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니 리 Sep 06. 2023

“매일 이별하며 살고 있구나.”

#떠나보내는 것이 삶 #놓아버리는 것이 인연 #이별이 일상


눈을 뜨자 창밖의 가로수 나뭇잎 빛깔이 어제와 살짝 다르게 느껴진다.

문득 “~~ 매일 이별하며 살고 있구나~~” 하는 노래가 떠오른다.

노랫말은 머물러 있지 않는 사랑과 청춘에 대한 아픔에 더해

삶의 공허함을 표현한 것이라 해석되지만,

어디 이별하는 것이 사랑과 청춘뿐이던가.


가만히 일상을 들여다보면 우리는 매 순간 모든 것을 떠나보내며 살고 있다.

창밖의 아침 하늘이 어제의 하늘과 다르고, 나뭇잎의 빛깔도 어제와는 다르고,

햇살의 눈부심도, 코끝에 와닿는 공기도 어제와는 다르다.

나는 어제의 하늘과, 가로수와 햇살과 공기를 떠나보낸 것이다.

기지개를 켜며 나오는 아이들도 어제와는 다르고, 거울 속의 나도 어제와 똑같지 않다.

그 다름의 크기가 너무 작아 깨닫기에 어느 정도 세월이 필요하긴 하지만,

어제의 어린아이들과 어제의 젊은 나를 또한 떠나보낸 것이다.

그것을  바로 느끼지 못해도 아무런 상관없이 

모든 것은 순간순간 변하고, 동시에 떠나가고 있다.


그런데 보이는 것만 그런 것일까?  

가슴속에 떠오르는 많은 생각들과 감정들,

그 모두도 똑같이 변화하고 있는데.

한 생각이 떠올랐다 하더라도 금세 다른 생각으로 지워지고, 

또 다른 감정이 솟아나고 이전 감정은 지나간다.

그렇게 모든 생각과 감정도 왔다가 가버리곤 하는 것이니

삶의 매 순간순간이 이별이 아닌 것이 없다고 해석하면 지나친 확장일까?


노래는  “~~ 내가 떠나보낸 것도 아닌데, 내가 떠나온 것도 아닌데, 

조금씩 멀어져 간다. 매일 이별하며 살고 있구나~~“로 마무리 된다.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다가왔다 지나가는 물리적인, 정신적인 차원의 모든 것,

이것을 이별이라고 보면 

이별이란 단어에서 묻어 나오는 감상적인 슬픔이 조금은 줄어들지 않을까.


친구가 핼쑥하게 야윈 모습으로 나타났다.

애지중지하던 외아들이 외국으로 떠난다고 한다. 

아직은 확정된 기일이 없는데도

미리부터 이별의 아픔을 겪고 있어 잠도 못 자고 밥도 안 넘어간단다.

자식과 헤어지는 서글픔을 삼키기 쉬운 부모가 어디 있겠나 싶지만, 

모든 삶이 그저 만나고 헤어짐의 반복인 것을...

그것을 깨달으면 내 안에서 일어나는 아픈 마음과 이별하지 못해 

스스로에 상처를 입히는 일은 없을 것 같다.



나를 둘러싸고 있고, 내 안에 있는 모든 것은 떠나간다.

그것이 삶의 본질임을 받아들이면 이별이 조금은 담담해질 것도 같다.


아침에 눈을 뜨자 “매일 이별하며 살고 있는 게 삶”이라는 생각이 떠오르며

일찍 이별한 가수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가 귀에 맴돈다. 

또 다른 아침의 만남이다.  

나는 오늘도 어제의 나를 떠나보냈다.

작가의 이전글 절기(節氣)는 정확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