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의사가 보는 동물 캐릭터] 농담곰

 곰 캐릭터는 정말 친숙한 것 같습니다. 수 십 년 전 등장했던 곰돌이 푸부터 시작해서 일본 구마모토 현을 홍보하는 쿠마몬, 요즘 뜨고 있는 망그러진 곰까지. 곰이 가지고 있는 푸근하고 귀여운 이미지 덕분에 많은 캐릭터 작가들의 영감이 되는 것 같습니다. 이번에는 2014년에 만들어진 한 곰을 분석하고자 하는데요. 바로 농담곰입니다.

 농담곰은 2014년 일본 나가노 작가가 라인 스탬프를 위해 만든 캐릭터로 10년이 다 되어가는 이 시점까지 굉장한 인기를 유지하고 있는데요. 그림체 자체도 심플하면서도 오밀조밀 모여 있는 이목구비가 많은 이들의 귀여움을 한몸에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 같습니다. 농담곰 컨셉은 유독 먹는 것을 좋아하도록 그려져 있으며 겁이 많고 눈물이 많은 것으로 그려지고 있는데요.  하지만, 저는 농담곰이 마냥 귀여워 보이지는 않으며 오히려 두렵기까지 합니다. 과연 농담곰이 가지고 있는 특징은 무엇일까요?

지금은 그저 귀여워 보일 수 있지만..

농담곰은 어린 북극곰일 것이다.

 농담곰은 흰 털을 가진 곰입니다. 흰 털을 가진 곰은 북극곰과 아메리칸 흑곰의 아종인 커모드 베어가 있는데요. 다만 커모드 베어는 완전한 흰색의 털보다는 아주 밝은 베이지색 느낌이며 또한 그 개체 수가 매우 적다는 점에서 농담곰이 커모드 베어일 가능성은 많이 낮아 보입니다. 그렇다면 농담곰은 북극곰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북극곰은 지구상에서 현존하는 곰 중에서 가장 큰 크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북극곰은 몸길이가 3m에 이를 수 있으며 무게는 600kg을 넘는 굉장한 거구를 가지고 있습니다. 비록 농담곰은 현재는 작고 귀엽지만 농담곰이 성장했을 경우 굉장한 몸집과 힘을 가질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현재 농담곰은 대형견보다 몸집이 작다고 하는데요. 우리가 잘 아는 대형견인 골든리트리버를 기준으로 보면 골든 리트리버는 몸길이 107cm 가량에 무게는 많이 나가면 40kg이 나갈 수 있습니다. 북극곰의 경우 연령별 크기나 무게는 정확하게 나온 것은 없지만, 북극곰보다 더 작은 불곰을 기준으로 하면 1살 정도 되는 불곰은 몸길이 107cm에 무게는 약 23kg이 나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농담곰은 이보다 몸집이 저 작을 것이므로 1살보다는 연령이 더 적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6개월 정도의 북극곰이 체중이 30kg 정도에 육박할 수 있으므로 농담곰도 6개월 정도의 연령을 보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불곰의 연령별 몸길이 / 출처 : Growth in length and weight of northern brown bears differences between sexes and populations

북극곰 연령별 체중 변화 / 출처 : Relationships between estimates of ringed seal (Phoca hispida) and polar bear (Ursus maritimus) populations in the Canadian Arctic

농담곰의 실제 나이? 한 6개월 미만 정도??

농담곰은 말레이곰보다 압도적으로 커질 것이다.

 농담곰에 등장하는 말레이곰은 굉장히 크게 묘사되고 있으며 농담곰이 어쩔 줄 몰라서 무서워하는 것으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말레이곰은 스스로의 힘을 주체하지 못하는 멘트도 가끔 보여주는데요. 하지만 농담곰이 말레이곰을 능가하는 건 시간문제로 보입니다. 말레이곰은 인도 북동부, 미얀마, 말레이반도, 태국 등지에 서식하는 곰으로 몸길이는 150cm에 무게는 20-80kg 정도 되는 곰 중에서 가장 작은 축에 속하는 소형 곰입니다. 크기로만 보면 초대형견 정도 되겠네요. 북극곰이 몸길이가 3m에 육박하고 무게가 600kg에 이를 수 있으니 북극곰과 말레이곰은 비교도 안되기 몸집 차이가 납니다. 아마 농담곰이 만 1세가 지나게 된다면 말레이곰만큼 커질 수 있을 것입니다.  

북극곰과 말레이곰의 크기 차이는 엄청나다.

괜찮아 농담곰, 1년만 지나면 넌 다 이길 수 있어!

농담곰은 얼굴 신경에 약간 이상이 있어 보인다.

 혹시 강아지나 고양이가 맛있는 밥을 먹을 때 눈물을 흘리는 걸 본 적 있으신가요? 그 밥이 알러지 반응을 일으키거나, 혹시나 눈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면 이러한 반응은 얼굴 신경에 약하게 이상이 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얼굴 신경은 얼굴 표정에 관여하는 것 외에도 침을 분비하는 기능과 눈물을 분비하는 기능이 있는데요. 만약 이러한 신경에 이상이 생긴다면 밥 먹을 때 침 분비가 일어나면서 눈물도 같이 날 수 있죠. 만약 어릴 때부터 이러한 증상이 있었다면 타고났을 가능성이 있는데 사실 살아가는 데는 크게 문제가 없으니 걱정은 안 하셔도 됩니다.

 농담곰은 밥 먹을 때, 특히 맛있는 걸 먹을 때 눈물이 나오는 것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밥이 맛있는 걸 먹을 때 침 분비가 활발하게 발생하게 되는데, 농담곰은 얼굴 신경에 선천적인 문제가 있어서 눈물도 같이 나오는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건강에 큰 이상은 없겠지만 농담곰은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 휴지를 꼭 준비해야겠네요. 눈물 닦이 용으로요.

농담곰이 어느 메뉴를 좋아하는지 보려면 눈물을 보라, 근데 보니 밀가루 위주로 좋아하는 듯?

농담곰은 커서 타코야끼 150개를 먹을 수 있을 것이다.

 북극곰의 기초대사량은 성체 기준 6000kcal를 훌쩍 넘습니다. 어린 1살의 북극곰의 경우 하루에 1500kcal입니다. 참고로 생명의 유지를 위한 최소의 기초대사량이기 때문에 실제 필요한 칼로리는 이보다 훨씬 더 많습니다. 기초대사량을 기준으로만 따져보면 6개월령의 북극곰은 약 900kcal의 기초대사량을 가지는데요. 6개월로 추정되는 농담곰이 생명유지를 하기 위해선 최소 900kcal가 필요하다는 뜻입니다. 타코야끼 1알 당 칼로리가 40kcal이므로 농담곰은 타코야끼를 22알을 먹어야 최소 생명유지가 가능하다는 뜻도 되겠군요. 하지만 농담곰이 다 크게 된다면 기초대사량이 6000kcal이 넘는데요. 타코야끼로 계산하면 하루에 150알을 먹어야 생명유지가 가능하겠군요. 물론 실제 이보다 훨씬 더 많이 먹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이네요. 북극곰의 기초대사량을 보니 농담곰의 엄청난 식도락이 이해가 되네요. 

북극곰 연령별 기초 대사량 / 출처 : Relationships between estimates of ringed seal (Phoca hispida) and polar bear (Ursus maritimus) populations in the Canadian Arctic

마치며

 지금까지 농담곰에 대해 분석하였습니다. 농담곰은 1살 미만의 어린 북극곰(아마 6개월이 조금 덜 되는)이며 추후에 말레이곰보다 압도적으로 커질 것이고 먹을 때마다 눈물을 흘리는 것으로 보아 얼굴 신경에 선천적 이상이 있는 것으로 보이며 농담곰은 커서 타코야끼 150개를 먹을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제 분석이었습니다. 현재 농담곰은 말레이곰 심지어 대형견보다 작은 크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분명 농담곰은 아직 무서운 것이 많을 것이고 겁도 많을 것입니다. 하지만 조금만 더 크게 된다면 농담곰은 육지에 사는 육식동물 중에서 가장 큰 덩치를 가지게 될 것이며 무서울 것도 없을 것입니다. 북극곰은 찢을 수도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