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쓰기 싫어요. 사생활 침해 아닌가요?

by 딴생각 brant

일기를 쓰기 싫어하는 아이들이 많다. 우리 반 아이 한 명은, 더 이상 사생활을 침해당하고 싶지 않아서 일기를 써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숙제를 해오지 않고서 그런 얘기를 하다니 당돌한 녀석이다. 그런데, 이야기를 들어보니 맞는 말이기도 했다. 그래서 일기를 바꿨다. 내용은 상관이 없고, 10줄 이상을 최대한 예쁘게 적어오면 된다.

그랬더니 노래 가사를 적은 아이도 있고, 인상 깊었던 인터넷 뉴스 기사를 적어 온 아이도 있다. 그리고 예전처럼 자신의 일상에 대해 적어 온 아이도 있고, 정말 적고 싶지 않았는지 반 친구들의 이름을 여러 번 써서 칸을 채워 온 아이도 있다.

일기를 바꾸고 얼마 지나지 않아, 또 다른 건의 사항이 접수되었다. 이번에는 학원 숙제와 시험공부 등으로 너무 바빠서 도저히 일기를 쓸 수 없다는 사연이었다. 공부하느라 뛰어놀 시간도 부족한데, 선생님이 일주일에 한 번씩이나 일기를 쓰라고 해서 힘들다는 얘기였다.

학생이었다면 나도 비슷한 주장을 펼쳤을 것 같았다. 우리 반 아이들 상당수가 벌써 중학교 수학을 배우는 학원에 다니며, 주말도 없이 피곤하게 지내고 있으니 말이다. 그래서 이번에도 제안을 수용하기로 했다. 이제 연습장에 문제를 풀었던 내용을 일기로 써도 된다.

아이들의 제안 덕분에 우리 반 일기는 다양한 모습을 하고 있다. 일상을 적는 아이들, 노래 가사를 적는 아이들, 나에게 퀴즈를 내는 아이들, 그리고 문제를 풀었던 흔적을 적어오는 아이들도 있다.

다음 주에는 어떤 새로운 제안이 담긴 일기가 도착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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