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헐리우드 영화 『슈퍼맨 1978』, 『매트릭스』, 『12 몽키즈』, 『나니아 연대기』, 『그린마일』의 공통점이 있습니다. 이들은 사이언스 판타지나 사이언스 픽션, 어린이 모험 판타지 혹은 범죄 판타지 영화로 다른 내용을 다루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성경 이야기이며 주인공들은 모두 기독교의 메시아 즉 구원자 캐릭터입니다. 오늘은 이 중 만화 주인공에서 시작하여 미국 대중문화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은 슈퍼맨 속에 숨겨진 모세(예수님)를 만나 봅니다.
1930년 대 유럽. 유대인들에게 구약과 신약시대 겪었던 시련이 또 다시 반복됩니다. 이집트 파라오 그리고 로마 출신 이스라엘 총독의 역할은 이제 나치당의 리더이자 독일 총통(1933-1945) 히틀러입니다. 그의 등장과 함께 유대인들의 역대급 수난이 시작됩니다. 나치의 무자비한 탄압과 학살에 맞서 어떤 저항도 할 수 없었던 유대인. 그들이 할 수 있는 건 기도 아니면 살던 곳을 떠나 미국으로 이민 가는 길 뿐이었습니다. 유럽에 남아있건 혹은 운 좋게 미국으로 탈출을 했건 유대인들은 새로운 모세, 구원자의 출현을 간절히 기도 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들의 기도는 응답받지 못했고 기다리던 모세는 끝내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초인적 영웅들은 절실하게 구원을 원하는 사람들 마음에서 탄생한다”고 했나요? 현실의 모세는 나타나지 않았지만 상상속의 모세가 등장합니다. 바로 만화 캐릭터 슈퍼맨입니다. 이 허구의 슈퍼 히어로가 유럽에서는 독일의 나치가 등장하고 미국에서는 경제 대공황이 한창이던 1934년에 유대인계 미국인 제리 시걸과 조 슈스터에 창조되었다는 건 결코 우연이 아닙니다.
1934년 어느 날 슈퍼맨 전설에 관한 아이디어를 떠올린 제리 시걸. 그는 3 주 분량의 만화 대본을 썼고 그의 고교시절 단짝 슈수터에게 그림을 부탁합니다. 그들은 슈퍼맨이 앞으로 미국의 위대한 만화 캐릭터가 될 것을 확신하며 정성들여 만든 만화 시제품을 미국의 모든 만화담당 에디터에게 보냅니다. 총 3 년 간 시도했지만 돌아온 답은 한결같이 “노” 였습니다. 시장은 이미 휴고 대너 (1930), 세도우 (1930), 딕 트레이시 (1931), 코난 (1932), 문맨 (1933), 프래시 고든 (1934), 마법사 맨드레이크 (1934) 오컬트 박사 (1935), 팬텀 (1936), 도미노 레이디 (1936), 딘키 (1936), 올가 매스머 (1937), 쉬나: 정글의 여왕 (1938), 자타라 (1938), 팻맨 (1938) 등 온갖 종류의 수퍼 영웅 캐릭터들로 차고 넘쳤기 때문입니다. 유럽의 불안한 정세와 미국의 경제 대공황으로 모두가 힘든 시기 미국의 만화 시장은 슈퍼 히어로의 출현을 고대하는 미국인들의 마음을 벌써 간파하고 있었나 봅니다.
그렇게 허송세월을 한 지 4년 차 되던 1938년. 시걸과 슈스터에게 드디어 기회가 찾아옵니다. 그 당시 미국의 연합 만화 출판사 (DC Comics 의 전신)에서 액션 만화를 기획했는데 이 책에 들어갈 만화의 양이 충분하지 않았습니다. 빈칸으로 출판하는 거 보다 아무 거라도 채우는 게 낳지 않나 하는 생각으로 (이미 거절한 바 있었던) 슈퍼맨을 채택합니다. 그것도 130 달러 (지금 화폐 가치로 약 2000달러)라는 헐값으로. (1978년 『슈퍼맨』 영화 단 한 편으로만 3억불이 넘는 수익을 거두는 초 대박을 터뜨렸는데. . . 저작권에 대한 개념이 없었던 그시기 아무 생각없이 계약한 원작자는 평생을 후회 속에서 살게 됩니다.) 어쨌든 그렇게 미약하게 시작된 슈퍼맨은 1930년대 미국 만화 시장에 깔려있던 모든 슈퍼 히어로들을 평정 슈퍼맨 신드롬을 일으키며 불멸의 수퍼 히어로이자 미국 문화의 아이콘이 됩니다.
푸른 망토를 걸치고 가슴에 붉은색 에스(S) 문양의 셔츠를 착용하고 하늘을 날며 악과 싸우는 슈퍼맨. 전 세계 어린이들의 영웅 슈퍼맨은 사실 성경의 모세(예수님) 캐릭터입니다. 모세와 예수님은 시대만 다를뿐 서로 닮은 기독교적 관점의 구원자입니다. 먼저 출생의 비밀입니다. 모세와 예수님 둘 다 친 부모와 실제 양육하는 부모가 다릅니다. 성경을 보면 미래의 구원자가 될 아기는 항상 출생하자마자 목숨을 잃을 위험에 처하고아기는 친부모에 의해 다른 지역으로 보내집니다. 이후 아기는 양부모(모세는 이집트의 공주, 예수님의 기록은 없음)에 의해 양육 즉 육체적 성장을 합니다. 이후 모세는 버닝 부시(Burning Bush)를 통해 그리고 예수님은 광야의 40일을 통해 하나님을 만나 영적 깨달음을 얻고 고향으로 돌아가 신음하는 이스라엘 민족의 구원자가 됩니다. 이 성경 이야기는 유대계 이민 2 세대로 태어난 제리 시걸이나 죠 슈스터에게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춘향전』이나 『흥부전』처럼 친숙한 이야기입니다. 제리 시걸의 슈퍼맨이 만화로 출판된 후 라디오 쇼, TV 드라마, 뮤지컬, 영화 등 다양한 매체로 제작되면서 스토리가 약간씩 변형되기는 했지만 이야기의 기본 서사는 성경에 나오는 모세(예수님)의 이야기입니다.
슈퍼맨의 본명, 출생, 양육과 성장 그리고 인류를 괴롭히는 악과 싸우는 모습은 모세 (예수님)를 상기시킵니다. 작가의 이러한 의도는 먼저 주인공의 이름에서 드러납니다. 시걸은 슈퍼맨을 칼 엘(Kal-El) 그의 아버지를 조 엘(Jor-El)로 명명합니다. 엘은 히브리어로 하나님을 뜻하는 단어. 엘의 이름을 가진 베이비 슈퍼맨이 하나님의 아들임과 동시에 하나님이라는 뜻입니다. 또한 아기 슈퍼맨도 성경의 영웅들처럼 출생의 비밀이 있습니다. 슈퍼맨 탄생시 그가 태어난 행성 크립톤은 파멸의 위기를 맞습니다. 모세나 예수님처럼 막 태어난 아기의 생명이 위협을 받는 상황입니다. 이에 크립톤 최고의 과학자인 슈퍼맨의 아버지는 아기 슈퍼맨을 캡슐형 로켓에 태워 지구로 보냅니다. 아기 모세를 담았던 파피루스로 만든 작은 바구니가 훗날 과학의 발달로 로켓이 된 것이죠. 그가 탄 소형 우주선은 캔사스의 가상도시 스몰빌에 떨어지고 아기는 캔사스 농부인 켄트부부에 의해 입양되어 성장합니다.
그렇게 친부모가 누군지 모르는 채로 입양된 슈퍼맨은 이제 18살의 청년 클라크로 성장합니다. 이제 모세와 예수님처럼 청년 슈퍼맨도 육체적 성장 후 하나님과 만나게 됩니다. 민족의 구원자로 거듭나기 반드시 거쳐야 하는 영적 성장의 과정입니다. 슈퍼맨의 아버지 조 엘(하나님)은 이제 청년이 된 슈퍼맨을 보고 이렇게 교육합니다. 첫 째,
칼엘, 인간들에 섞여 인간처럼 살면서 너의 힘을 필요로 하는 곳을 찾아라. 그러나
너의 특별한 유산을 언제나 자랑스럽게 생각해야 한다. 인간들은 그들이 원한다면
위대해 질 수 있어. 다만 그 길을 비추는 빛이 없을 뿐이야. 무엇보다도 선을 행할
수 있는 그들의 능력 때문에 난 너를 인간들에게 보냈다. 내 유일한 아들을.
이 말은 사실 다음과 같은 성경 말씀입니다.
하나님의 사랑이 우리에게 이렇게 드러났으니, 곧 하나님께서 당신의
독생자를 세상에 보내 주셔서, 우리로 하여금 그로 말미암아 살게 해주신
것입니다. (요한 1 서 4 장 9 절)
그리고 이어서 아들에게 이렇게 경고합니다.
너의 적들은 너를 아프게 할 유일한 방법을 알아낼 것이다. 그건 네가 사랑하는
인간을 아프게 하는 것이다.
여기에서 하나님이 말씀하시는 인간의 적은 사탄입니다. 그는 뱀으로 변신하여 아담과 이브를 유혹하여 금단의 열매를 따먹게 한 장본인이죠. 하나님이 사랑하시는 당신의 피조물인 인간을 타락시킨 사탄. 존 밀튼은 『실낙원』 (제 2 부 345-377)에서 사탄 존재의 이유를 인간을 악의 편에 서게 하여 하나님의 마음을 아프게 만드는 것이라고 했죠.
이제 슈퍼맨은 자신의 특별한 정체성을 깨닫고 악으로부터 신음하는 미국을 구하는 임무를 수행합니다. 낮에는 평범한 신문사의 기자로 출퇴근하며 좋아하는 여자에게 말도 못 거는 수줍은 성격의 클라크 켄트. 그러나 인간이 위험에 처하면 번개처럼 나타나 구해주니 슈퍼맨의 인기는 하늘 높은 줄 모릅니다. (예수님을 따르는 자가 많아졌다는 말입니다.) 그러나 이를 시기하는 자가 있었으니 바로 미친 과학자 렉스 루토 입니다. 그는 비록 슈퍼파워는 없지만 사업과 정치에 능하고 과학 기술의 천재입니다. 인간에 대한 슈퍼맨의 인기와 영향력을 너무 질투한 나머지 슈퍼맨의 제거가 그의 삶의 목적이 됩니다. (즉 로마 당국과 가룟 유다가 나타난 거죠). 성경과 달리 픽션에서는 슈퍼맨이 사탄 렉스 루토와의 싸움에서 언제나 승리하지만 그 승리는 오래가지 않습니다. 렉스 루토는 바퀴벌레처럼 죽여도 죽여도 다시 살아나기 때문입니다. 그는 끊임없이 등장하여 슈퍼맨(예수님)이 사랑하는 인류를 위협하며 슈퍼맨에게 도전을 합니다. 그래야 슈퍼맨 시리즈가 계속되긴 하겠지만 우리의 삶에 결코 악의 존재가 없어지지 않는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1930년대 까지 미국시장에 쏟아져 나온 수없이 많은 슈퍼 히어로들을 대부분 잠재운 슈퍼히로 중의 슈퍼히로인 슈퍼맨. 슈퍼맨의 승리는 사실상 성경의 승리이며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성경적 서사의 승리입니다. 케이스 웨스턴 리저브 대학의 종교학과 티모시 빌 교수는 이렇게 이야기 합니다.
미국의 모세는 조지 워싱톤이다. 미국의 모세는 해리엇 툽 맨이다. 미국의 모세는
마틴 루터 킹 주니어이다. 미국의 모세는 사람들을 속박에서 해방시켜 새로운
정체성과 새로운 민족성을 깨닫게 인도해준 사람이다.
여기에 한 명이 더 추가되어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미국의 모세는 슈퍼맨이다. 미국의 모세는 악으로부터 고통 받는 사람들을 해방시켜주며 정의를 추구하는 초인이다.” 비록 슈퍼맨이 허구의 캐릭터이긴 하지만 그는 모세의 출애굽기와 예수님의 산상수훈으로 시작된 미국 청교도 역사와 전통(이전 글인 “트럼프와 미국의 복음주의” 참조)을 계승하고 상징하는 영웅적 초인입니다. 미국인들이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존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