날이 마무리되어간다.

우리 가족 모두 이번 여행에서 계속  '뭔가 새롭진 않다, 여행 같지 않다' 하지만 '익숙한 그 기분이 좋다, 아는 곳이라 편안하다, 진짜 살고 있는 기분이다'는 이야기들이 오간다.

나는 이번 여행이 코로나 이후 첫 여행이었던 데다가 남편 없이 아이들과 먼저 왔던 데다가 긴 여행은 처음이었던 작년의 6주 살기와는 또 다름에서 한껏 매력을 느낀다.

어쩌다 코나에 꽂힌 엄마, 아내를 만나 무관심에서 관심으로, 관심에서 익숙함으로 하와이를 즐기고 있는 아이들과 남편을 보니 뭔가 홀로 뿌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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