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워도 내 서방
“예솔아, 느이 어멍이랑 집에 있어라. 오늘은 할망 혼자 바당 나가키어. 냉장고에 수박도 있고 참외도 있으니, 어멍한테 깎아 달라 하구.”
아침부터 할머니가 나갈 채비를 하느라 분주했다.
“엄마, 전에 제가 말한 거 생각해 봤어요? 객지 관광객들한테 민박 치는 거. 시에서 도배랑 장판 교체하는 비용 다 대준다니까 내가 하는 말 흘려듣지 말고 진지하게 생각해 봐요. 이제 엄마 연세 생각도 하셔야지. 물질은 언제까지 하실라구.”
푹 자고 일어나 눈이 퉁퉁 부은 엄마가 방에서 나와 소파에 털썩 앉으며 말했다.
“알았다, 알았어. 아직 할 만하니까 하는 거지, 때 되면 민박을 치든 우영팟에서 채소 캐서 내다 팔든 할 테니 고만 말하거라이. 오늘은 쉬어도 되는디, 나 젯돈 받을 차례라 바당 가는 거라. 나간 김에 물질 두어 시간만 하고 금방 올 거여.”
할머니가 다 식은 믹스커피를 호로록 단숨에 마시고 배낭을 챙겼다. 그때 할아버지 방문이 벌컥 열렸다.
“비린내 나는 거 상에 그만 올리구, 거 오늘은 뜨끈하게 몸국이나 좀 해 놓구 나가지!”
할아버지가 방 안에 앉은 채로 푸석한 얼굴을 손으로 쓸어내리며 말했다.
“몸국이 어서 저그락 뚝딱 되쿠강? 고기 삶고 몸 불리고 할라면 네 시간은 족히 걸리는디 그걸 지금 어떻게 하맨? 돈 벌어서 궤기라도 한 근 끊어와서 말하든가!”
“저 혼자 돈 번다구 서방을 아주 개똥 취급 허지!”
할머니 성화에 할아버지가 노여워하며 방문을 쾅 닫았다.
“선희야, 이따 예솔이랑 하나로마트 가서 돗궤기 두 근 사오라이. 저녁에 예솔이 수육도 해 주고, 저 인물 몸국도 끓여 주게. 이따 젯돈 받아와서 궤깃값 줄 거라이.”
할머니가 엄마를 부엌으로 불러 나지막이 말했다.
할머니는 냉동실에 꽁꽁 얼려둔 모자반을 꺼내 물에 담가 놓고 서둘러 집을 나섰다.
(10화에서 계속)
* 오늘은 할망 혼자 바당 나가키어.
오늘은 할머니 혼자 바다에 나갈 거다.
* 우영팟
텃밭
* 젯돈
곗돈
* 몸국이 어서 저그락 뚝딱 되쿠강?
몸국이 어디 그렇게 뚝딱 되는지 알아요?
* 몸
모자반
* 돗궤기
돼지고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