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하는 선생님

by 딴생각 brant


얼마 전 국어과 공개수업이 있었다. 수업 중 여행지를 소개할 때에는 어떤 자료를 사용하면 좋을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을 때, 교장선생님이 들어오셨다. 아이들은 어제 보았던 진도 ㅆㅂㅊ리조트 영상을 언급하며, 여행지를 소개할 때는 영상자료가 좋다고 이야기를 했다. 아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패들렛에 들어가 우리 반 C가 올린 영상을 다시 한번 보여줬다. 아이들은 영상을 보면서 교장선생님을 향해 '진도'를 외치기 시작했다.


전혀 당황하시는 기색 없이, 교장선생님은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어주셨다. 그리고, 여행비용이 너무 비싸져서 저런 멋진 곳으로는 수학여행을 가기가 힘들다는 얘기를 하셨다. 아이들이 돈을 많이 내도 가고 싶다고 이야기를 하자, 코로나 19 시대에 맞는 새로운 여행 트렌드를 따르자고 하셨다. "어떤 여행인데요?" 한 아이가 물었다.


"랜선 여행이라고 들어봤니?" 아이들은 실망했다. 하지만, 공개수업은 아직 20분이나 남아있었고, 어떻게든 분위기를 수습해야 했다. "실물 자료를 보여주며 발표하기에 적합한 주제는 무엇일까요?"라는 질문을 하며 다음 페이지 내용으로 넘어가려고 했지만, 아이들은 더 큰 목소리로 '진도'를 외쳐댔다. 바로 그때, 교장 선생님이 '한 문장'으로 40년 경력의 힘을 보여주셨다. "교장실에 막대 사탕이 있는데 그건 언제 보여주면 좋겠니?"

왜 교장실에 사탕 꽂이까지 있는 거지?

교장선생님은 쉬는 시간에 막대사탕 30개를 들고 다시 교실로 올라오셨다. 아이들은 우리 반만 사탕을 선물 받았다며 셀카를 찍고 싶어 했다. 핸드폰 사용을 허락받은 아이들은 사탕을 들고, 이 각도 저 각도에서 사진을 찍으며 신나는 쉬는 시간을 보냈다. 아이들은 왜 내가 젤리를 주었을 때에는 보여준 적 없던 열광적인 반응을 보였을까? 교장선생님이라서?


그동안 아이들이 집중해서 들었으면 하는 내용이 있을 때, 젤리를 상품으로 걸었다. 겨우 젤리인데, 아이들은 놀라운 집중력을 보여줬다. 문제를 맞히면, 그게 여러 명이라도 모두에게 젤리를 주었다. 때로는 아이들이 '젤리 문제'에만 집중하는 부작용이 있기도 했지만, 비교적 유용한 집중법 내지는 동기 유발 방법이라고 생각하고 사용해왔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몇 명에게만 젤리를 주는 '차별하는 선생님'이 바로 나였던 거다.

젤리는 죄가 없다.

두 달 동안 젤리를 한 번도 받지 못한 아이들 마음이 어땠을지는 미처 생각해보지 못했다. 내 젤리와 대비되는 조건 없는 막대 사탕. 창피하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했다. 겨우 젤리인데, 너무 야박하게 굴었나 보다. 내일은 어려운 내용을 설명하기 전에, 모두에게 젤리를 나누어주고 시작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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