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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다운 김잡가 Aug 13. 2024

Day31_ 두 가지 이야기; '열밤'의 온도차/감동

기다리면 아니 오고 붙잡으면 날래 가더라

열밤

이제 밤만 지나면 하와이 간다!

아~~ 아직도 열 밤이나 남았어?

하. 시간이 왜 이렇게 안 가?


여행을 결정하고 열 밤 남겼을 때 아직 첫 숙소를 확정하지 않은 상태라 나와 남편은 고민에 고민을 하고 있을 때 아이들은 가지 않는 시간을 억지로 밀어내며 하와이 가는 날로 달려가고 있었다.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는 아이들의 열밤.

하지만 숙소를 빨리 구해야 하는 나의 촉박한 열밤.


또 다른 열 밤이 있다.


이제 우리 열 밤만 자면 한국 돌아가야 돼.

제일 하고 싶은 게 뭐야?


아이들은 아쉬운 한숨부터 내뱉는다.


비행기표 조금만 더 뒤로 미루면 안 돼?

다음에 또 길게 오지 말고 이사를 오자!


40박 41일의 하와이 일정 중 이제 10박 11일이 남았다.

사실 빅아일랜드 여행은 10박으로도 충분하고, 많은 사람들이 3-4일을 떼어 오아후로 가기도 하는 기간이다.

촘촘하게 잘 짜보면 뭐든 할 수 있는 열밤.

하지만 우리에겐 4분의 1만 남아 짧게 느껴지는 열밤.


기다리는 열밤과 돌아가는 열밤의 온도차.

인생도 그런 것 같다.

어른이 되고 싶어서 그렇게 기다려도 오지 않던 스무 살인데 스물이 되어보니 눈 깜짝할 새 서른 지나 마흔 다 됐더라.

감상에 젖은 정신줄 부여잡고 스물, 서른 젊은 날 그리워 하기보다는 마음껏 행복한 오늘을 보내면 빛나는 쉰이 되어있을 거라고 주문을 걸어 보지만, 사실 서운함을 감출 수 없는 것이 시간은 빨리 스물이 되고 싶은 아이들의 편인 것만 같아서.


브런치 연재를 결심하면서 천천히 코나스럽게 40 밤을 보내고 싶었는데, 30 밤 여유로이 살아보니 나머지 열밤 정도는 촘촘하게 지내보는 것도 참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감동

늘어지는 아침을 보내고 정오에 한인교회에서 예배를 드리고 왔더랬다.

잠자리에 들기 전 큰아이가 나에게 말을 건다.

오늘 찬양 가사에 하나님께 감동했다고.

어떤 찬양일까 물으니

'상한 갈대 꺾지 않으시는, 꺼져가는 등불 끄지 않는

그 사랑 변함없으신...'

왜냐 물으니

하나님은 아무리 약해도 끝까지 지켜주시는 거라서.

아이의 말에 나도 감동했다.

그분도 너의 마음에 감동하셨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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