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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15_지도 믿고 아무 비치

구글 맵 보고 무작정 가본 케이키 퀸즈 배쓰 비치

by 꽃다운 김잡가
아침의 기록1_ 성공적인 에그마요 샌드위치

어제 만들어 둔 닭다리 곰탕에 남은 밥 두덩이 렌지에 돌려 아침 차려주니 아주 잘 먹어주는 우리 식구들. 누구 하나 크게 편식하는 사람이 없어서 나는 편하다. (그나마 조금 편식하는 남편은 떡 싫어, 매운 거 싫어, 떡볶이 싫어, 누룽지 싫어... 아침 간단히 때울 수 있는 건 은근 다 싫어하는데 편식 안해서 좋지 않냐고 묻곤 한다)


아이들은 오늘 점심도 무슈비를 원했지만 쌀이 똑 떨어졌는데 (어제의 이야기에서 말했지만) 수시로 바뀌는 일정으로 쌀을 계속 못 사서 포켓 샌드위치로 결정했다.

성공적이라 잠시 얼렁뚱땅 레시피 남기자면;

없어도 되는 것도 있지만 대충 했다가 얼떨결에 성공해서 기록 남기기 위해 넣은 거 다 씀.

1. 테두리 자른 식빵 8, 삶은 달걀 4, 마요네즈 2T, 레리시 1/2T, 머스터드 찍, 소금 한 꼬집, 알룰로스 휘~, 설탕 휘릭, *포크 필수

2. 포크로 삶은 달걀 네 개를 식감 있게 으깨주세요. 소금 한 꼬집을 넣고 잘 섞는다.

3. 2에 마요네즈 두 스푼, 물에 살짝 헹궈서 꼭 짠 레리시 반 스푼, 머스터드 조금 찍~, 액체 알룰로스 휘~

(일본식 마요네즈라는데 짬. 설탕을 반티스푼 정도 되는 양 휘릭 넣어주었더니 짠기가 잡혔다)

4. 달걀이 죽이 되지 않게 고운 손길로 잘 섞은 후 간을 보고 취향 따라 가감한다.

5. 식빵 한가운데를 손가락으로 살짝 눌러 에그마요 한 숟가락 가득 넣어 식빵으로 덮는다. 사진 참고.

6. 포크로 사진에 보이듯이 포크로 꾹 찍어 눌러주면 식빵끼리 달라붙어 안 떨어지고 이쁜 포켓 샌드위치 완성.


큰아이 두 개 클리어, 작은아이는 한 개 반. 맛있었다고 해주니 그렇게 뿌듯할 할 수 없다.


아침 기록 2_ Coffee With a Cop

오늘 마침 코나 커피 앤 티에서 하와이 현직 경찰들과 편하게 이야기 나누는 Coffee With a Cop 이벤트가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캠프 전에 아이들과 함께 들렀다.

경찰과 편하게 이야기라니... 죄를 많이 지어서인지 경찰만 지나가면 떨리는데 무슨 이야기를 하게 될까 걱정도 됐지만 쓸데없었다. 군데군데 경찰들과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보였다. 우리가 들어가 두리번거리자 앉아있던 아시안 경찰이 우릴 보고 말을 걸어준다.

네가 살면서 안 걸린 경범죄들이 얼마나 되니? 뭐 이런 질문은커녕, 여행자라고 하니 이 섬에 대한 이야기와 여행 일정 등, 그리고 한국에 대한 이야기를 아주 간결하고 짧게 나누었다. 알고 보니 일본인이었다. 어쩐지 정감 가더라니.

아이들에겐 경찰 배지 모양의 스티커를 나누어주었는데 이수가 오래 간직하겠다고 위아래 조금만 떼어서 옷에 붙이자 쿨하게 하나 더 주셨다. 그걸 본 이준이도 경찰에게 원모어 스티커 플리즈 해서 하나 더 얻었다.

아침 기록 3_ 드디어 쌀을 사다

아이들을 캠프에 보내고 쌀을 사러 타겟에 갔는데 하와이 사는, 자주 언급한, 생각할수록 고마운, 내 긴 여행에 매우 도움이 되는 그 친구가 추천한 (어감주의)니쉬키 쌀이 있었다. 다른 쌀은 태국 쌀만 있었다. 거 참 비싼 쌀을 드시는구나... 10파운드(4.5kg 정도)에 23불. 한국에서 비싼 편에 속하는 철원 오대쌀을 6kg에 24000원 주고 샀는데... 선택지가 없으니 더 고민이 되었다.

씨리얼 두 박스와 드립용 커피만 사서 나와 월마트에 갔더니 니쉬끼 쌀은 비슷한 가격이었으나 그냥 내가 작년에 샀던 Calrose(하와이 여행에서 이 쌀 사면 선방한다, 불려먹으니 되게 괜찮다) 10kg을 17불에 샀다.


연애하기 직전, 앞 뒤 빌라에 살아서 종종 24시간 하는 홈플러스에서 썸을 타던 2010년의 어느 여름에도 일일이 성분표 보고, 세제 향 맡아보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장을 보던 우리였다. 그런데 지금은 2시 반에 아이들을 데리러 출발해야 하는 13년 차 부부라 예전의 꼼꼼한 장보기를 하기에둘 다 진이 빠진다.

미친 듯이 배가 고파서 뭘 먹을지도 생각조차 안 나는 1시가 넘어갔다.


아침은 아니지만 기록 4_ 인생 포케를 만나다

나는 생참치를 큐브 썰어 각종 양념에 무쳐서 밥과 함께 파는 일명 아히(참치의 하와이어) 포케를 좋아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오늘 어쩌다 포케 얘기가 나와서 (얼마 전 코스트코 포케에 실망했지만) 작년에 내가 맛있게 먹었던 파카이 포케집으로 갔다.

우리 가족이 처음 빅아일랜드 코나에 왔던 2017년에 '우메케스 포케'가 맛있었던 기억이 있는다. 지금은 다른 곳으로 이전하기도 했고, 작년에 이전한 곳을 일부러 찾아갔는데 되게 맛있게 먹진 않아서 올해는 아직 가지 않았다.

내 기억이 맞는지 모르겠지만 옛 기억 속 우메케스 자리에 새로 생긴 곳이 파카이 포케인 것 같다. 아무튼 이곳은 마할로 님도 추천하고 코나 친구도 추천하고, 구글 맵에 별점 4.7이나 찍은 포케 맛집이다.

작년에 여기서 하와이 어쩌고 하는 포케를 샀다가 정말 후회했는데 스파이시 포케가 참 맛있었기에 오늘은 고민 없이 스파이시... 나머지 하나를 고르려는데 유명한 소이소스는 (코스트코 포케를 실패해서인지) 먹기가 싫었다. 그러다 아보-레몬이라고 적힌 포케에 눈이 가서 고민하다가 그걸 시켜보았다.

다음에 또 간다면 나는 아보레몬 먹을 거다. 너무 맛있었다.

인생 포케 만났다. 마요네즈, 다진 아보카도, 새콤한 레몬즙의 조화. 느끼할 새 없이 싹 먹어치웠다.

사실 남편 맛보게 하고 나는 조금 먹는 시늉만 하다가 커피 한잔 사 먹으려고 빅보이 플레이트(참치, 밥, 사이드가 큰 2 스쿱씩) 시켰는데 남편이 담부턴 각자 먹든가 더 큰 걸 시키잔다. 내가 너무 적극적으로 먹은 것 같다.


매우 만족스러운 점심식사 후, 산책도 할 겸 걸었다. 바로 길 건너가 도서관, 그 바로 앞이 파머스 마켓이라 한 바퀴 둘러보면서 파인애플 한 통과 파파야 두 개를 샀다. 한 통에 28불짜리 화이트 파인애플이 있었는데 가운데 심지를 먹어도 혀가 아리지 않은, 신맛 없이 달콤하다며 한쪽 맛 보여주셨다. 와! 신세계이나, 옆에 있는 하와이 돌 파인애플이 5불인데 차마 못 사겠더라. 그래서 깎아주는 서비스 1불 추가해서 6불짜리 파인애플을 샀다. 이것도 수입해서 먹는 파인애플과는 차원이 다른 과즙폭포였다. 다음에 가면 또 사야겠다.

오래간만에 아이들 없는 4시간 반을 아주 꽉 채워 잘 보내고 나니 오후도 꽉 채우고 싶은 욕망이 솟구친다.



어디 갈까 고민될 땐 여기 어때?_구글 맵 평점 좋은 비치로 무작정 찾아가기

또 시작된 남편의 '어디 가?'

날씨는 쿠아베이를 외쳤지만 4시에 도착해서 한두 시간 놀 바에 가까운 데를 가자 해서 매직샌즈, 호놀스, 코나 피어(다운타운 끝에 있는 부두의 둑방) 등등을 말하고 있는데 구글 맵 열심히 보던 남편이 케이키 퀸즈배스는 어떠냐고 한다. 나도 안 가봐서 모르지만 예전에 마할로 님 블로그에서 본 것도 같다. 올드코나 공원 근처에 있는 비치인데 한 번을 안 갔다. 지도상으로 놀이터, 수영장, 잔디밭 건너에 있는데 이상하게 못 갈 것 같아 도전이 되지 않더라.

남편이 있으니 무슨 걱정이 있겠나, 오케이 했다.


지도에서 알려준 길로 가니 프라이빗한 동네 입구다. 구글맵 후기를 보니 한국인이 써 놓은 리뷰가 보였다. 필드 가로질러 가면 퍼블릭 비치 액세스가 있다고. 작년에 코나 공공수영장에 두 번이나 갔었지만 주의 깊게 보지 않아서 정말 새로운 정보였다.

정말 필드와 주차장 사이 두 곳 정도가 뚫려있었다.(아래 사진 참고)

마침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들이 나오는 길이 보여서 그리로 갔더니 아주 쉽게 비치에 도달할 수 있었다.


가족나들이 하기 정말 좋은, 케이키 퀸즈 배스
좌측 사진의 통로로 들어가 필드를 왼쪽방향으로 가로질러 가면 내려가는 계단이 있다.


오후 8시 부터 오전 6시까지 비치엑세스 클로즈. 안내문 보고 쫄지말고 길따라 가면 사진과 같이 노란 선으로 비치 엑세스 골목까지 안내가 되어있다. 골목 따라 나가면 끝!


모래가 많은 곳으로 자리를 잡고 앉아서 간식도 먹고, 비치를 즐기며 2시간 정도 놀았다.

물도 맑고 늦은 오후까지 너무나 잔잔해서 좋았다. 여행객들 보다는 로컬들이 대부분인 것 같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퀸즈 바스... 우리나라 선녀탕 이런 느낌? 말 그대로 하면 여왕 탕?

졸음이 몰려와 푹 자고 일어나니 우리 가족과 두 팀만 비치에 남아있었다. 오늘, 나, 제대로 즐겼군!


내 맘대로 로코모코까지 성공적. 오늘 하루 꽉 채워 마무리

도착하자마자 저녁을 준비해야 해서 아이들과 남편을 곧바로 콘도 수영장으로 보냈다.

조용한 나만의 시간. 쌀은 불려야 밥이 잘 된다고 해서 씻어 불려놓고 오전에 타겟에서 산 커피를 내려서 우유를 부어 한 사발 마시고 나니 기분이 좋았다.

**자동 드립용 커피머신은 아메리카노 전용인데 나는 라떼 먹는 법을 터득했다.

커피메이커에서 3잔 분량의 커피를 넣고 추출되기 시작하면 초반에 에스프레소만큼은 아니더라도 라떼 해 먹기 나쁘지 않은 정도의 농도가 된다. 한 잔 정도 추출 됐다 싶으면 반 컵 부어서 우유를 넣으면 딱 좋다. 그 후 나머지를 마저 내려놓으면 마음 편히 오가면서 홀짝홀짝 마신다.**


얼마 전 코스트코에서 산 블랙앵거스 패티로 로코모코를 했다.

눌어붙지 않게 기름을 살짝 두르고 중약불에서 해동될 때까지 굽다가 소금 약간 뿌려서 약한 간을 했다.

어느 정도 익었다 싶었을 때 가운데 칼집을 냈더니 핏물이 비친다. 마저 익혔더니 약간 퍽퍽하다. 육즙을 즐기려면 칼집 내지 말고 약불에 좀 더 익히면 될 것 같다.

뜨거운 패티 위에 슬라이스 치즈, 그 위에 계란 반숙 끝. 어느 정도 고기 기름이 생겨서 채 썬 양파에 소금 살짝 뿌려 그릴드어니언을 만들어 주니 아이들도 맛있다고 잘 먹는다.

로코모코 소스는 못 만들어서 타겟에서 산 '크래프트 스윗 앤 허니' 바비큐 소스를 뿌렸는데 정~말 맛있게 잘 먹었다.

프라이데이 나잇이라고 영화까지 한 편 본 아이들은 눕자마자 곯아떨어졌다.

오랜만에 꽉 채워 움직인 하루. 쉼도 뿌듯하지만 오늘 같이 쉴 새 없는 움직임도 참 뿌듯하다.


내일은 아침 일찍 일어나 씨리얼 후딱 먹고 한 번도 안 가본 마우나케아 호텔 비치에 가서 1년 만에 만나는 소중한 인연과 시간을 보낸다.

벌써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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