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트코가 다가 아님을 2주가 지난 지금에야 슬슬 알아가고 있다. 작년에도 이미 알고 있었지만 이상하게 여기만 오면 자동으로 코스트코를 가고 있더라.
코스트코에 가면 갑자기 살게 많아지고 장 다 보면 치즈피자와 핫도그는 꼭 먹어줘야 할 것 같고 그러다 보면 애들 데리러 갈 시간이 되고 한 거 없이 오전 시간이 통째로 없어진다. 집에 와서 보면 우유랑 계란 사러 갔었는데 2-300불 쓰고 왔고, 다음엔 안 간다 하면서 차 기름 넣으러 가는 김에 또 거기에 들어가고 있는 우리를 발견한다.
그러나 드디어, 오늘은 극복했다, 코스트코 행을.
얼마 전 하와이 사는 지인의 지인이 세이프웨이 주유소도 코스트코만큼 저렴하다는 팁을 줘서 기름도 꽉 채워놨겠다, 곧 캠프가 끝나니 밥 할 일이 반으로 줄 것이고, 2주 사는 동안 이것저것 사놓은 것들이 많은 상태이니 오늘은 kta에 가서 우유랑 계란 가격이나 알아보자. 차이가 너무 나면 내일 코스트코 가지 뭐, 하는 마음으로 갔는데 계란 우유뿐 아니라 다진 소고기, 갈비용 소고기, 찌개용 돼지고기, 간식 등을 포함해서 72불 썼다. 아주 알차게 만족스러운 장보기를 했다.
3일 연속, 하와이 홀릭끼리 만나면 내일도 만나게 됩니다
날씨가 너무 좋아서 코나 번화가에서 밥을(물론 우리는 오늘도 아이들 점심과 같은 무슈비지만) 먹고 들어가기로 했다.
밥언니네 가족이 킹카메하메하 호텔(이하 킹캠 호텔)로 옮겼는데 볼 수 있으면 보자셨다.
어제 헤어질 때 밥언니는 오늘도 카할루우를 가 있을 예정이라고 했었다. 하지만 열일곱 번의 코나 방문 중 40번 정도 갔었던 카할루우인지라 연속으로 안 가도 미련이 없을 터. 게다가 아침에 호텔에서 돌고래 떼를 보고 달려 나가 바다로 뛰어든 덕분에 한바탕 돌고래와 수영을 즐겼다하시니, 다 이루었도다!
킹캠 호텔 주변을 돌다가 주차 자리가 없어서 다른 곳에 차를 대고 코나 부두로 향했다. 킹캠 비치에 가 본 적 없는 나는 위치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진 않았기 때문에 언니에게 킹캠 호텔 비치까지 찾아갈 시간이 없을 것 같다고 카톡을 보내고 있는데 저쪽에서 낯익은 흑발의 여성이 달려온다. 밥언니다!
우리는 만나자마자 반가운 인사 따윈 시간낭비, 본론으로 들어가 오늘 오전 돌고래와 함께한 언니의 동영상을 보며 탄성을 질렀다. 밥언니는 쏟아지는 감동으로 한껏 들떠있었다.
내친김에 물었다. 언니 1위가 카할루우에서 바뀌었어요?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여전히 카할루우가 제일 좋다고 했다. 호텔 비치는 그만의 편리한 매력이 있지만 어느 곳을 가도 카할루우를 대체할 곳을 찾지 못했다고.
말나 온 김에, 내일 저녁비행기라 아침에 카할루우 갈 건데, 시간 되면 와.
쿨. 내. 진. 동
어쩌다 우리는 여전히 확약을 하진 않은 채 내일도 만나기로 약속을 했다.
이야기를 듣는 동안 멀찍이 수영하는 돌고래 떼를 볼 수 있었다.
돌고래야, 너희도 하와이가 정말 좋은가보다. 작년에도 매직샌즈에서 한 시간을 사람들과 수영하다 가더니 오늘은 아침부터 있었다면서 어쩜 점심까지 쭉 거기서 놀고 있니. 너희도 여기가 좋아서 계속 맴도는 거니?
하와이 바다에서 돌고래를 만난다면? 뭣하고 서있어? 무조건 바다로 뛰어드는 거야!
아이들과 함께 하기 좋은, 접근성 최고의 예쁜 비치
언니의 생생한 돌고래 이야기를 듣고 하와이 바다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시간이 흘렀다. 우리는 언니와 헤어지면 둑방에 앉아 밥을 먹으려고 했는데 킹캠 비치에 가잔다. 어... 시간이 촉박한데...
하지만 우리는 홀린 듯 밥언니의 안내로 킹캠 비치를 가게 되었다.
그런데!
음... 여기라면... 코나 피어 근처 둑방에서 물놀이할 때, 캡틴쿡 스노클링 하러 크루즈 타러 갈 때 본 적 있던 바로 그곳? 이렇게 허무할 수가! 비치로 이동한 게 아니라 옆으로 잠시 자리를 옮긴 정도의 거리였다.
번화가에 딱 붙은 편한 위치에 이런 비치가 있다니. 최고다.
tip) 사진에서 보이는 곳은 무료 주차구역인데 자리가 별로 없다. 왼쪽에 둑이 있어서 아이들이 물놀이를 하고 스탑 사인 안으로 들어가면 크루즈 승선 하선 장소다. 사진에 보이는 작은 건물 뒤편이 바로 킹캠 호텔 비치다. 호텔 비치 하면 마우나케아 호텔, 하푸나 호텔, 마우나 라니 호텔 등 호텔을 둘러 돌아가거나 퍼블릭 주차장에서 매우 멀거나 했기 때문에 그냥 길 가다 나오는 저기가 호텔 비치라고 생각을 못했던 것이다.
사실 찾아가기 편하게 아무개호텔 비치라고 하는 것이지 비치들이 호텔의 소유는 아니다.(하지만 투숙객을 위해 호텔 앞의 비치를 잘 관리하기 때문에 일반 방문객들도 쾌적한 비치를 즐길 수 있는 것이니 고맙기는 한 일이다. 비치체어 두고 자리 맡는 건 관리에 대한 대가 정도인 건가...)
우리는 코나 번화가에 작디작지만 충분히 여유로운 비치가 있다는 것에 감탄했고, 동시에 이미 많이 늦은 발견이라 허무함도 컸다. 뭐, 지금이라도 알았으니얼마나 다행인지...
아이들이 이곳을 충분히 즐겼다면지루할 새 없이 부드러운 모래로 성을 쌓으며 시간을 보내면 된다. 또, 바로 옆 부두의 둑방 아래로 다이빙을 해도 좋을 것 같다(둑방은 파도가 세거나 물이 깊어지면 조심해야 한다. 작년에 이곳에서 다친 깊은 상처가 내 팔에 남아있다).
코나 부두에 가서 킹캠비치를 안 가는 것은 보석을 옆에 두고 나중에 꼭 가지고 싶다고하는 것과 같다. 킹캠 호텔 투숙객이 코나 부두에 가보지 않는 것도 똑같다.
잔디에 앉아 무슈비를 먹으며 이야기하는데, 둘만 온 여행 같은 기분이 들었다.
여보, 늦겠다, 가자.
뮤지컬 공연이 코앞이지만 놀이터는 못 참지
2024년 8월 1일 목요일 오전 11시 30분, 알로하 씨어터에서 어린이들의 순수 창작 뮤지컬을 감상할 수 있다.(누구든지 오시오. 내 티켓 사리다)
아이들은 코스튬을 하고 최종 연습을 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긴장되는지 집에서 연습하는 횟수가 늘었다.
오늘 아이들은 알로하 씨어터에서 오는 길에 새로운 놀이터를 찾아가 놀다 왔다. 물론 나는 집에서 쉬었고 남편이 수고해 주었다. 덕분에 오랜만에 한국에 있는 여동생과 한 시간 가까이 수다를 떨었다.
새로운 놀이터에서 충분히 에너지를 발산했는지 오늘은 수영장도 안 간단다.
뮤지컬 연습을 하며 저녁식사를 기다리는 내 강아지들.
이수는 춤추는 것을 좋아하는데 뮤지컬이다 보니 기존의 K팝 댄스나 발레, 워십댄스와는 전혀 다른 안무를 하게 되었다. 자신 있게 시연하던 중 너무 귀엽다며 큭큭 웃는 아빠 때문에 놀리는 거냐며 한참 동안 오열을 하는 열살 큰아이. (나도 나중에 봤는데, 정말 귀여워서 큭큭 웃게 되는 동작들이다)
스파이시 포크 앤 베지터블 스튜라고 소개하고 고추장찌개를 올립니다
복작복작한 오후 시간, 오늘 장 봐온 걸로 저녁을 만들었다.
스파이시 포크 스튜. 물 반 돼지고기 반 넣고 푹 끓여 만든 고추장찌개.
하와이 와서 실력이 느는 걸까. 싹싹 비벼 잘 먹어주니 흐뭇하다. 간만에 너무 먹고 싶었던 샐러드도 만들어 먹어서 정말 만족스러운 식사를 했다. 이 와중에 조금 덜 단것 같다는 촌철살인 ESTJ 남편님. 네~네, 내일 아침엔 슈가 살짝 곁들인 스튜, 다시 올리겠어요.
이준이가 말했다.
엄마 이제 하와이가 3주밖에 안 남았어.
즐긴 시간보다 즐길 시간이 더 많이 남았는데 벌써부터 아쉬워하는 아이를 보니 참 잘 왔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