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 아들 잡아먹은 빌어먹을 제주 바당
“나 어멍이 담근 소라장 먹으러 이 저녁에 비영기 타고 왓저. 이게 서울서 얼마나 먹고 싶었는지.”
엄마가 통통한 소라 하나를 젓가락으로 집으며 말했다.
“와, 엄마 제주 말 잘한다.”
“그럼. 제주에서 나고 자랐는데 잊어버렸을라구. 서울에서는 도시 여자인 척하느라 서울말만 쓰는 거라구.”
엄마가 눈을 내리깔고 깍쟁이처럼 말했다.
할머니는 흰쌀밥 위에 소라장을 올리고 크게 한술 떠서 야무지게 먹는 엄마를, 엄마는 비린 성게미역국을 그릇째 후루룩 마시는 나를 흐뭇하게 바라봤다. 세 여자 얼굴에 미소가 번지는 동안 할아버지는 연거푸 탁배기만 들이켰다.
“아부지는 요새도 술 많이 마셔요? 얼굴 새카매진 거 봐. 그거 다 간이 안 좋아서 그래요.”
엄마가 할아버지에게 건네는 첫인사다.
“이거 그냥 반주다, 반주. 제주 땡볕 아래 얼굴 흰 사람 누가 있나. 여름 내내 타서 그렇지.”
할아버지가 엄마랑 눈도 안 마주치고 빈 잔에 남은 탁배기를 탈탈 털어 부었다.
“반주는 무슨. 술이 밥이지! 여 봐라. 밥에는 손도 안 대고 노상 술병만 좋다고 끌어안고 산다.”
할머니가 입을 삐죽 대며 눈을 흘기니, 할아버지가 자리를 털고 일어나 밖으로 휙 나가 버렸다.
그날 밤, 할머니와 엄마, 나는 셋이 들어가면 뒹굴 구석 하나 없이 꽉 차는 방에 나란히 누웠다. 낮에 지수와 바깥에서 실컷 뛰어놀고, 늦은 저녁밥을 배부르게 먹은 뒤라 잠이 쏟아졌다. 자면 안 되는데……. 엄마한테 해 줄 말이 산처럼 쌓였는데…….
어둠 속에서 처음 잠이 깼을 때, 엄마와 할머니가 소곤소곤 이야기하는 소리를 들었다.
“아빤 시간이 몇 신데 여태 안 들어오셔?”
“보나 마나 갯바위에 앉아 선욱이 데리고 간 바당 원망하면서 술 퍼마시겠지.”
“계속 저렇게 살 거래요? 맨날 술만 마시구.”
“느이 아방, 술이야 젊을 적부터 좋아햇저. 선욱이 가고 나서는 작정을 하구 술독에 빠져 산다겐. 에휴.”
“선욱이가 아빠 혼자만의 자식이에요? 자식 앞세운 슬픔, 엄마는 없겠냐구요. 동생 잃은 우리 세 자매도 엄마 아빠 못지않게 힘든 시간 보냈다구요. 그래도 산 사람은 제구실하면서 살아가야지 언제까지 엄마만 고생시키면서 저렇게 대책 없이 살 거래요?”
나는 두 사람이 속닥이는 소리를 듣다가 다시 잠에 빠졌고, 한참이 지나 두 번째로 깼을 때는 방과 이어진 벽 너머에서 오줌 누는 소리가 오랫동안 들렸다.
(9화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