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싱한 봄것들
가시가 삐죽 솟은 나무 끝에서 연녹색 봉우리가 고개를 내밀기 시작했다. 봄의 기운을 더는 참지 못하겠다는 듯 잎사귀를 뻗어 올리는 기세는 하늘을 향했다. 아무도 그 가지의 기지개를 만질수도 막을수도 없을성 보였다. 그 자태가 너무나도 위풍당당해 보였기 때문이다. 바로 봄 제철 두릅의 이야기다.
도깨비의 방망이 같은 매서운 줄기 끝 햇살을 머금어 투명하게 비치는 여린 잎사귀의 연녹색 혈관을 보고 있으면, 산속의 시간도 비로소 생동하며 흐르기 시작했음을 실감한다.
어린 시절 밥상 위엔 데친 두릅이 올랐다. 부모님은 으레 당연하게 초장에 찍어 드셨다. 보고 배운 나는 두릅은 데쳐서 장에 찍어 먹는 것이라고 자연히 학습했지만 그것의 이름이 '숙회'라는 것을 깨우친 건 오래되지 않았다. 회를 초장에 찍어 먹듯, 갓딴 싱싱한 두릅을 초장에 먹는 것이기에 숙회라는 이름이 붙었는가 떠올려볼 뿐이었다. 집 앞산에서 갓 따온 생명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도 작년의 일이다.
우리 마을엔 수령이 꽤 된 두릅나무가 많다. 나무의 자태도, 가시의 모양도 독특해 자라는 과정을 유심히 지켜봐 왔다. 우리 집의 채취 기간이 시작되니 어디선가 주민들이 나타나 부지런히 산을 탄다. 두릅잎이 펼쳐질 무렵엔 땅에서 고사리가 솟아오른다. 새순이 생동할 만큼 날이 따뜻해졌다는 신호다. 고사리의 안부를 묻고 돌아오는 길, 우뚝 솟은 나무 막대기 위로 탐스럽게 맺힌 아빠의 두릅을 발견했다.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생김새에 홀린 듯 두릅을 서리했다. 사실 두릅을 따려면 만반의 준비가 필요하다. 가시를 견딜 두꺼운 장갑, 생채기를 막아줄 긴 팔 옷, 비탈길에 미끄러지지 않을 신발까지.
아빠는 나의 서리를 알길이 없었다. 나의 귀여운 만행을 모른채 함께 두릅을 따자며 나를 깊은 곳으로 안내했다. 전동 가위와 공사장 장갑, 투박한 빨간 바구니를 든 아빠의 뒤를 나는 맨손에 라탄 바구니 하나 달랑 들고 겁 없이 따랐다. 두릅을 서리해본 내가 만반의 준비를 한다면 두릅을 따본 솜씨가 들통나기 때문이다.
장대처럼 솟은 나무 끝엔 어색할 정도로 꼿꼿한 잎사귀들이 서 있다. 밑동을 힘 있게 잡고 오른쪽으로 비틀면 '툭' 소리가 나며 나무와 분리된다. 손끝으로 전해지는 그 진동은 마치 횟감을 잡는 손맛 같이 명쾌하다.
많은 이들이 두릅을 좋아하지만 정작 그 종류를 구분하기는 쉽지 않다. 우리가 흔히 보는 참두릅은 두릅나무의 새순으로 줄기가 굵고 통통한 것이 특징이다. 반면 개두릅은 엄나무의 순을 말하는데, 줄기가 가늘고 잎이 더 뾰족하며 뿌리 쪽에는 오묘한 핑크색이 감돈다. 마지막으로 땅두릅은 나무가 아닌 땅에서 솟아오르는 별개의 종이다. 가장 먼저 오른 햇순이 질과 맛이 좋기에 사실상 두릅의 맛을 즐기기엔 봄은 짧은 축제와도 같다. 손끝에서 탁탁 터지며 꺾이는 축포는 두릅에겐 이별이요 우리에겐 식탁위의 만남이다.
두릅이 붙들은 나무에서 떨어질 무렵에는 또 다른 보물인 표고버섯이 마중을 나온다. 삭아가는 참나무에서 자라나 갓 딴 표고의 식감은 전복이 부럽지 않다. 그렇게 수확한 산의 보물들을 한데 모아 튀김옷을 입혔다.
갓 튀겨낸 두릅과 표고를 텐동으로 즐기는 순간, 입안 가득 바삭하고 봄이 부서진다. 쌉싸름한 두릅의 끝 맛과 표고의 탱글한 식감이 어우러진 이 한 그릇은, 1년을 기다린 보람을 채워주기에 충분하다. 이토록 화려하게 생동하지만, 그만큼 빠르게 지나가기에 더 애틋한 연녹색의 짧은 봄을 기억하기에 튀김의 고소함과 두릅의 쌉쌀한 끝 맛만큼 완벽한 마무리는 없을 것이다.
[모둠텐동]
[튀김 반죽] 밀가루 50g, 쌀가루 50g, 감자전분 20g, 차가운 물 혹은 탄산수 200ml, 소주 40ml, 소금 5g, 식용유 10ml
(소스와 밥 없이 단독으로 즐길 시에는 고소한 일반 튀김을 즐기는 사람은 계란 1개, 소금 5g을 더 추가한다.)
[텐동 소스] 간장 60ml, 미림 60ml, 설탕 20g, 물 40ml, 건다시마 1장, 생표고와 밑동까지 2개
[주재료] 표고버섯, 두릅, 어린쑥, 방풍새순, 삶은달걀
1. 버섯은 키친타올로 밑동을 두들겨 먼지를 제거하고, 겉면을 닦아 깨끗히 손질한다.
2. 두릅은 찬물에 가볍게 헹궈 물기를 완전히 제거한다.
3. 튀김반죽 재료를 한데 잘 섞어 170도의 기름에서 2번 튀겨 준다. (나물은 줄기를 잡고 흔들며 기름에 튀겨야 모양이 예쁘게 잡힌다.)
4. 텐동 소스도 냄비에 한데 넣어 중-약불로 끓이고 묽지만 점도가 있는 정도로 졸여 식힌다.
5. 밥- 텐동 소스- 튀김을 올려 마무리한다.
6. 개화한 배꽃을 얹어 장식으로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