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여행에서 방 한 칸 선뜻 내어주신 마할로 님 부부, 나의 하와이 생활에 자주 등장하는 코나에 사는 한국인 친구, 오아후 한 달 살기 중인 친구, LA에 사는 밥언니... 모든 인연은 그 커뮤니티로부터 시작되었다.
여행하며 얻은 여러 가지 정보들과 체득한 팁들을 공유하고 서로의 여행을 응원하는 그곳에서 말이다.
어제 만났던 밥언니는 이 카페에서 여행 기간이 겹쳐 우연히라도 꼭 한번 만나기로 했던, 작년에 처음 얼굴을 마주한 인연이다.
작년 8월, 2023년에만 무려 세 번째 하와이 여행인 언니를 만난 장소는 바로 카할루우 비치다. 처음 약속을 정할 때 정말 막연하게 장소만 정했었다. 그리고 여행이 가까워지면서 날짜와 시간을 구체적으로 정한 것이다. 사실 구체적인 시간을 정한 것도 아니었다. 어차피 나는 종일 여기 있을 테니 네가 편한 시간에 와서 같이 스노클링 하자-는 것이었다. 직접 만났을 때도 첫인사는 카페에서 나누었으니 잠깐의 인사 후 바로 입수. 밥언니는 큰 아이를 데리고 먼바다까지 스노클링을 나갔다 와 주셨고, 나는 작은아이와 근처를 뱅뱅 돌며 스노클링을 했다. 나는 스노클링은 좋아하지만 물과 친하지는 않기 때문에 이수를 데리고 멋진 바다구경을 시켜준 어찌나 언니가 고마웠는지 모른다.
2023년 8월의 카할루우
하와이만 17번째, 그것도 빅아일랜드 코나만 17번의 여행을 온 언니를 어제 만나고 오늘 또 만나기로 했다. 역시 그곳, 그녀의 최애 비치에서.
열일곱 번, 진짜 고수의 최애 비치 카할루우
오늘의 만남은 코나 사는 한국 친구와 함께 하는 약속이었다.
언니는 오늘도 1년 전처럼 종일 카할루우에 있게 될 것 같으니 편할 때 와서 같이 스노클링을 하자고 했다. 코나 여행의 진짜 고수 밥언니의 가족은 카할루우를 제일 좋아하는 비치로 꼽았다. 다른 곳을 도전해 봐도 카할루우만큼 만족스러운 스노클링 스팟을 찾지 못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번 여행으로 마우나 케아 호텔 비치가 공동 1등으로 등극한 것 같다. 호텔과 비치가 가까워 좋고, 바닷속이 맑고 어종이 다양해 스노클링을 사랑하는 언니에게는 최고였다고. 아무래도 숙소가 북쪽일 때는 마우나케아 비치가, 다운타운 가까운 쪽이면 카할루우가 제일 좋은 스노클링 스팟이지 않을까.)
나는 어제의 9시간 비치 대장정의 여파로 늦잠을 잤다. 평소의 아침은 아이들의 드림렌즈를 빼주고, 도시락을 싸야 하므로 늦잠 불가였으나 오늘 아침은 모든 것에서 자유로운 날이라 아무도 나를 깨우지 않았다. 고맙게도 남편이 아이들과 아침식사를 해결하고 내일 할 수학 예습까지 다 했다고 한다.
카할루우 비치에 부지런히 가자니 몸이 따라주질 않았는데 마침 아이들이 콘도 수영장을 먼저 가고 싶다고 했다. 나는 세 사람의 점심 준비를 해놓고 코나 사는 친구와 티타임을 가지기 위해 외출을 했다. 남편이 수영장에서 나오는 대로 아이들 점심을 먹이고 카할루우 비치로 오기로 했다.
친구와 간 곳은 또 '코나 커피 앤 티'.
집에 머신용 커피가루를 사놓아서 이미 모닝커피를 했지만 나는 정말 맛있는 라떼로 하루를 시작하고 싶었다. 역시나 만족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카할루우 비치로 향했다.
tip) 카할루우 비치파크는 유료 주차장이 있고, 비치에서 가까워 편리하다. 4시간에 12불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하지만 카할루우 비치만 팠던 밥언니의 조언으로 우리는 언덕길 무료 주차구역에 주차를 했다.
로컬은 유료 주차장도 무료라서 코나 사는 친구는 당당히 주차를 했는데, 나도 그러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하와이에 살고 싶다, 또 그 생각.
사진에서 보이는 멀찍한 언덕이 무료 주차구역이다
작년에 처음으로 카할루우에 몸을 담갔었던 나는 어린 물고기와 산호, 거북 보호 등등 아주 까탈스럽다 느낄 정도로 지적을 하는 관리인(?)들이 있어 여간 눈치 보였던 게 아니다. 스노클링 하다가 일어나서 바닥을 밟으면 안 된다. 수영을 잘 못하는 나는 겁나면 일어나야 하는데 밟으면 안 되는 산호들이 깔린 카할루우 비치는 참 부담스러웠다. 하지만 깊은 물속으로 쉽게 접근이 되어 조금만 견디면 각종 물고기들과 마주할 수 있으니 부담스럽고 눈치 보이는 것쯤이야참을만하다.
오늘은 믿을 구석, 라이프가드 자격증도 있겠다 한강 수영대회도 나갔겠다자신감 충만하신 남편이 있으니 카할루우 스노클링을 즐기기 딱 좋은 조건이었다. 하지만 얼마 전 다친 엄지손가락의 회복이 더뎌서 오늘은 그냥 쉬는 것이 나을 것 같다는결론을 내리고 쭉 뭍에서 쉬었다.
오전에는 훨씬 더 맑고 물고기도 많다고 들었지만 2시가 다 되어 도착한 비치도 참 맑고 투명하고 잔잔했다.
언니와 코나 친구와 셋이서 짧은 시간이지만 코나 예찬 수다를 한바탕 털어내고 나니 이미 아침부터 카할루우에서 스노클링을 하고 나온 밥언니 가족이 돌아가야 할 시간.
일주일 간의 여행을 마치고 화요일 밤에 돌아가야 하는 밥언니를 이번 여행에서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코나 사는 친구도 밥언니 가족이 떠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집으로 가고, 우리 네 식구만 카할루우 비치에 남았다. 아, 우리 식구 또 9시간 각인데...
남편이 뭍에서 쉬는 나 대신 두 아이를 번갈아 물에 데리고 들어가 스노클링을 했다.뭐, 내가 물에 들어갔다 한들 아이들보다 수영을 못하고 더 겁이 많아서 도움이 되기는커녕 남편 혼자 셋을 케어해 가면서 스노클링을 했어야 했을 것이다.
Special thanks to
오전 내내 수영장에서 놀고, 밥 먹여 비치에 데리고 오고, 물에서 나올 틈 없이 스노클링 하고...
집에 돌아와서 또 수영장에서 한바탕 놀고 들어와 준 남편에게 더없이 감사♡
늘 육아에 진심인 남편이지만 오늘 특히 더 수고하셨습니다.
이제 다음 주만 지나면 캠프도 끝나고, 평일에도 주말처럼 종일을 어디 한 곳 파고 올 수 있는 시간이 생긴다.
주중에 아이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어 보고 화산공원 분화구 트래킹, 마우나케아 별 관찰, 힐로구경, 와이메아 구경, 돌핀 퀘스트 등 남은 3주 계획을 잘 세워봐야겠다.
무엇보다 먼저 이번주 월, 화, 수 안에 남편이 하고 싶어 했던 서핑강습을 꼭 해야 하고 남편의 강습시간에 내 오래된 동화 발행도 꼭 해야 한다. 목요일은 아이들 공연이 있고 금요일은 애프터파티를 하는 것 같아서 우리 둘의 시간은 이제 월화수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