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삼삼한 수의사 May 13. 2024

[수의사가 보는 동물 캐릭터] 무민 트롤

무민이 트롤이 아니라 현실 동물이라면?







 선생님들, 안녕하세요! 삼삼한 수의사입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오래전부터 인기 있어왔던 캐릭터를 분석하고자 합니다. 이 캐릭터가 등장한 시기는 정확하지는 않지만 1930년대부터 조금씩 태동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것도 핀란드에서 말이죠. 이 캐릭터가 등장한지는 무려 100년 가까이 된 셈인데요. 핀란드에서 태어났고 오랜 기간 동안 사랑받은 이 캐릭터는 바로 무민입니다. 



 무민은 핀란드의 예술가 토베 얀손의 손에서 탄생하였습니다. 1930년에 무민이라는 캐릭터를 태동시킨 후 본격적으로 등장한 시기는 1945년 <무민 가족과 대홍수>인데요. 무민과 관련된 8권의 소설이 발간되었고 1950년대에는 무민 코믹스를 발간했습니다. 1990년대에서는 애니메이션까지 방영되었죠. 무민은 초기에는 다소 뾰족한 코를 가졌었습니다. 그리고 현재의 푸근한 이미지로 바뀌었는데요. 푸근한 이미지로 바뀌면서 동서양을 막론하고 많은 이들에게 푸근하게 다가가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무민의 정체에 대해선 말이 많은데요. 일단 무민의 모티브는 북유럽 신화의 괴물 '트롤'이라고 합니다. 저 역시 잘 알고 있습니다!!





초창기 무민




 하지만 많은 분께서 무민의 정체에 대해 여전히 궁금해하십니다. 작가가 무민은 트롤이라고 답해도 트롤이라는 동물이 지구상에는 존재하지 않죠. 그래서 조금 더 현실적으로 무민은 어떤 동물일지 추측하였습니다. 과연 무민이 실제로 존재하는 동물이라면 어떤 동물에 가까울까요?







무민의 모티브는 북유럽 신화의 괴물 '트롤'이다. 그런데 트롤이라는 동물은 지구상에 없다.







무민은 그나마 피그미 하마와 비슷한 것 같다.





 무민은 주둥이 부분이 상당히 큰 얼굴, 그리고 뾰족한 귀를 가졌고 흰색의 몸을 가졌습니다. 눈동자 색깔은 갈색이기도 하고 푸른색이기도 하고 다양하더군요. 그리고 긴 꼬리를 가졌으며 사람과 비슷한 키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외적 요소들과 그나마 흡사한 동물은 바로 피그미 하마입니다. 



 피그미 하마는 몸길이 1.5m-1.8m에 무게는 150-280kg 정도 되는 크기가 작은 하마인데요. 일반 하마가 몸길이 3.5-5.5m에 무게가 1톤 정도임을 생각하면 굉장히 작고 귀여운 하마인 셈입니다. 신체 스펙상 무민 트롤과 상당히 유사하기는 하죠. 그리고 무민은 흰색의 몸을 가졌는데요. 아마 피그미 하마인데 백변증(Leucism)이 있는 피그미 하마로 보이네요. 백변증이란 동물의 털이나 피부가 색소가 부족하여 흰색으로 나타나게 되는 돌연변이 증상을 말합니다. 다만 알비노와 다른 점은 색소를 합성하는 멜라닌 세포 기능이 떨어진 알비노증과는 달리 백변증은 색소 자체가 부족한 경우로 색소를 합성하는 기능에는 큰 문제는 없다고 합니다. 외형적인 차이로는 알비노는 눈 부분이 혈관이 비쳐 빨갛게 보이는 반면 백변증은 다양한 색이 나올 수 있다고 합니다. 무민은 눈동자 색은 빨갛지 않으므로 알비노보다는 백변증으로 보이네요.







피그미 하마




 뒤에서 설명하겠지만, 무민은 털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하마는 털을 가지지 않는데요. 그래서 저는 무민이 피그미 하마가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고 다른 동물도 찾아봤는데요. 제 머릿속에는 코뿔소, 핀란드에 사는 북방족제비 등을 고려했으나 그중에서 유력한 후보는 바로 털을 가지고 있는 맥(Tapir)이라는 동물입니다. 맥이라는 동물은 멧돼지 크기에 얼굴은 코뿔소와 비슷하면서도 코끼리처럼 긴 코를 가지고 있는 아주 독특한 동물입니다. 이러한 형태는 상당히 원시적인 형태라고 하네요. 그런데 무민이 맥으로 보기에는 맥은 꼬리가 너무 짧더군요. 그래서 저는 맥을 후보에서 제외했습니다. 다만! 무민의 초기 작품에서는 꼬리가 짧고 코가 길기 때문에 충분히 맥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맥이 무민이 되기엔 꼬리가 너무 짧다.









초기의 무민은 맥(Tapir)과 비슷한 것 같다.





그러면 뭔데..?








무민은 아프리카 출신일 것이다.









 피그미 하마의 서식지는 서아프리카 라이베리아, 시에라리온, 기니의 열대우림입니다.  피그미 하마는 하마보다는 성질이 온순하고 귀여운 외모를 하고 있어서 남획되었고 현재는 내전으로 인해 개체 수가 감소되면서 멸종 위기 동물이라고 합니다. 무민이 현재 살고 있는 곳은 핀란드의 무민 밸리인데요. 무민이 피그미 하마가 맞다면 아마 본래 아프리카 출신이 아닐까 추측합니다. 참고로 하마가 나무와 습지가 울창한 곳에서 서식하는 이유는 하마의 피부가 자외선에 매우 취약하기 때문인데요. 자외선에 수일만 노출되어도 피부에 심한 상처가 생길 수 있으며 방치할 경우 생명이 위험할 수도 있다고 하네요. 하마의 피부에는 히포수도르산이라는 붉은색의 액체가 나오는데 땀과 유사하며 이 성분이 하마의 피부를 보호한다고 합니다. 또한 항생제 성분도 있어서 하마의 상처가 세균에 감염되는 걸 예방한다고 하네요. 백변증이 있는 피그미 하마인 무민은 색소가 부족하므로 자외선에 더 취약할 것 같군요. 그래서 상대적으로 햇볕이 덜 뜨거운 핀란드로 갔을까요? 흠 하지만 저는 좋은 선택으로 보이지는 않네요.





피그미 하마의 서식지는 서아프리카의 열대우림이다.




피그미 하마가 맞다면 무민의 조상은 아프리카 출신일 것이다.







무민은 추위에 적응하기 위해 털이 자란 것 같다.









 무민은 하마들이 거의 가지지 않는 털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털은 열대 우림에서는 더울지는 몰라도 추운 지방에서는 꼭 필요한 존재죠. 물이 많고 열대우림이 무성하게 있다면 자외선도 피하고 열도 식혀줄 수 있어서 털이 꼭 필요하지는 않겠지만 핀란드와 같은 추운 지방에서 털이 없다면 보온을 할 수단이 없으니 굉장히 치명적일 것입니다. 실제로 하마의 경우 15도 미만의 온도에 지속적으로 노출될 경우 거의 움직이지 않는다고 할 정도로 추위에 취약합니다. 또한 기온이 낮을 경우에는 피부도 쉽게 건조해져서 하마의 피부가 갈라지기 쉽죠. 무민이 사는 무민 밸리는 얼음이 쉽게 얼 정도로 춥기 때문에 하마가 살기에는 굉장히 추운 온도입니다. 하지만 무민은 이 추위에 적응하기 위해 털이 필요했을 것이고 털이 자라도록 진화한 것 같네요. 저는 솔직히 무민이 털을 가지고 있어서 하마가 아니라 맥(Tapir)이지 않을까 잠시 고민했던 적도 있었습니다.





하마는 털을 가지지 않지만 무민은 털을 가졌다. 추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진화한 것 같다.








무민은 송곳니가 퇴화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저는 무민이 털을 가지도록 진화한 것 같다고 말씀드렸는데요. 또한 불필요하게 큰 송곳니가 퇴화되도록 진화한 것 같습니다. 하마는 송곳니의 크기가 20cm-30cm 크면 60cm 일 정도로 굉장히 큽니다. 심지어 깨무는 힘도 워낙 강력해서 하마의 송곳니는 하마가 가진 엄청난 무기죠. 하지만 하마가 밥 먹을 때는 큰 송곳니가 도리어 엄청 불편하다고 하네요. 너무 큰 송곳니 때문에 씹는 능력이 형편없어서 의도치 않게 소식좌로 살고 있다고 합니다. 



 하마는 초식동물로 풀을 주로 먹는데요. 풀을 잘 소화시키기 위해선 다소 넓적한 앞니로 턱을 좌우로 움직이면서 (맷돌처럼) 풀을 으깨서 먹는 것이 효율적인데요. 그런데 송곳니가 너무 큰 하마는 턱을 좌우로 움직이기 힘들다고 합니다. 그래서 으깨지지 못한 풀이 그대로 삼킬 수밖에 없으며 하마의 배설물은 덜 소화된 풀이 자주 보인다고 하죠. 



 그런데 무민은 입을 벌린 상태에서도 송곳니가 보이지 않습니다. 아마 무민은 풀 등의 다른 음식들을 먹기 위해 큰 송곳니가 퇴화되도록 진화한 것 같습니다. 무민은 털도 가지고 있고 송곳니도 퇴화되었으니 기존의 하마보다 조금 더 진화된 형태로 보이네요. 일단 무민은 하마와 생김새가 많이 다르기 때문에 하마과 안에 무민하마속이라는 새로운 계통을 만들어야 할 것으로 보이네요.





입을 벌려도 송곳니가 보이지 않는다.








마치며




 지금까지 무민에 대해 분석하였습니다. 무민은 그나마 아프리카 출신의 피그미 하마와 비슷해 보이지만, 추위에 적응하기 위해 털이 생겼고 송곳니가 퇴화되었으므로 피그미 하마와 별도로 무민 하마라는 종을 새로 만드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게 제 결론이었습니다. 피그미 하마는 앞서 말씀드렸듯 멸종 위기입니다. 내전으로 인한 개체수 감소는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고 하더라도, 기존 하마보다 더 순하고 더 귀엽다는 이유로 남획되었다는 사실이 더 화나더군요. 귀여운 걸 좋아하는 건 좋지만 그걸 이용하여 피그미 하마의 목숨을 앗아가는 행위는 하지 말아야겠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수의사가 보는 동물 캐릭터] 이모티콘 찌그렁오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