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인드립 Jul 06. 2022

선생님이 바로 진단을  안 해줘요 병원을 갈아타야할까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직접 경험하고 쓴 성인 ADHD 이야기

@. ADHD를 평가할 수 있는 다른 검사는 없나요?


웩슬러 지능검사가  ADHD를 위한 검사는 아니지만 검사의 세부 결과를 통해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세부 척도에서 작업 기억이나 처리 속도가 ADHD와 관련이 있고 각 척도의 점수가 고르지 않다는 특징도 중요한 단서가 됩니다.


TCI라는 기질검사도 참고가 되는데요.

자극 추구 경향이 크고 사회적 보상에 둔감한 경향이 자주 나타납니다. 위험을 피하는 경향은 아동기에는 낮지만 성인에서는 오히려 높아지는 특징도 참고가 됩니다.


MBTI는 임상적으로 진단에 참고하지는 않지만 대중적으로 많이 알려져서 먼저 자신에 대해 알려주시는 정보이기 때문에 그분의 성향을 평가하는데 참고합니다.


뇌파 검사를 진단에 활용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전전두엽 기능이 떨어짐을 확인하여 진단의 근거를 더하는 검사이지만 역시 단독으로 진단에 특이적인 검사는 아닙니다.


@. 제가 겪는 우울이나 걱정이 ADHD 때문이라는 확신을 갖고 병원에 찾아갔는데 선생님께서 ADHD 진단이 모호하다고 우울증을 먼저 치료하자고 합니다.  병원을 갈아타야 하나요?


시간에 저도 몇 달을 우울증을 치료하고 나서야 ADHD를 진단한 경우가 있다고 말씀드렸는데요.

아마 그 분과 증상이 같은 분이  오시더라도 저는 현재 겪는 정서나 적응 문제를 한동안 관찰과 치료를 하면서 시간을 두고 ADHD와의 관련성을 평가할 것입니다.

(물론.. 첫인상부터 너무 확실한 분도 계시고 본인의 우울증만 말씀하시는데 ADHD 때문이라는 것을 제가 한참 설득했던 분도 계십니다 ^^;)


성인기에 처음 의심되는 ADHD는 우울증이나 강박장애, 조울병, 트라우마, 성격 문제, 부적응 등으로  인하여 ADHD인 것처럼 보이는 것은 아닌지 어릴 때부터의 ADHD의 소인과 취약성이 바탕이 되어 위와 같은 정서나 불안정 증상을 유발한 것인지 구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그런데 그 구분이 그 당시 시점의 평가만으로 결정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거죠

초기 상담

아동기 시절의 기억 수집

생활기록부 혹은 기억의 회상이나 가족의 보고)

현재 호소하는 정서 문제의 평가와 치료 반응


이를 통해 ADHD의 영향이 어릴 때부터 일관되게 있었는지 파악해야 합니다. 그리고 ADHD 가능성이 있다고 가정했을 때, 이를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인지검사 등을 통해 그 가정이 검증이 되면 진단이 이뤄집니다.


따라서 병원을 바꾸기보다는 담당 선생님에게 시간을 주셔요, 그리고 ADHD라고 생각하게 된 이유와 기억들을 차근차근 보여주세요. 



담당의는 첫 대면의 평가뿐 아니라 수 차례 다른 시점에서 보여진 또 보고된 모습으로 평가합니다.


사람은 시시각각 마음, 생각, 행동이 변하고, 그럴 때마다 회상하는 기억의 맥락도 달라지거든요.

@. 저는 마음이 급한데 담당 선생님은 왜 이리 느긋한가요? 제 치료에 별로 관심이 없으신 것 같아요.


제가 정신과 지망 인턴일 때 한 외과 교수님이 말씀하셨습니다.

"정신과 답답해서 평생 어떻게 하려고? 우리는 수술하면 좋아지는지 아닌지 결판이 나는데 너희는 늘 같은 사람을 보면서 좋아지지도 않고."

당시에 타과 의사들도 정신과 진료는 중증 환자만 생각하다 보니 거의 낫지를 않는다고 생각했죠.


시간이 걸릴지언정 치료 여부에 따라 서서히 기능이 회복되면서 결국 생활의 질이 상당히  달라질 수 있는 것은 그 교수님은 모르셨던 거죠.


어쨌든 제가 말씀드리려는 요지는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들은 대체로, 조급하지 않게, 기다릴 줄 아는 것이 미덕이라고 생각하면서 배우고 이에 익숙하기 때문에 진단이나 치료제 변경을 서두르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거기에 더해 뇌에 작용하는 항우울제 등의 다수의 치료제들이 수 주 길게는 수개월의 기간을 기다려야 효과가 나타나거나 환자에게 최적화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선택한 약이 효과가 없다는 한 템포 이른 판단으로 인해 치료 옵션 한 가지를 버리게 되는 것은 아닐지 우려하는 생각이 늘 기저에 깔려 있습니다.


마음이 급하시겠지만 초반 평가와 진단이 너무 중요한 만큼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주세요!



이전 03화 검사를 받으면 ADHD인지 바로 알 수 있는 건가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