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영태 Sep 22. 2023

캄보디아 식도락 여행 7

3일 차 점심저녁

휘발되기 시작한 기억의 한 자락이라도 잡아보려 하루에도 수십 번씩 사진을 보고 있습니다.


사진들은 보며, 혼자서 피식피식 웃으며 글을 씁니다.


뭐가 그렇게 재미있었을까? 뭐가 딱히 뭐가 좋았다고 꼬집어 말하기는 어렵지만 그냥 기분이 좋았던 거 같습니다.


불혹의 나이라고는 하지만 나이를 먹어갈수록 왠지 나 스스로가 점점 시시해 보이고, SNS를 통해서 한 번씩 보이는 다른 사람들의 삶이 대단해 보이면서 자꾸 생각이 부정적 될 때가 있습니다.


이러면서 열등감이 생기고 내 삶이 조금 허무하다고, 남들보다 뒤처졌다고 느껴질 때 캄보디아에 와서 사소한 것에도 행복해하는 사람들을 만나고, 나라는 존재 자체를 그냥 좋게만 봐주는 지인들과 술 한잔씩 하다 보니 말 그대로 힐링이 된 듯합니다. 거기에 언제나 내편이 되어주는 든든한 가족들과 함께 있었으니까요.


이렇게 열심히 힐링하고 왔으니, 저도 이제 다른 분들에게 이 기분을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정신이, 그리고 내면이 건강하려면 잘 웃는 사람을 옆에 두면 큰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피식피식 웃으며 주변사람들의 정신의 영양제가 돼 보려고 합니다.   


처음 식도락을 쓸 때는 사실 모든 음식을 쓸 생각은 아니었습니다. 음식에 대한 글을 쓸 만큼 배경 지식이 전무하니 음식에 대해 쓰기도 어렵거니와, 표현력이 부족하여 먹었던 음식에 대해 맛깔나게 설명하기도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음식사진만으로도 충분한 설명이 될 듯하여 제가 아는 캄보디아 배경지식을 덧붙여 조금씩 올려보고 있습니다.


3일 차 아침은 호텔 조식으로 시작합니다.


뚤뚬붕 시장에 가서 쇼핑을 합니다. 뚤뚬붕 시장은 "러시안 시장"이라고도 불리며 여러 종류의 캄보디아 방문 기념품들은 팔고 있어서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시장입니다. 저희도 여기서 귀국선물을 준비해 봅니다.

그리고 여기는 특제 아보카도 주스가 아주 맛있습니다.

아침을 지나치게 욱여넣은 바람에 아보카도 주스를 포기하려 했지만, 먹는 것에 사명감을 가지고 프놈펜 땅을 밟은 만큼 일단 주문해 봅니다. (사실 다음날 따로 찾아가서 먹었습니다.)

굉장히 진한 아보카도에 연유를 잔뜩 부었으니 맛이 없을 수가 없습니다


쇼핑을 마치고 다시 바이통호텔로 돌아와 호텔 6층에 위치한 꽝씨푸드(Kwang Seafood)에서 늦은 점심을 먹었습니다.


이 식당은 태국에서도 유명한 태국음식점으로 손님이 오시면 꼭 모시고 가는 저희만의 식도락 거점 포인트입니다.


캄보디아에 있는 태국음식 전문점이라니.. 사실 프놈펜은 캄보디아의 수도이기에 각국의 음식을 대표하는 많은 식당들이 있습니다. 거기에 도시가 크지 않아 대부분 가까운 거리에 붙어있습니다.  


중국, 이탈리아, 멕시코 같은 세계 어디에도 있는 식당뿐 아니라 우리에게 생소한 나라들의 식당도 많이 있어서 프놈펜에서 오래 머무시는 분들은 이런 각국의 식당들을 찾아가서 그 나라 음식을 체험해 보는 것도 큰 유흥이 될 듯합니다.


일단 꽝씨푸드의 대표음식은 게살커리입니다 "푸팟퐁커리"라고 불리는데 저는 매번 발음이 안돼서 그냥 푸파파 커리라고 합니다. 이제야 옹알이를 해보는 나이 마흔의 아저씨입니다.  발음 수준이 7살 둘째보다 못합니다..


거기에 바삭한 굴튀김, 생새우회, 새우튀김, 그리고 볶음밥을 시켜봅니다.    

푸팟퐁커리

게살커리는 흰밥에 비벼먹어야 진정한 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만 여러 가지 음식을 먹어야겠다는 조급함에 흰밥 말고 볶음밥을 시키는 실수를 저질렸습니다. 역시 모든 죄의 근본은 조바심과 게으름이다라는 명언을 다시금 떠올리게 합니다.


다른 음식들이야 한국에서도 많이 먹을 수 있는 음식들이라 따로 설명이 필요 없지만 굴튀김은 가시면 드셔보시길 추천드립니다. 굴튀김과 전 그 중간 어디쯤의 비주얼인데 바삭바삭하고 안에 작은 굴들이 톡톡 터지는 맛이 괜찮습니다.


저녁은 프놈펜 와서 처음으로 대장금이라는 한식당으로 갑니다.


지금으로부터 20년 전인 2003년 드라마 대장금이 전 세계적인 히트를 치면서 여러 나라에 대장금이라는 식당이 생겼던 거 같습니다.  특히 동남아시아 쪽에서는 대부분의 나라에서 대장금이라는 식당을 본 적이 있습니다.


지금까지 몇 군데나 살아남아 있는지 모르겠지만, 일단 캄보디아의 대장금은 뛰어난 음식맛으로 지점을 3곳까지 늘리면서 캄보디아 대표 한식당으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5박 6일 일정동안 사실 한식을 굳이 먹을 필요가 있을까.. 평생 먹어온 한식 까짓것 5일 안 먹어도 암시롱도 안 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런 걸 근자감(근거 없는 자신감)이라고 하나 봅니다.


김치가 입안으로 들어가는 순가 피보다 진한 김치국물이 온몸을 타고 빠르게 흐르며, 작은 눈이 번쩍 떠집니다. 이래서 피는 못 속인다고 하는구나 한국인의 피가 흐르는 한 우리는 김치가 멀어질 수 없습니다. 김치도 금단 현상이 있었나 봅니다. 칼칼하던 입맛이 대번에 살아나며, 피로가 풀리고 소우주(소주)가 빙빙 돕니다.

대장금은 밑반찬도 훌륭하지만, 고기가 매우 좋습니다. 친절한 직원들이 프로페셔널하게 구워주니 저희는 고기 집어서 입에 넣고, 씹고 맛보고 즐기기만 하시면 됩니다.


한식으로 온몸이 풍족해지는 3일 차 식사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옵니다.   

작가의 이전글 캄보디아 식도락 여행 6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