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우나 케아 비치, 햇살이 부서져 내린 눈부신 바다에서 온종일 행복한 날
하와이 여행 2주, 아이들과 온전히 즐길 수 있는 날은 주말뿐
이번 여행에서 참 잘한 것 같은데 아쉽기도 한 것이 도착하자마자 아이들을 캠프에 보낸 것이다.
작년에는 아빠 없이 시작한 여행이었어서 그렇게 아쉽거나 하진 않았는데 이번 여행은 온 식구가 함께 시작해서 그런지 2주 동안 낮시간에 캠프를 보내니 종종 아쉬운 마음이 들곤 했다. 하와인데... 좀 더 실컷, 좀 더 맘껏 놀아야 하는데...
그래도 다행인 것은 아이들은 뮤지컬 캠프가 한 주밖에 안 남았다며 벌써 섭섭해하고 있다. 게다가 다음 주 목요일에 있을 뮤지컬 공연에 대한 긴장감과 기대감에 한껏 부풀어 있다.
그리고 이번 주말이 지나면 다음 주 주말부터는 넷이 24시간을 함께 하게 된다. 아이들이 행복했고 우리 부부가 잘 쉬었으니 아쉬운 마음 접고 만족하기로 했다.
이번 주말은 멀리 떠나볼까?
오늘은 LA에 사는 '하샌로라'카페 회원인 '밥이모' 언니(이하 밥언니)를 만나러 가기로 했다.
밥언니는 작년 하와이 여행에서 만났던 인연이다. 코나만 열일곱 번 째인, 진짜 코나를 사랑하는 가족이다.
올해도 공교롭게 여행기간이 겹쳐서 만나기로 했었는데, 마침 올해 꼭 가보고자 했던 마우나 케아 비치에 있는 마우나 케아 호텔에 묵게 되어 날을 맞췄다.
토요일, 늦잠을 반납하고 나름 선방한 아침 7시 기상.
휘리릭 시리얼을 먹이고 준비해서 출발하니 벌써 7시 반이 훌쩍 넘어버렸다. 주말은 관광객과 로컬들이 함께 휴양지로 이동하기 때문에 교통체증을 고려해야 한다. 밥언니가 8시 넘어서 출발하면 밀릴지도 모른다고 조언해 줬다.
45분을 달려 만난 마우나 케아 비치 호텔.
비치를 향해 달리는 길은 잘 정비되어 있었고 조경이 정말 예뻤다.
Tip) 2024년 7월 현재, 공용 비치 주차장이 호텔 공사로 닫혀있어서 주차장 위치가 임시 변경되었다.
호텔에 도달학 직전에 임시 주차장이 있다. 원래 있던 위치보다 비치로 접근하기 편한 것 같다.
다음에는 이렇게 주차를 해야 하지만 오늘은 밥언니가 호텔 측에 문의를 해놔서 호텔 투숙객을 만나러 왔다고 하면 무료 발렛을 해준다고 했다.
바리바리 짐을 챙겨 비치로 갔다.
와!
멋지고 완벽한 비치로구나!
이미 수영복 차림으로 온 아이들은 바다로 빨려 들어갔다.
남편과 나는 관리된 멋진 비치에 매료되어 한참을 감상했다.
밥언니가 우리를 보고 물에서 나와 인사를 했다. 그와 동시에 비치에 대한 안내와 체크아웃 예정이라 바쁜 오전 일정에 대해 이야기해 주었다. 밥언니는 체크아웃을 앞두고 아름다운 이 비치와 이별할 생각에 마음이 바빴다. 어제 만타를 만난 행운을 오늘도 누리기 위해 바닷속을 샅샅이 탐험하는 중이었다고.
본격적으로 물놀이를 시작하겠습니다
고운 모래가 고팠던 둘째가 웬일로 바다에 담그고 나오질 않는다.
밥언니가 빌려놓은 패들보트를 타고 깊은 바다까지 나가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된 아이들은 이미 이 바다에 반한 듯했다.
언니의 열두살 딸과 열 살 이수는 1년 전이나 지금이나 서로 아무 말은 없지만 서로의 예술작품을 힐끗거리며 창작활동을 펼쳤고, 추위를 타는 이준이는 물과 모래사장을 오가며 지혜롭게 즐겼다.
체크아웃을 위해 밥언니 가족이 떠난 후에도 우리는 한참을 이곳에 있게 되었다.
시리얼 조금 먹고 나온 것이 다여서 배가 고플 시간이 훌쩍 지났는데도 아이들은 바다에서 버틴다.
특히 우리 아이들은 어딜 가든 한 곳에서 혼신의 힘을 다해 열정적으로 놀기 때문에 강약 조절이 필요할 때가 있다. 7시에 시리얼 먹고 1시 반까지 파파야 하나 먹고 버틴 아이들이 대단하다.
도무지 올 생각을 않는 아이들을 두고 커피를 마시기 위해 호텔 주변을 돌아다니다 겨우겨우 찾은 카페에는 직원이 없었다. 한참을 기다리고 불러봐도 나오질 않아 오전의 카페인을 포기하고 나왔는데, 들어갈 땐 제대로 못 봤던 멋진 풍경이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하. 이걸로 카페인이랑 퉁 쳐도 되겠다. 절로 에너지가 솟구친다. 그러나 얘들아, 엄마 배는 고프다. 난 커피 사 마시려고 시리얼도 안 먹고 나왔잖니.
맛도 가격도 생각보다 괜찮았던 비치 바
다시 비치로 돌아가서 쉬다가 드디어 상전마마들의 허락을 받아 식당으로 갈 수 있게 되었다.
카할라 호텔 비치바에서 식사했던 기억으로 좋은 호텔의 비치바는 비쌀 거라고 예상했는데 메뉴당 2-30불 정도면 충분했다. 코나는 식당이든 푸드트럭이든 1인 20불 넘기는 것은 예사이므로 아주 괜찮은 선택이었다.
아이들이 이곳을 떠날 생각이 없었으므로 더더욱 괜찮은 선택이기도 했다.
케이키 메뉴로 햄버거와 치킨 퀘사디아를, 남편은 이히 랩, 나는 클럽 샌드위치를 시켰다.
6시간을 해변에서 신나게 놀았으니 배가 고픈 줄도 몰랐겠지. 아이들은 입에 음식이 들어가고 나서야 허기짐을 깨달았는지 정신없이 먹기 시작했다.
후식으로 알차게 팝시클 아이스크림과 코코넛 초코 스무디까지 먹고 더 볼일 없다는 듯 미련 없이 뒤돌아 비치로 가는 아이들을 보고 웃음이 나왔다.
바다가 그렇게 좋으냐? 하와이라서 좋은 거야!
아이들이 훌쩍 커서 다니는 해외여행은 작년 하와이가 처음이어서인지 모르겠지만 아이들은 특별한 이유 없이도 하와이를 너무 좋아한다. 바다는 어디든 있지만 하와이는 여기밖에 없잖냐며 하와이 사랑을 드러내는 아이들. 더 이상 엄마가 좋아하는 하와이라서-라는 답이 아니니 얼마나 감격스러운지 모른다.
집에 가기 전까지 몇 번 더 와야겠다는 생각을 넷 모두 한 한 것 같다.
아이들이 잘 노니 이번 여행은 이미 다 얻은 여행이다.
아무리 멋진 비치라지만, 9시간.
집 앞마당이라 들락거리며 노는 것도 아니고, 그저 뙤약볕에서 자신의 마음 꽂힌 모래사장 한켠에 내내 앉아 노느라 팔다리 빨갛게 익어버렸지만 진심을 다해 논 오늘의 나들이에 만족했으므로 그걸로 되었다.
모든것이 다 갖춰진 비치에 다시 오게 되면 오늘처럼 9시간은 너끈히 놀 수 있는 마음과 체력이 된다는 것 자체로 감사할 일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