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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삼삼한 수의사 Apr 18. 2024

[수의사가 보는 동물 캐릭터] 엔씨소프트 도구리






 선생님들, 안녕하세요. 삼삼한 수의사입니다. 이번에는 게임사에서 만든 귀여운 캐릭터를 분석하고자 합니다. 이 캐릭터는 엔씨소프트 사내 게시판에서 리니지 게임 속에 있는 너구리 몬스터를 캐릭터로 만들어 달라는 요청으로 탄생했습니다. 지금은 엔씨소프트를 대표하는 캐릭터로 자리 잡았는데요. 바로 도구리입니다. 



 도구리는 리니지 2M 게임에서 '도둑 너구리'를 모티브로 만들어진 캐릭터입니다. 도구리는 바닥에 떨어진 사과를 줍다가 얼떨결에 도시에 도착했다고 하는데요. 현재는 K-신입사원이 되어 회사에서 생존하는 스토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숲에선 물건을 줍고 도시에선 주식을 하기도 하며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사과라고 합니다. 음 몸집으로 봤을 땐 비만 같은데 생각보다 비만과는 거리가 먼 사과를 좋아하네요. 어쨌거나 도구리가 가진 특별한 특징은 무엇일까요? 도구리는 너구리가 맞을까요?




리니지에 나오는 도둑 너구리. 도구리의 모티브라고 한다.



K-신입사원 도구리








도구리는 라쿤이다.






 도구리는 너구리라고 소개가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도구리가 너구리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심지어 도구리의 모티브가 되는 도구리도 너구리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 이유는 줄무늬에 있습니다.



라쿤


너구리





도구리는 줄무늬 꼬리를 가져서 라쿤이다.




 보통 사람들은 라쿤(Raccoon)을 너구리(Raccoon dog)로 오인하는 하시는데요. 실제로 너구리라고 알려진 동물들 캐릭터 상당수는 라쿤입니다. 심지어 농심 너구리도 라쿤에 가깝죠. 라쿤의 경우 이족보행이 가능하고 5개의 긴 발가락, 줄무늬 꼬리를 가진 것이 특징입니다. 하지만 너구리는 이족보행이 불가능하고 4개의 짧은 발가락을 가졌으며 꼬리에 줄무늬가 없습니다. 그러면 도구리의 꼬리를 보실까요? 도구리는 이족보행을 하고 있으며 줄무늬에 꼬리를 가졌습니다. 그래서 도구리는 너구리가 아니라 라쿤으로 보입니다. 



 라쿤과 너구리는 둘이 외형이 굉장히 비슷하지만 계통 자체가 완전히 다른 동물입니다. 너구리는 갯과 동물이고 라쿤은 아메리카 너구리 과로 완전히 다른 동물이죠. 너구리는 개에 가깝다면 라쿤은 개보다는 족제비에 더 가까운 동물이라고 합니다. 결론은 도구리는 이름은 비록 도둑 너구리의 줄임말이지만 너구리가 아니며 라쿤일 것입니다. 




도구리는 피부가 약할 것이다.






 도구리는 분홍색의 몸을 가졌습니다. 라쿤이 분홍색의 털을 가지는 경우는 사실상 거의 없으므로 피부가 드러난 것으로 봐야겠네요. 그런데 피부가 붉은색으로 보이는 건 피부밑에 있는 혈관으로 인해 붉게 보이는 것인데요. 그러나 피부에 색소가 많다면 색소로 인해 피부밑에 있는 혈관이 보이지 않겠죠. 그러나 색소가 부족하다면 피부에 혈관이 드러날 수 있습니다. 이전에 설명드린 대머리우아카리는 얼굴이 붉은색인 이유가 바로 피부의 색소는 부족한 반면 피부밑에 있는 모세혈관이 풍부하기 때문이라고 설명드렸습니다. 도구리도 이와 유사할 것으로 보입니다. 즉, 도구리의 피부는 색소가 부족하며 대신 피부밑에 있는 모세혈관은 잘 발달된 것으로 보입니다. 



 피부의 색소가 부족하다면 햇빛에 훨씬 더 예민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도구리는 털 잘 발달된 것 같지 않으므로 그만큼 햇빛에 직접적으로 노출되기 때문에 다른 라쿤들에 비해 피부가 훨씬 더 민감할 것입니다. 그래서 도구리는 햇빛 때문에 굉장히 불편할 것이며 평소에도 선크림을 듬뿍 바르며 다녀야 할 것 같습니다. 다만 색소가 거의 없는 증상인 알비노증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데 알비노증일 경우에는 코나 눈동자도 붉게 나타나는 경우도 있는데 도구리는 검은 눈동자와 검은 코를 가졌으니 알비노증 까지는 아닌 것으로 보이네요.




도구리는 피부가 예민하므로 햇빛을 조심해야 한다.








도구리는 간 건강을 조심해야 한다.






 제가 비록 도구리는 간 건강을 조심해야 한다고 했습니다만, 도구리는 간이 굉장히 튼튼한 것 같습니다. 도구리의 인스타를 보면 커피도 먹고(심지어 아메리카노 300ml를 다 먹는군요.) 술도 먹고 초콜릿도 먹었습니다. 그리고 환각을 제외하고는 생각보다 부작용은 없었습니다. 비록 종은 다르지만 강아지의 경우 아메리카노 300ml 정도를 다 먹는다면 굉장히 위험할 수 있으며 분명 과흥분, 경련, 구토, 설사 증상이 있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아메리카노에 있는 카페인은 간에서 대사가 되니 간에도 부담을 줬을 수도 있겠습니다. 술은 뭐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알코올도 간에서 대사가 되긴 하지만 영장류를 제외한 다른 동물들은 알코올을 분해하는 효소가 부족해서 알코올에 굉장히 취약합니다. 초콜릿도 마찬가지고요. 그런데 도구리는 간에 부담을 주는 저 3종 세트를 다 먹고도 멀쩡합니다. 분명 간이 굉장히 튼튼하게 타고난 것은 틀림없어 보이나, 문제는 K-신입사원 도구리가 집중을 하기 위해, 혹은 회식하기 위해 커피와 술을 지속적으로 먹게 된다면 분명 간에 부담을 줄 것입니다. 비록 도구리가 튼튼한 간을 타고났다고는 하지만 이러한 식습관이 지속된다면 도구리는 분명 간 질환에 걸릴 것입니다. 도구리는 회식을 절대 가지 말아야겠네요.











도구리로부터 광견병에 걸리지 않게 조심해야 한다.





 너구리와 마찬가지로 라쿤도 광견병에 걸릴 수 있고 광견병을 사람에게 옮길 수 있습니다. 또한 라쿤은 미국에서는 민간에게 피해를 끼치기도 하고 광견병을 옮길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유해 동물로 지정할 정도로 골치가 아프다고 하네요. 물론 공격적이기도 하고요. 다행히 우리나라의 경우 광견병에 걸린 사례가 거의 없어서 상대적으로 안전한 편이죠. 그렇다면 광견병에 걸린 개체는 주로 어떤 증상을 보일까요? 가끔 경련을 보이기도 하며, 비정상적으로 공격적이 됩니다. 그리고 사람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으며 오히려 접근합니다. 또한 침을 과도하게 흘리는 증상도 있으며 물을 마시는 걸 두려워하는 공수병 증상도 있습니다. 혹시나 여러분이 밖에서 이러한 증상을 가진 너구리나 강아지를 볼 경우에는 접촉하지 말고 즉시 피하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야생 너구리로부터 광견병이 전파되는 걸 막기 위해 미끼백신(큐브 같은 먹이 안에 광견병 백신을 넣어놓는 방법)으로 예방을 하고 있습니다.(제가 해본 적 있어서 잘 알고 있습니다.)



 도구리는 다행히도 침을 흘린다거나 공격적이거나 하지는 않아 광견병에 걸리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방심은 금물, 도구리도 혹시 광견병에 걸릴 수도 있으니 광견병 주사를 맞는 것이 좋을 것 같네요. 



라쿤도 너구리도 광견병을 옮길 수 있으니 주의하자.








마치며


 지금까지 도구리에 대해 분석하였습니다. 도구리는 라쿤이며 피부가 굉장히 약할 것이고 간 건강을 조심해야 하며 광견병 주사를 맞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대부분의 너구리 캐릭터가 사실 라쿤이더군요. 농심 너구리, 처음에는 저도 너구리로 봤다가 줄무늬 꼬리를 보고 생각을 바꾼 롯데월드의 로티와 로리, 그리고 이번에 제가 분석한 도구리까지. 우리의 인식 속에서의 너구리는 라쿤인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에 널리 서식하는 너구리가 보면 섭섭해하겠네요.





솜사탕을 물에 씻어 먹으려는 행동까지, 도구리는 진짜 라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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