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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화 | 여보, 몸국 좀 끓여주오

미워도 내 서방

by 춤몽 Mar 05. 2025


 “예솔아, 느이 어멍이랑 집에 있어라. 오늘은 할망 혼자 바당 나가키어. 냉장고에 수박도 있고 참외도 있으니, 어멍한테 깎아 달라 하구.”  


 아침부터 할머니가 나갈 채비를 하느라 분주했다.


 “엄마, 전에 제가 말한 거 생각해 봤어요? 객지 관광객들한테 민박 치는 거. 시에서 도배랑 장판 교체하는 비용 다 대준다니까 내가 하는 말 흘려듣지 말고 진지하게 생각해 봐요. 이제 엄마 연세 생각도 하셔야지. 물질은 언제까지 하실라구.”


 푹 자고 일어나 눈이 퉁퉁 부은 엄마가 방에서 나와 소파에 털썩 앉으며 말했다.


 “알았다, 알았어. 아직 할 만하니까 하는 거지, 때 되면 민박을 치든 우영팟에서 채소 캐서 내다 팔든 할 테니 고만 말하거라이. 오늘은 쉬어도 되는디, 나 젯돈 받을 차례라 바당 가는 거라. 나간 김에 물질 두어 시간만 하고 금방 올 거여.”


 할머니가 다 식은 믹스커피를 호로록 단숨에 마시고 배낭을 챙겼다. 그때 할아버지 방문이 벌컥 열렸다.


 “비린내 나는 거 상에 그만 올리구, 거 오늘은 뜨끈하게 몸국이나 좀 해 놓구 나가지!”


 할아버지가 방 안에 앉은 채로 푸석한 얼굴을 손으로 쓸어내리며 말했다.


 “몸국이 어서 저그락 뚝딱 되쿠강? 고기 삶고  불리고 할라면 네 시간은 족히 걸리는디 그걸 지금 어떻게 하맨? 돈 벌어서 궤기라도 한 근 끊어와서 말하든가!”


 “저 혼자 돈 번다구 서방을 아주 개똥 취급 허지!”


 할머니 성화에 할아버지가 노여워하며 방문을 쾅 닫았다.


 “선희야, 이따 예솔이랑 하나로마트 가서 돗궤기 두 근 사오라이. 저녁에 예솔이 수육도 해 주고, 저 인물 몸국도 끓여 주게. 이따 젯돈 받아와서 궤깃값 줄 거라이.”


 할머니가 엄마를 부엌으로 불러 나지막이 말했다.


 할머니는 냉동실에 꽁꽁 얼려둔 모자반을 꺼내 물에 담가 놓고 서둘러 집을 나섰다.


(10화에서 계속)



* 오늘은 할망 혼자 바당 나가키어.

  오늘은 할머니 혼자 바다에 나갈 거다.


* 우영팟

  텃밭


* 젯돈

  곗돈


* 몸국이 어서 저그락 뚝딱 되쿠강?

  몸국이 어디 그렇게 뚝딱 되는지 알아요?


*

  모자반


* 돗궤기

  돼지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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