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의 기록
메리와 산책하는데 뒤에서 어느 중년부부가 따라오는 소리가 들렸다. “빨리 와!” 에어팟을 끼고 산책을 하고 있음에도 느껴지는 인기척에 뒤를 돌아봤다. 메리를 마치 반가운 손님맞이하듯 환하게 웃으며 바라보셨다.
“강아지가 눈이 안 보여요?”
“어, 어떻게 아셨어요?”
“뒤에서 보니까 박을까 봐 조심하는 거 같길래”
“혹시 강아지 키우세요?”
그렇게 몇 마디의 짧은 대화를 주고받았다.
1년 전 메리와 닮은 반려견이 무지개다리를 건넜고, 걸어오는 길에 아버님께서 반려견이 보고 싶다는 이야기를 했다고. 그리고 우리 메리를 마주친 길이었다. 조심스럽게 혹시 안아봐도 되냐고 물으셨다. 메리가 시력을 잃고 겁이 늘어서 내가 아닌 다른 가족이 안아도 불안감을 느낀다. 그래서 가능하면 내 곁에 두고 내가 안으려고 하는데 그 어머님의 말씀에 애틋함이 느껴져서 메리를 안을 수 있게 해 드렸다.
너무너무 예쁘다며 어쩔 줄 몰라하시며 메리 발에 입맞춤을 하시던 어머님. 1분 안팎의 시간 동안 무지개다리를 건넌 반려견이 얼마나 많은 사랑을 받았을지 감히 상상이 되었다. 그리고는 “저 아저씨도 안아보면 좋을 텐데” 하시면서 한참 앞서가신 아버님을 보며 말씀하셨다.
5분 채 되지 않는 시간 동안 일어난 일을 나는 이 공간에 글로 남기고 싶었다. 반려견을 키우는 입장에서 육체적으로 영원히 함께할 수 없음을 알기에.
나도 언젠가 메리가 너무 보고 싶고 너무너무 안아보고 싶은 날이 오겠지. 상상만 해도 목구멍에 침이 꼴딱 넘어간다. 그래서 오늘 더 안아주고 쓰다듬어주고 뽀뽀해 주고 예쁜 말을 해준다. 사랑하는 나의 반려견 메리, 너로 인해 언니가 얼마나 행복한지 아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