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학년이 일주일에 가장 많은 시간을 공부하는 과목은?

by 딴생각 brant

수학? 영어? 정답은 국어이다. 무려 6시간을 공부한다. 매일 한 시간씩 하고, 어떤 날은 두 시간을 하는 경우도 있는 셈이다. 물론 아동기 언어 능력 발달이 중요하지만, 많은 시간이다. 그래서인지 아이들은 국어시간을 지겨워하는 편이고, 특히 글쓰기를 싫어한다. 글쓰기를 한다고 하면, 쓸데없는(?) 질문을 하며 시간을 끄는 경우도 있다.


"올해 수학여행가요?" 딴청 전문가인 우리 반 H가 갑자기 수학여행에 대해 물었다. 사실 최근에 우리 반 아이들이 가장 자주 하는 질문 중에 하나다. 코로나 19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것은 아이들도 알고 있지만, 초등학교에서 단 한 번뿐인 수학여행을 포기하기는 어려운 모양이다. 아이들 마음을 알기에, 매번 못 간다는 말을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대답을 피하고 다른 때처럼 슬쩍 넘어가려고 했는데, 힘들어 보였다. 그래서 정면돌파를 택했다.


알맞은 자료를 활용하여, 좋아하는 장소를 소개하는 글을 써 보는 시간이었다. 마침 온라인 수업이어서, 패들렛을 이용해 보기로 했다. 지도 앱 위에 자신이 수학여행을 가고 싶은 장소를 선택하게 하고, 그 장소로 수학여행을 가야만 하는 이유를 영상이나 사진자료와 함께 적어달라고 했다.

패들렛 여행.PNG 대한민국이 언제부터 이렇게 넓었지?

3분쯤 지났을까? 아이들이 여행지 소개글을 게시했다는 알림이 울리기 시작했다. 예시로 보여준 제주도 이외에, 롯데월드, 에버랜드 등 아이들이 가고 싶어 할 만한 장소들이 하나씩 소개글로 올라왔다. 수학여행을 가고 싶은 마음 때문인지, 두 군데 이상의 장소에 대해 소개글을 적은 열정적인 아이들도 많았다. 못 말리는 일부 아이들은 북한을 수학여행 장소로 고르기도 했다.


과제가 끝나고, 희망자들의 발표를 들어보았다. 몇 개의 후보지 중에서 가장 많은 아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곳은 진도였다. 의외의 장소였는데, 진도를 소개한 친구가 첨부한 진도의 한 리조트 (ㅆㅂㅊ) 영상이 우리 반 아이들 마음을 완전히 사로잡았기 때문이었다. 그날 이후 아이들이 진도 하면 '진돗개'보다 'ㅆㅂㅊ'를 먼저 외칠 정도이니, 말 다했다.


순간 지난주에 있었던 금연 글짓기가 생각났다. 담배를 피우면 안 되는 이유 하나를 생각해내는 데도 20분은 필요했는데... 오늘은 수학여행을 가야만 하는 이유를 글로 쓰는데 5분도 안 걸렸다. 아이들이 깊이 생각해보지 않은 문제에 대해 글을 쓰라고 한 게 잘못이었던 것 같다. 얘들아, 지난번에 너희들의 글쓰기 실력을 오해해서 미안해, 그리고 수학여행도 못 가는데 수학여행에 대해 글쓰기까지 시켜서 정말 미안해.

흡연.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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