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 보러 가는 대학 축제
전국 대학들의 축제의 기간, 대학 축제 '대동제'의 기간이 어제부로 끝이 났다.
원 소속 학교로 부산대학교에 재학 중인 나는,
4학년 1학기 국내 교환학생으로 성균관대학교에 재학 중이며
이번 축제 기간 동안 4월 29~30일 동안 재학생의 신분으로 성균관대학교 축제,
4월 31일에 외부인의 신분으로 연세대학교 축제를 방문하였다.
2년의 휴학 기간을 지나 오랜만에 4학년으로 돌아온 학교에서,
새로운 학교에서 대학 축제를 맞이하게 되었는데,
내가 지금까지 알던 대학 축제보다 훨씬 규모가 클 뿐더러,
훨씬 많은 이해관계자들이 얽힌 듯한 느낌을 받았다.
이에, 대학 축제가 대학 재학생들에게, 외부인들에게, 기업 등 이해관계자들에게
어떠한 의미를 가지는지, 어떠한 목적을 가진 행사인지 고민해 보고,
전체적으로 긍정적인 요소와 아쉬운 점들에 대해 정리해 보고자 한다.
사실 이 글의 목적은,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 단체가 몇 억의 돈과 수십명의 총학생회 인력을 투입하여
무엇을 얻고자 하는가, 이해관계자들은 무엇을 얻는가에 대해 이해해 보고자 하는 목적이며,
나아가 대학이라는 공간의 의미와 대학 축제가 어떠해야 할지에 대한 아이디어를
정리한 글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럼 시작!
대학 측에서도 강조하며,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 대학 축제의 명시적인 '주인공'은 바로 재학생들이다.
대학 축제는 대학 = 청춘 = 낭만이라는 등식을 성립시키기 위한
수많은 장면과 기억을 만들어내는 행사이다.
대학생 시절은,
미성년자라는 제약에서 벗어난 시기로서 완전한 법적 자유가 주어지고,
상대적으로 많은 공강 시간으로 인해 시간적 자유가 주어지며,
꿈과 에너지, 가능성이 가득한 20대 초반의 젊은 시기이므로,
일반적으로 사람의 삶에서 가장 낭만적인 시기라고 간주되는 시기이다.
그런데, 실제로 대학에 가면 어떠한가?
법적인 자유는 주어졌으나 금전적인 자유는 주어지지 않았기에 돈이 부족하며,
조별과제, 과제, 시험까지 따라가는 것조차 쉽지 않아 시간이 많지만도 않으며,
꿈과 에너지, 가능성이 가득하지만 동시에 불안하고 혼란스럽기도 하다.
이러한 문제들에서 벗어나, 대학생들에게 '젊음'을 만끽하고,
기억에 남을 추억을 만들어 주는 시기가 바로 대학 축제이다.
실제로, 어디에나 있는, 심지어 좀 더 비싼 푸드트럭이고, 음료이고, 주점이며
자리가 없어 계단에서 과자에 맥주만 먹더라도,
좋은 날씨와 대학의 젊음의 열기는 모든 것들을 낭만으로 느끼게 해 준다.
다시 생각해 보면 대학 축제는 가장 날씨가 좋은 계절의 여왕이라고 불리는 5월에,
낭만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함으로써 대학생들의 젊음을 응원하는 역할을 하는 게 아닐까 한다.
또한, 낭만을 넘어, 이러한 행사는 통일된 일정과 행사로,
대학 내부 구성원의 소속감을 고취시키고 내부에 붙들어 놓는 역할을 한다.
대학은 구성원들의 일정에 다양성과 자유를 제공하기에,
같은 학교 학생이라도 다른 것을 공부하고, 다른 일정을 소화하는 과정에서
생각보다 크게 소속감을 느낄 사건이 많지 않다.
그러한 상황에서, 학교 전체가 같은 일정과 행사를 소화하는 대학 축제는
학교 구성원들 전체에게 소속감과 일체감을 부여하기에 충분하다.
이날만큼은 과, 학년에 관계없이, 같은 학교의 학생들은 같은 일정으로, 함께 즐기는 날이다.
그렇다면, 하나의 질문을 해 보자.
대학의 축제 또한 하나의 정체성이자 브랜딩일 텐데.
이 대학의 축제는 이렇다. 라고 떠오르는 학교가 있는가?
대학은 축제로서 학교를 잘 브랜딩하고 있는가?
이전 질문에 바로 떠오른 답은,
바로 고연전/연고전이다.
어린아이부터 어른까지, 고연전/연고전을 모르는 사람이 없고,
이 행사에 참여하는 것이 고등학생들의 동기부여이자 로망이 될 정도로,
고려대와 연세대는 축제를 통해, 엄청난 브랜딩 효과를 누리고 있다.
https://youtu.be/jRTyQuwMTX0?si=KAa3W3i-sq89kxsO
모두가 알듯, 고연전/연고전이 다른 학교의 축제들과 다른 점, 브랜딩에 활용된 강점은 단 하나,
'경쟁' 이다.
당연하게도, 우리는 경쟁할 상대가 있으면, 모두가 똘똘 뭉치게 된다.
다시 말해, 경쟁할 외집단이 생길 경우, 집단 내의 결속력과 소속감이 높아짐은 수없이 검증된 사실이다.
전쟁이 일어났을 때 정부와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가 올라감은 물론,
수업 시간에 갑자기 분단별로 경쟁을 시키기만 해도 분단에 대한 소속감이 생기기도 한다.
고려대학교와 연세대학교는 경쟁 없이, 그 자체로 자부심과 소속감을 가질 만한 학교이지만,
그 소속감이 극대화되는 장치로서 서로에 대한 '경쟁'이 있기에,
다른 축제와는 비교되지 않는 자부심과 소속감으로 인상적인 축제를 만들어가며, 학교를 브랜딩하는 효과 또한 누리고 있다.
‘경쟁’의 힘을 느낀 것은, 성균관대 응원전 '성대에게' 를 듣고 나서였다.
분명 규모와 퀄리티, 음악의 웅장함에서 연세대, 고려대의 응원에 밀리지 않으나,
가장 큰 차이는 응원전을 관람하는 학우들의 반응이다.
고연전/연고전만큼의 열정적인 반응이 학우들에게서 나오지 않는데,
이는 성대 학생들이 유난히 내성적이고 부끄러움을 많이 타서가 아니다.
경쟁할 상대가 없다는 것만이 다를 뿐.
응원 자체로도 물론 좋지만,
보통 우리가 하는 응원은 스포츠 경기 등 누군가와의 경쟁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상대 없는 이러한 응원은, 응원 자체는 신나지만 열정적으로 참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연/고대 이외에 '이 대학은 이런 축제를 한다' 라는 정체성을 가진, 브랜딩된 축제가 없다.
그렇다면, 요새 축제의 정체성은, 무엇일까?
대학 축제 시즌이 되면, 역시 가장 화제가 되는 것은 축제를 찾아오는 아티스트 라인업이다.
~ 대학 축제에서 ~ 행사를 한대! 보다는,
~ 대학 축제에 000가 온대! 만이 이슈가 될 뿐이다.
그 축제에 방문하는 가수가, 그 축제의 정체성이 되어버리는 셈이다.
이러한 현상은 대학 축제의 정체성 부재뿐 아니라,
아티스트 섭외 경쟁의 과열과 등록금/축제 비용의 과도한 소모로 이어진다.
실제로, 내 소속 본교인 부산대학교는 '노잼 축제'라는 타이틀을 벗어던지기 위해서인지
이번 축제에 역대급 예산인 3억 300만 원을 사용하여
무려 '뉴진스'를 섭외하는 기염을 토했는데,
이 중 60~70%를 아티스트 섭외비로 사용했다고 한다.
즉, 이번 축제에서만 총 2억 원 상당을 아티스트 섭외비로 활용한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전국 대부분 대학에서 일어나며, 대학 축제는 대학만의 특색 있는 축제가 아닌, 아티스트만이 이슈가 되는 축제가 되었다.
아티스트 섭외 자체가 잘못된 것은 절대 아니다.
우리의 등록금과 세금 중 큰 액수가 사용되었다는 점에서 아쉬운 기분이 들기는 하나,
비난할 만한 잘못된 현상은 아니다.
현실적으로, 뉴진스 정도의 가수를 콘서트로 즐기기 위해서는
높은 티켓값을 감당해야 하는 것은 물론, 티켓팅에 성공할 지조차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금전적으로 여유롭지 않은 대학생 시절에는,
축제에서 K-pop 가수들의 공연을 즐기는 것이 오히려 학생다운 소비라고 할 수 있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나 또한 이에 동의하는 바이다.
다만...! 이러한 열기가 다소 과열되는 점은 걱정할 만한 요소이다.
경희대학교도 그렇고, 에스파와 데이식스가 찾아온 성대 축제에서도
거의 1~2km에 달하는 입장 대기 줄에서 하루 이상을 대기하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대규모 인파에 대한 안전 관리 또한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부분이다.
그리고, 이렇게 많은 외부 인원이 오다 보니,
수많은 대학들이 재학생들의 신분을 확인하고 입장을 보장하며,
외부인의 입장은 어느 정도 제한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
축제의 주인공은 재학생이므로, 전혀 부당하다고는 할 수 없으나
외부인들에게도 원격 대기나 티켓팅 등의 장치를 마련하여,
하루 이상의 긴 시간을 대기하는 그 수고를 덜어줄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한다.
이전 문단까지, 대학 축제의 정체성이 방문하는 아티스트로 정의되는 것에 대한 아쉬움을 표했는데,
그렇다면 대학 자체의 특성을 살리는 축제를 운영한 사례는 없을까?
4년제 종합 대학에서는 그러한 사례를 찾지 못하였다.
다만, 대학 전체가 한 분야에 특화된 전문대학의 경우, 아주자동차대학의 사례가 있다.
아주자동차대학은, 자동차 전문 대학이라는 대학의 특성을 살려,
차량 레이싱, 튜닝 차량 전시, 자동차 전시 등,
모터스포츠 중심의 특색 있는 페스티벌을 매년 운영하고 있다.
https://www.veritas-a.com/news/articleView.html?idxno=503459
해당 축제는 보령시와의 협업을 통해 매년 주최되며,
성공적으로 학교에 대해 홍보하며 모터스포츠 업계 활성화에도 기여하는 등
개인적으로 매우 성공적인, 대학의 특성을 살린 축제의 사례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행사는, 대학 전체가 하나의 목적성과 전문성을 공유하기 때문에 가능하다.
타 4년제 종합대학들이 이를 하지 못하는 이유는,
종합대학은 수많은 학과와 전공이 분할되어 있고,
각 전공마다 이러한 행사를 운영하기에는, 규모와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현실적으로 4년제 종합대학이 특색 있는 축제를 브랜딩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나는 이 해답을, 기업과의 협업에서 찾아보고자 한다.
이번 서울권 대학들의 축제에서, 가장 큰 후원과 프로모션을 진행한 기업은 바로
LG 유플러스와 구글이다.
두 기업이 손을 잡고, 서울권 대학들의 축제의 후원사로 나섬과 함께,
'유쓰캠퍼스페스티벌' 이라는 이름으로 큰 부스를 운영하고 기술을 홍보하고 있다.
구글 안드로이드와 LG 유플러스가 자체 개발한 AI 기능을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게임으로서 제공하고 있으며,
이를 대학끼리의, 대학 내 참여 학생들끼리의 경쟁 요소를 더하여 마케팅하고 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흥미를 가질 수 있으며 쉽게 게임으로 보여줄 수 있는 기능들을 보여주고 있다.
대학생들의 입장에서 많이 활용할 수 있는 검색 기능, 사진 보정, 공유 등.
접근하기 쉽고 일상적인 사진/이미지 중심의 기능을 효과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나 또한, 성균관대의 유쓰 캠퍼스 페스티벌에서
AI 포토를 촬영해 보았다.
AI 포토뿐 아니라, 연대의 유쓰캠퍼스페스티벌 부스에서는
AI를 활용한 이미지 검색 기능, 'Circle to Search' 기능을 활용한 게임 이벤트를 운영하고 있었다.
AI의 이미지인식 능력을 활용하여 이미지에 동그라미를 치면,
동그라미 내의 요소만을 구글 검색을 통해 알려주는 기능이다.
해당 기능을 게이미피케이션하여,
이러한 기능으로 정보를 검색하여 퀴즈를 더 빨리 맞추는 게임을 진행하였는데,
기능을 게임화하여 보다 쉽게 학생들이 접할 수 있도록 했다는 점에서 훌륭한 마케팅 전략이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행사의 핵심은 간단하다.
LG유플러스와 구글은 이번 축제를 본인들의 AI 기술의 홍보에 최적화된 기회로 보고,
수많은 축제의 공식 후원사로 자리매김하면서까지
대학생을 메인으로 한 고객층을 대상으로 기술을 홍보하고 있다.
이러한 대학생 대상의 마케팅과 브랜딩은, 개인적으로 매우 큰 효과를 지닐 수 있다고 생각한다.
대학생 집단은 새로운 기술에 개방적인 집단이며,
졸업 후 잠재적인 주 고객이 될 수 있는 집단이자
취업 시장에서 새로운 인재로서 채용될 수 있는 집단이기 때문이다.
나는, 이러한 마케팅과 브랜딩이, 대학 축제에서 더 많이 이루어졌으면 한다.
이번 유쓰처럼 공식 후원사로 등록된 기업만이 본인들의 기술을 홍보하는 것이 아닌,
연구와 학업을 병행하는 대학교라는 공간에
수많은 기업들이 본인들의 기술과 제품을 홍보하고,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각 축제별로 특색을 만들어 갔으면 한다.
대학의 입장에서는 유명한 학과와 연구 분야가 있기에,
학교별로 초청하고 협업하는 기업을 다르게 함으로써,
축제에서 각 대학별로 특성화된 학과와 분야에 대해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면, 미대가 유명한 홍대에서 사람 vs AI의 그림 대결을 펼친다거나,
미대 학생들이 AI 기술을 활용해서 작품을 만들고 활용하는 과정을 보여준다거나.
이러한 과정에서 기술 자체를 홍보할 수도 있고, 스타트업의 제품을 홍보할 수도 있다.
그리고 기업의 입장에서는 대학생 고객을 대상으로,
대학이라는 파트너를 가지고 마케팅을 수행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산 - 학 - 고객이 모두 모이는 행사가 됨으로써
수많은 네트워킹과 아이디어가 새롭게 만들어지는 축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기회를, 대학 측에서 더 많은 부스 운영과 기회 제공을 통해서 더 넓게 제공함으로써
아티스트로 정의되는 축제가 아닌,
대학의 특성이 반영되고 산학이 교류하며 학생들에게 영감을 줄 수 있는 축제로
만들어 가 보는 것은 어떨까.
대학 축제는 분명히 젊음에게, 대학생들에게 가치 있는 경험을 제공하는 멋진 행사이다.
그러한 축제가, 물론 아티스트들이 주는 경험도 좋지만,
그들보다 조금 더 학생들과 대학이 주인이 되는 행사가 되었으면 한다.
그러므로, 어느 대학 축제는 이래서 좋고, 어느 대학 축제는 이래서 좋은,
대학별로 특색있는 축제가 될 수 있기를 바라며, 글을 마무리하겠다.
모든 반응은 언제나 큰 힘이 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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