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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다운 김잡가 Aug 15. 2024

Day32_돌고래 보고 뛰어든 깊고 깊은 그 바다에

우리 넷이 함께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인생 스노클링을 할 수 있는, 마후코나 비치파크

이른 아침 무슈비를 싸서 마후코나에 갔다. 물론 내 정보력으로는 선택할만한 곳은 아니었고 마할로님 부부와 동행했다. 여행이 깊어질수록 로컬 지인이 있다는 것에 더 감사하게 된다.  

로컬들이 애정하는 마후코나 비치파크는 여행객들이 방문 목록에 꼭 넣는 곳은 아니지만 내 지인이 하와이 빅아일랜드, 코나에 여행을 간다면 꼭 가보라고 추천하고 싶은 곳이다. 백사장 곱게 펼쳐진 휴양지 느낌의 바다는 아니지만 그 이상의 만족감을 느낄 수 있는 곳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옛 항구 자리. 지금은 현지인들이 낚시와 스노클링을 한다
서있으면 노란 물빛이 마치 은행잎이 우수수 떨어진 듯 하지만 옐로탱이다.


모래가 없기 때문에 수건 하나 걸쳐 들고 두어 시간 로컬처럼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나는 수영을 잘하지 못하기 때문에 낮은 곳에 산호들이 있으면 보호차원에서 일어날 수 없기 때문에 물 위에 납작하게 뜬 채 산호 밭을 빠져나가기 전까지 여간 힘든 것이 아니다. 또, 길고 뾰족한 가시를 뽐내는 성게를 보면 겁이 먼저 나서 바로 밖으로 나와서 다시 들어가지 않는다.

그런데 마후코나는 입수 시점부터 이미 내 키를 넘어서는 깊은데 바닥에 둥근 바위들이 보여서 첫인상부터 참 좋았다. 수영 왕초보인 나는 도착하자마자 맨눈으로 옐로탱들을 마주했고, 심히 맑은 에메랄드빛 바닷물에 마음을 빼앗기지 않을 수 없어 스노클링을 하고 나왔다.


안 들어갈 수 없었다. 너무나 아름다운 이곳은 많이 깊지 않아 편하게 스노클링을 즐길 수 있다.

깊은 곳은 갈 생각이 없었는데 딸아이가 꼭 다녀오라며 엄지를 치켜세운다. 내가 겁이 많은 걸 아는 남편도 다녀와도 될 것 같다고 한다. 용기를 내 멀찍이 발길질을 해 나갔다. 안 왔으면 어쩔 뻔했나, 몰디브 이후 이토록 아름다운 바다는 처음이다. 산호들이 살아있어 형형색색 아름다운데 거기에 내가 하와이에서 봤던 모든 물고기들과 생전 처음 보는 물고기들이 우르르 떼 지어 몰려다니는 것이 마치 일부러 내 눈앞에서 멋진 쇼를 하는 것만 같다. 구명조끼에 의지하면 겁날 것 없는 나이기에 더욱더 잘 즐길 수 있었던 것 같다.

다만 이곳은 간이화장실이고 샤워시설이 없고 라이프가드가 없기 때문에 전체적인 편의와 안전 면에서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용기내어 멀리까지 나간 것이 탁월한 선택이었다.
아들은 바다 뒤 옛 터들을 탐험하는 것도 참 즐거워 했다.


돌고래가 나타나 두 아이와 함께 뛰어든 남편.

열심히 따라가던 중에 갑자기 인지하게 된 깊은 바다에 공포를 느낀 딸은 일찌감치 돌아왔고, 남편은 잠시 큰아이 달래며 돌아오도록 도와주는 사이 작은 아이가 눈에 보이지 않아 심히 당황스러워했다. 있어야 곳에 아이가 보이지 않는 상황, 망망대해에 아이가 없어진 줄 알고 심장이 내려앉은 남편의 마음이 너무 공감이 돼 나도 눈물이 그렁거렸다.

사실 아들은 우리가 있는 곳을 보고 열심히 발길질을 해 육지로 돌아오고 있었고, 남편이 그 작은 머리통을 미처 보지 못했던 것이다.

열심히 돌고래를 향해 내달리는 세 사람
핑크색 부의가 남편과 아이들 위치, 오른쪽 가까운 거리에 돌고래 핀이 보인다.

아래 사진을 보면 도착한 지 얼마 안 된 마후코나. 우리와 한 팀만 있었는데 오후 한 시가 넘어가니 로컬들이 물 가까이에 차를 댄다.

마후코나의 최장점 중 하나는 샤워시설 등이 없는 대신 주차를 하자마자 바로 바다에 뛰어들 수 있는 환경이라 정말 편하다는 거다.

우리가 있는 동안 차들이 열 대도 넘게 왔는데 로컬답게 잠시 다이빙과 스노클링을 즐기고 휙 떠나는 상황의 반복이라 전혀 혼잡스럽지 않았다. 아마 월요일이라 더 한적했는지도 모르겠다.


우리의 추억, 하푸나 비치파크

돌아오는 길에 남편이 예쁜 사진을 찍고 싶다며 이국적인 멋진 비치뷰를 원했다. 그렇다면 북쪽 끝 마후코나에서 멀지 않은 하푸나 비치파크, 우리 가족의 빅아일랜드 여행 추억이 담긴 최고의 장소다.

나는 첫 빅아일랜드 방문 때 이곳에서 큰 아이의 예쁜 뒷모습을 남겨 지금까지도 자주 꺼내보는 추억인데, 이곳에 작년에 와서 비슷하게 사진을 남겼고, 올해도 그렇게 했다.

이수 이준이가 무럭무럭 자라나듯 하푸나 비치에서 우리를 반기는 저 멀리 야자수가 참 많이도 자랐다.


긴 여행을 즐기며 기록할 수 있는 지금이 참 소중하게 느껴졌다.

우리 네 식구 사진을 찍으며 남편에게 농담처럼 건넸다.

아까 그 바다에 진짜 이준이가 없어진 거면 어쩔뻔했어...

새삼 이 순간 우리 식구 완전체 넷 모두 웃으며 기념사진을 남길 수 있는 것이 행복이고 축복이며 이미 차고 넘쳐 충만한 나날임에 감사가 절로 나온다.


오늘 길에 코나 커피 앤 티에 들러 커피를 한 잔 샀다. 처음으로 오후 늦은 커피를 이곳에서 즐겨본다.

아이들이 오락실에서 남은 에너지를 탈탈 털어내는 동안 즐긴 커피타임의 여유.

심지어 4시 이후는 10% 할인까지 해주어서 아이스라떼와 함께 투샷 에스프레소를 주문해서 집으로 돌아와 우유를 넣어 라떼 한 잔을 더 만들어 먹었다.

이토록 완벽한 하루가 또 있을까.

오늘따라 '행복', '감사'라는 말이 유독 많이 나오는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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