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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다운 김잡가 Jul 20. 2024

Day8_Aloha, My New Cozy Home

33박 말고 33년 살고 싶은 너무너무너무너무 맘에 드는 알리이 코브

대이동의 날

케아우호우 팔레나에서의 마지막 아침.

기대 안 하고 왔는데 지낼수록 참 좋았던 첫 번째 집을 정돈했다.

250불의 보증금 못받을까봐 K줌마는 타월과 시트까지 싹 세탁, 건조, 접어서 제자리에 착착. 

아이들 뮤지컬 캠프에 보내고 오면 10시가 넘어버리는데 그렇다고 같이 출발하자니 9시 30분에는 도저히 못나갈 짐인지라 고민하던 중에 호스트에게 20분 정도 주차장을 점유해도 되냐는 질문을 했는데 20분 정도는 늦게 나가도 된다고 해서 편히 정리를 하고 나올 수 있었다.

숙박 예약에 도움 될 작은 Tip

* 나는 Vrbo라는 사이트를 처음 알았는데 이 글을 보는, 혹시 하와이나 미주 여행을 앞둔 분들은 에어비앤비와 비교해가며 숙소를 정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두 사이트에 동시에 올라오는 집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가격이 많이 달라서 같은 집인가 싶은 곳도 있고 거의 비슷한 집도 있다. 

* 호텔이 아닌 곳에 투숙을 할 때는 특히 부동산 업체에서 관리하는 집들이 괜찮은 것 같다. 직접 주인이 호스팅 하는 곳 보다 좀더 전문 인력들이 움직이니 정확하고 좋은 것 같다. 

* 한 달, 28일 단위로 예약하는 것이 좀 더 저렴하다. 어차피 전체 비용에 호스트 피와 청소비가 한 번 부과되기 때문에 날수가 많을수록 유리할 수 밖에 없다. 한 달 이상 숙박하면 할인 해 주는 호스트도 있다.

* 나의 경우, 1박 89불 표시 돼 있는 이 숙소에 1050불 지불(1300불 지불- 보증금 250불), 1박당 150불에 숙박을 했다. 아마 한 달 정도 숙박했다면 1박당 숙박비용이 많이 줄었을 것이다.


일주일 정도 하와이 다른 섬이나 미국 본토를 갔다올까, HPA캠프 1주를 할까 고민하며 일정을 빼고 두 번째 숙소를 먼저 잡은 터라 기간이 바트고 짧아서 괜찮은 숙소 잡기가 너무 힘들었다. 그래서 이 집이 기대했던 것 보다 더 좋았던 것 같다.


체크인 한 시간 전, 황당한 메일

어떻게 첫 날 가져온 짐이랑 똑같이 다섯 캐리어일까...

아무튼 다시 차에 겨우겨우 싫어 넣고 쇼핑센터에서 쇼핑을 하고 점심을 먹고 아이들을 픽업한 후 바로 새 집으로 향했다. 

두 번째 숙소 관리자라며 메일이 왔는데, 고가의 가구가 있으니 조심하고 특히 식탁 의자는 각별히 조심해달는 메일이었다.


선크림 바른 몸으로 의자 착석 금지, 물 젖은 채 의자 착석 금지...

훼손되면 1000불 청구 할 수도 있어...


메일은 내 기분을 상하게 했다.

안 되는 영어로 번역기를 써가면서 메일을 보냈다. 

미리 말하지 그랬냐, 조심하긴 할거고 우리 가족은 선스크린을 잘 바르지 않는다. 걱정 마라.

했더니 용케 알아듣고 바로 사과 메일을 보내준다.


너희가 두 번째 손님이라 그래... 사전에 알려주지 못해 미안해...


두 번째 우리 집, 알리이 코브

천국 한 켠은 이런 모습일까? 

비밀번호를 누르자 문이 활짝 열리는데, 아름답게 어우러진 꽃나무들과 집들을 보니 기분 나빴던 마음이 스르르 녹아내렸다. 뭐가 어찌 돼도 다 괜찮을 것 같은 느낌이랄까. 

천천히 단지를 돌며 우리 유닛을 찾아 들어갔다.


들어가자 마자 식탁과 의자부터 확인했다. 

모든 가구들 뿐 아니라 바닥과 벽 페인트 게닥 집기류 하나하나가 새것이었다.

두 번째 게스트라서 부담은 되지만 좋은 점도 명확하다. 되게 좋다.

(나중에 호스트 업체에 이야기 하겠지만 사실 설거지와 청소 상태는 안좋았다.

대충 비눗물을 뿌려놨는지 간이 건조대를 헹구는데 세제 거품이 보글보글, 화장실 세면대도 미끄러워서 물을 묻혀 문질러보니 거품이 보글보글. 사람을 따로 써서 청소를 하는데 허투루 돈을 쓰게하고 싶지 않다. 나야 헹궈서 쓰고 닦아서 생활하면 될 일이지만 이런 불성실함은 말은 해주고 넘어가야겠다)


어쨌든.

집을 둘러보자마자 아까의 기분 나쁜 메일이 완전 이해가 된다며 남편에게 신이나서 말을 했는데 남편은 내가 메일을 보고 기분 나빠했던 것 부터 이해가 안됐던 것 같다. 

작은 종이백 안에는 깨끗하게 써달라는 뇌물인건지 미안하다는 의미인건지 정성이 담긴 선물이 가득 들어있어 있었다.

네네, 깨끗하게 쓸게요~ 라는 다짐이 절로 나왔다.

주방은 확실히 미국 주방이 높고 큼직하다. 동선이 불편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 널찍해서 좋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나는 살짝 불편하긴 하다. 뭐 어때. 까치발 들면 되지!

웰컴 선물에 커피가 있어서 재빨리 커피부터 내렸다. 큰 캐리어 5개를 정리하면서 틈틈이 카페인을 충전하며 일하니 더없이 행복했다.

이번 숙소도 첫 숙소처럼 작은 양념 하나까지 다 갖춰있었다.

지난 번 숙소랑 비교하기 싫지만 두 번째 투숙객이 된 나로서는 거의 새 양념통을 보는 순간 기분이 좋아질 수 밖에 없던 이유가 이 전에는 제공되는 각종 양념들을 거들떠도 안 보았기 때문이다. 이미 많은 투숙객들이 거쳐가고 그들이 남기고 간 것들이 많기는 했으나 뭔가 꺼려졌다. 그 안에 뭐가 들었는줄 알고!

이번 숙소에서는 제공되는 어매니티들을 기분 좋게 잘 활용할 수 있을 것 같다.  


그 중에서 내 마음을 가장 기쁘게 하는 것은 바로 커피!

이제 세계 3대 커피 코나커피를 맛있다는 곳에 가서 콩째 사서 집에서 내려먹는 게 가능해졌다. 오예!


첫 숙소도 그랬지만 이번 숙소도 침대가 참 높다. 

떨어지면 어디 한군데 부러질 것 같아서 큰 방 침대 옆에는 의자들을 모아 임시 가드 역할을 하게 만들고, 작은 방 침대는 창가쪽으로 밀어서 벽에 붙였다.

거실의 카페트도 걷어버렸다. 뭐라도 흘릴까봐 노심초사 스트레스 받을 것 같고, 마침 집먼지 알러지 있는 막둥이를 위해서기도 했다,


그나저나... 어떡하지? 

짐을 정리하고 나니 집이 더 마음에 들여졌다. 


"여보, 우리 여기 33일 말고 33년 살면 안 될까?"



덧붙이는 글

하와이에 온 지 8일이 지났다.

아이들이 신나게 즐기고 있는 뮤지컬 캠프도 벌써 일주일이 지났고, 이번 주말이 지나면 남은 여행 일수도 곧 20일 대로 접어든다. 벌써 아쉬워지려고 한다.


모두가 잠든 밤마다 브런치를 만들다 보니 다음날 일어나 확인하면 오타도 많고 썩 맘에 들지 않을 때가 있다. 하지만 매일매일 쌓여가는 글들이 나에게는 참 의미가 있다.

계획은 좋아하지만 실천에 약한 나 자신이 좀 더 나아지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나는 기분이 중요한 사람이다. 꾸준히 무언가를 해내고 있는 내가 대견해서 뭘 해도 다 될 것 같다.

프롤로그만 세 편이나 적었던 작년 하와이 이야기로도  브런치를 맛나게 만들어내고 싶다. 발행만 하면 되는 오래 묵은 동화도 올려야지. 내가 쓰고 내가 만족했던 동시들도 어서 발행 버튼을 눌러야겠다.

9년정도 일을 하고 10년이나 쉬었으면서 아직도 작가가 되게 하고 싶은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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