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진정한 영웅은 누구인가?

by 유꼭또

성경에는 언급이 없지만 기독교의 가르침 중에 일곱가지 대죄가 있는데 그 리스트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음욕 (Lust) 2. 대식 (Gluttony) 3. 탐욕 (Greed)

4. 나태 (Sloth) 5. 분노 (Wrath) 6. 시기 (Envy)

7. 오만 (Pride)


인간이 타고난 충동에 의해 저지르는 이른바 칠죄종은 기독교 이전의 그리스 로마에서 유래되었으며 특히 아리스토텔레스의 니코마쿠스의 윤리학을 그 기원으로 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일리아드』를 읽으면 이 칠대대죄중 적어도 다섯 가지 죄가 호메로스의 이야기에서 비롯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바로 음욕, 탐욕, 시기, 분노, 오만입니다. 모두 인간의 열정(passion)과 관계된 단어들이며 인간을 정의하는 말이기도 하지요.『일리아드』는 바로 이러한 열정 즉 이성으로 제어되지 않은 지나친 열정의 위험성을 이야기 합니다.다. 첫 째가 음욕이며 바로 헬렌과 파리스의 모습이기도 합니다. 앞서 이야기 한 대로 헬렌의 이야기는 페미니즘을 이야기하는데 좋은 소재임은 분명하지만 작가들이 남성중심 사상이 고착화 되었던 시대의 사람들임을 감안해야 합니다. 헬렌은 앞서 이야기 한 대로 치명적인 미를 지닌 팜 파탈(femme fatale)과에 속하는 여성입니다. 그리스 신화의 키르케나 성경에 나오는 데릴라 같은 정통파는 아닐지라도 그녀의 미가 파괴를 불러 온다는 점에서 같은 계열임은 분명합니다. 특히 헬렌은 자신의 미에 훅 간 파리스만 파멸시키는 것이 아니라 수없이 많은 아케아 전사들과 트로이 군사들 그리고 트로이 제국마저 멸망시킨 점을 감안하면 그야말로 역대급 팜 파탈입니다. 여기서 호머는 단순히 미의 치명성을 이야기한 게 아니라는 점은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시인은 미인의 머리가 텅 비었을 때 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는 미모 앞에 아무 생각 없이 무릎을 꿇은 파리스도 마찬가지입니다. 즉 헬렌과 파리스를 통해 지혜 없는 미와 인간의 음욕이 한 침대에서 엉키면 얼마나 끔찍한 결과를 초래하는지를 보여줍니다. 헬렌은 자신 때문에 아케아와 트로이의 전쟁이 발발하고 수많은 희생자가 생기자 괴로워하면서 파리스를 떠나려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그녀는 자신을 데려오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 아프로디테를 원망하면서 다시는 파리스와 잠자리를 같이하는 일은 없을 거라고 단호하게 선언합니다. 그러나 그녀의 결기는 파리스가 사랑을 나누자는 말 한마디로 순식간에 사라집니다. 『일리아드』 초반부에 헬렌의 전 남편인 메네레우스가 파리스에게 대결을 신청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문제의 당사자끼리 한 판 붙어 문제를 해결하자는 거지요. 이 일대일 대결에서 패하고 가까스로 목숨만 건진 파리스가 귀가하여 헬렌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내 신경을 건드려 나를 시험대에 올리지 말아요. 메네레우스가 아테네의 도움으로 내게

승리를 거두었소. 허나 나도 나를 도울 신들이 있소. 다음번엔 내가 이길 거요. 자 함께

침실로 갑시다. 행복하게 사랑을 나눕시다. 사랑하고픈 욕망이 지금보다 더 큰 적은 없었던

것 같소. 당신을 처음 본 순간도 이렇진 않았소. 당신을 멋진 라시아다몬에서 내 배로

데려와 크레네 섬에서 서로 껴안고 밤을 같이 보낸 그 순간 말이요. 지금보다 당신을

더 사랑하고 더 달콤한 욕망을 느낀 적이 없소. ( 『일리아드』, 75)


다시는 파리스와 같은 침대를 쓰지 않겠노라고 선언한 헬렌의 마음을 녹이는 데는 퇴근하자마자 여자를 찾는 파리스의 한 마디면 충분했습니다. 음욕의 화신들 아닙니까?

아가멤논은 탐욕과 오만을 대표합니다. 아가멤논은 부모 덕에 회사 사장자리를 꿰찬 후 일 보다는 골프나 주식배당에 더 신경을 쓰는 금수저이며 능력 없는 재벌 2 세 판박이입니다. 제일 많은 지분 투자와 연장자임을 내세워 총사령관이 되긴 했으나 항상 제사보다 젯밥에 더 신경을 쓰는 인물로 묘사됩니다. 전투에 나가면 항상 가장 안전한 곳에서 어슬렁거리며 눈치를 보다 전투가 끝나고 전리품 나눌 시간이 되면 귀신같이 맨 앞에 나타나 항상 제일 좋은 물건과 최고 미녀를 차지합니다. 게다가 아폴로 사제의 딸 문제를 해결한답시고 가장 용감하고 죽기 살기로 열심히 싸우는 아킬레스의 전리품을 공개적으로 빼앗아 올 정도로 탐욕스러운 왕이었습니다. 권력자 갑질의 전형적인 형태이며 공정사회를 이룩하는 데 가장 큰걸림돌 중 하나이지요. 그는 총사령관으로서 부하들을 제대로 이끄는 능력도 부족합니다. 아킬레스를 돕기로 맘먹은 제우스는 아가멤논에게 이제 나가 싸우면 트로이가 금방 무너질 거라는 내용의 꿈을 보냅니다. 이 거짓 정보를 진짜로 믿은 아가멤논은 참모를 소집하여 트로이를 공격하기로 맘을 먹습니다. 이때까지 전세는 아케아 군에게 불리했으며 이미 10 년 차에 접어든 전쟁에 대부분의 아케아 전사들은 전의를 상실한 때였습니다. 그는 참모들을 불러 다음과 같이 말하며 부하들을 싸움터로 보내도록 설득하는 일을 자신의 참모들에게 미룹니다.

우리는 싸울 준비를 즉시 해야겠소. 하지만 난 먼저 그들의 싸울 의지를 시험하고자 하오.

이 싸움에는 승산이 없으니 잘 정비된 배를 타고 고향으로 돌아가자고 설득할 것이요.

그때 여러 참모들이 나서서 남아서 싸우자고 설득해 주시오. (『일리아드』, 41-2)


그래야 일이 잘못되면 참모 탓이고 잘되면 자기 공이라고 우길 수 있으니까요. 아가멤논은 정공법보다는 속임수를 더 좋아하며 리더로서는 꽝입니다. 그의 부족한 자질은 이 뿐만이 아닙니다. 그는 아킬레스가 화해를 청하자 자신은 사실 잘못한 것이 없으며 이 모든 게 신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고 구차한 변명을 했습니다. 이렇게 말입니다.


아케아 병사들이 당신이 말한 바로 그 점을 지적하며 나를 원망했어요. 그러나 나는 잘못이

없소. 그날 그 미팅에서 내 판단력을 흐리게 만든 이들은 어둠속에서 들어온 제우스와

운명 그리고 분노의 신이었소. 내가 내 권한으로 아킬레스의 전리품을 압수한 바로 그때 말

이요. 내가 어떻게 할 수 있겠소? 그 순간 어떤 힘이 상황을 완전히 장악해 버렸어요.

제우스의 맏딸인 아테가 우리를 장님으로 만들어지요. 그 저주 받을 영이 말이예요. 실체없는

발로 땅도 밟지 않고 사람의 머릿속을 왔다 갔다 하면서 혼란스럽게 만들고 이사람

저사람 망가뜨렸지요. ( 『일리아드』, 356)


학교 지각한 것을 꾸짖자 버스운전수 탓하는 학생과 뭐가 다른가요? 그는 트로이 전쟁 후 고국으로 돌아가지만 그는 자신의 처에 의해 무참하게 살해 됩니다. 아가멤논이 10 년간의 트로이 장기 출장 중 아내 크라이템네스트라가 바람이 났고 그녀는 자신의 정부와 같이 힘을 합쳐 남편의 명을 끊은 겁니다. 이 이야기만 해도 한 챕터 이상을 써야 하는 복잡한 내용이지만 여기에서는 탐욕과 오만한 자의 말로는 항상 비극적이라는 점 만 언급하겠습니다.

이야기의 주인공 아킬레스는 힘과 용기의 화신이지만 반면에 분노와 지나친 프라이드의 상징이기도입니다. 아킬레스는 피티아 왕국의 왕인 펠레우스와 여신인 어머니 티티스 사이에 태어난 왕자인 점 앞서 이야기 했지요. 탄생 직후 스타익스 강물에 몸을 담그게 되면 그의 신체는 무적이 된다는 예언에 따라 엄마에 의해 강물에 빠졌습니다. 그러나 그의 엄마가 아기의 두 발의 힐 부분을 손에 잡고 아이를 강물에 빠뜨리는 바람에 물이 닫지 않은 그의 발 뒷굼치는 아킬리스의 가장 약한 부분이 되고 말았습니다. 오늘날 영어로 최대의 약점이란 의미의 아킬리스의 힐 (Achilleus’s heel)이 여기에서 유래된 표현입니다. 아킬레스란 이름은 고대 그리스 버전의 양인살(羊刃殺)로 볼 수 있습니다. 동양식 사주팔자에서 양인살(羊刃殺)이란 말은 양(羊)을 칼(刃)로 벤다(殺)는 의미. 즉 칼을 지니고 태어난 강한 사람이란 말이죠. 양인은 천간의 기운이 지지에 가장 강력하고 최정점의 힘을 얻었을 때를 말하는데 이 사주를 지닌 사람은 불굴의 의지와 기상이 있으며 지기 싫어하고 고집이 세며 강한 힘을 갖고 태어난다 하지요. 칼은 힘과 호전성을 상징하는 단어입니다. 여러모로 아킬레스가 연상됩니다. 양인살의 사주를 지닌 사람의 운명은 자신이 지닌 칼 즉 자신의 강력한 힘과 고집이 센 성격에 의해 결정된다고 하는데요 즉 힘을 잘 쓰면 구국의 영웅이 되지만 잘 못 쓰면 만고의 역적이 되기도 한다는 말입니다. 우리는 주인공인 아킬레스가 전쟁터에서 자신의 분노가 어디로 향하는 가에 따라 고통의 주체가 바뀌는 것을 목격했습니다. 그 계기가 바로 강한 자존심과 충동적인 성격 탓입니다. 일단 자존심에 상처를 받으면 그 어떤 충고도 거부하며 분노에 사로잡혀 주체를 못하고 그 어떤 타협도 거부하는 성격 말입니다. 호메로스는 그의 비극을 바로 이러한 주인공의 성격과 연결시킵니다.

영웅은 어떤 사람인가요? 호메로스가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 중의 하나입니다. 『일리아드』가 그리는 전사사대의 영웅의 모델은 물론 아킬레스입니다. 전쟁을 해서 식량과 재물을 약탈하고 사람을 잡아다가 노예로 만들어 노동력을 확보하며 살았던 그 시절 여자가 설자리는 없었을 것입니다. 암탉이 울면 나라가 망한다는 교육이 필요 했을 때 였으니까요. 지금은 솔직히 여성을 울리면 나라가 망하는 시대가 왔습니다만. 그때나 지금이나 잘 먹고 잘살게 해주는 사람이 영웅 대접을 받습니다. 전쟁터에 나가서 상대방을 많이 죽이고 많이 빼앗아 오는 사람이 영웅입니다. 그런 사람들 칭송해야 그런 사람을 닮고 싶은 후예들이 또 나오는 게 아니겠습니까? 고대 그리스인들이 노래했던 전쟁터에서 용감히 싸우다 죽은 전사들의 명예의 이면에는 한 국가의 먹고사는 문제가 있습니다. 스티브 잡스, 빌 게이츠, 일론 머스크 같은 이들은 자본주의 시대의 영웅입니다. 그러나 호메로스는 『일리아드』를 통해 진정한 영웅은 반드시 전투에서 승리하여 영광을 쟁취하는 모습만은 아님을 보여줍니다. 호메로스는 인간의 본질적인 모습들 욕정, 시기, 탐욕, 오만, 분노가 제어되지 않을 때의 비극을 노래하며 진정한 영웅은 바로 이러한 죄정을 억제하는 사람임을 시사합니다. 삼천년전의 이야기이지만 호머의 질문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우리는 여전히 우리주위에서 매일 매일 헬렌, 파리스, 아가멤논, 아킬레스 류의 사람들을 만나기 때문입니다. 결코 통제하기 쉽지 않은 우리의 본질적인 모습이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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