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일 없는 토요일 오전에는 서점에 간다

by 휴지기

남편이 주말에도 출근하는 경우가 많아 토요일에도 자주 아이와 둘이 있었다. 이상하게 아이는 주말이 되면 꼭두새벽부터 일어나 놀거리를 찾아 헤맸다. 아이와 뭘 하면서 시간을 흘려보내야 할지 모르겠어서 서점과 도서관에 가기 시작했다. 대강 헤아려보면 서점과 도서관은 한 달에 각각 두어 번쯤 갔었지 싶다.


아이와 함께 서점에 간다는 건, 아이에게 책을 사준다는 의미이다.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에 아이는 서점에서 책보다 다른 것들에 더 눈길을 주곤 했다. 작은 토미카 장난감이나 에펠탑을 만들 수 있는 퍼즐, 조그만 나노블록이나 어몽어스 피규어 같은 것들 말이다. 나는 아이가 장난감을 사고 싶어 하면 크게 비싸지 않은 선에서 원하는 장난감을 사주었다. 아이에게 서점에 가는 것이 즐거운 경험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서였다.


아이가 신중하게 고른 장난감 하나와 책 한 권을 사서 우리는 서점 옆의 카페에 갔다. 나는 아메리카노를 마시고 아이는 딸기라테에 크로크뮤슈를 먹으며 우리는 한 시간 동안 책을 읽었다. 아이는 그날 산 따끈따끈한 새책을 읽고 나는 도서관에서 빌린 책을 읽었다. 이상하게 아이에게는 책을 선뜻 사주면서도 내 책을 사려면 돈이 조금 아까운 생각이 든다.


우리 아이가 읽은 책 중 3분의 2 정도는 도서관에서 빌려 읽은 것이고 3분의 1 정도는 사서 읽은 것이다. 나는 주변 사람들에게도 아이에게 책을 사주는 것을 권하는데, 그 이유는 같은 책을 여러 번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양한 여러 가지의 책을 많이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같은 책을 여러 번 읽는 것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그래야 글의 구조도 익숙해지고 내용이 기억에 잘 남아, 온전히 자신의 책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고고카카오프렌즈, 보물찾기 시리즈, 놓지 마 시리즈, 흔한 남매 과학탐험대, 세계 국기 관련 책은 아이가 몇 년 동안 반복해서 꾸준히 읽는 책들이다. 예전에는 만화만 읽다가 이제는 중간중간의 줄글까지 읽어 여러 번 읽어도 재미있다고 했다.


책 가격이 만만치 않다. 10프로 할인을 한다고 해도 대부분의 책들은 만원이 넘고, 하드커버라도 되어 있으면 만오천 원 정도는 기본이다. 십만 원을 써도 책 여섯 권 또는 일곱 권밖에 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맞다. 책이 비싸다. 하지만 다른 학원들에 비하면 크게 비싼 것도 아니다. 여기는 지방이라 학원비가 크게 높지 않은데도 일주일에 한 번씩 가는 독서논술 학원이 한 달에 십만 원이 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리고, 비싸더라도 어쩌겠는가, 애 책 사주는 데 쓰는 돈인데 말이다.


아이가 책을 좋아하지 않는다면, 일단은 대형서점에 가는 걸 추천한다. 가서 아이가 좋아하는 장난감을 하나 사주고 아이가 좋아하는 빵이나 음료를 먹인다. 그리고 아이가 고르는 책을 한두 권 사준다. 만약 아이가 학습에 1도 도움이 되지 않는 만화책을 고르려고 한다면? 당연히 사주는 것이 좋다. 아이에게 필요한 건 책과 친해질 경험, 그리고 책과 친해질 시간이다.


그러고 나서 아이가 만화책을 잘 읽으면 그다음에 학습만화, 그다음엔 중간중간 줄글 설명이 들어있는 학습만화, 그다음에 완전한 줄글로 넘어가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그렇게 해서 초등학교 6학년때까지만 책을 충분히 읽고 문해력을 키워놓으면 중고등학교 때 공부하기가 훨씬 수월하고 다른 과목을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


국어 영역은 이상하다. 공부 안해도 성적이 잘나오는 아이가 있고 공부를 해도 성적이 안나오는 아이가 있다. 나는 그 차이를 만드는 가장 큰 요인이 초등학교때까지의 독서 습관이라고 생각한다. 초등학교 6학년때까지 책을 많이 읽고 문해력을 높여놓으면 국어영역을 따로 공부하지 않아도 점수가 잘 나오고, 그렇지 못하면 공부를 한다고 하는데도 성적이 잘 나오지 않는 것이다.


최소한 아이가 영어를 공부하는 정도의 시간은 책을 읽는 데에도 써주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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