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3 - 방황의 연속

Wandering

by 강 사무장

청년이 20대일 때 가장 많이 들었던 세상의 조언. "좋아하는 일을 찾아라", "하고 싶은 일을 해라", "가슴이 시키는 일을 따라가라". 그 조언에 맞게 청년은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또 잘할 수 있는지를 찾기 위해 노력했다. 그 결과 '기타 연주'와 '글쓰기'에 어느 정도 자질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스스로 회피했다고 여긴 5년. 그 시간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담력을 기르기 위해 사람들이 모인 곳에 기타를 메고 나가 버스킹을 하기도 했고, 멋진 연주 영상을 SNS에 업로드하기도 했으며, 글쓰기 공모전에 참가하여 은상을 수상했고, 온전히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책을 출판하기도 했다.


하지만 청년의 이 모든 노력을 무의미하게 만드는 요인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돈이 안 돼서"



였다. 좋아하는 일을 해도, 가슴이 시키는 일을 따라도 '돈이 안 되면' 의미가 없었다. 돈이 안 되면 세상은 관심을 가져주지 않았다. 돈이 안 되면 사람들은 인정해주지 않았다. 세상의 모든 노력은 돈으로 귀결될 때에야 비로소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실패와 고난, 역경을 이겨낸 스토리도 결국 성공해서 돈을 거머쥔 사람들이 말할 때 그 시간의 가치를 인정받았다.


돈으로 보상받지 못한 청년의 시간은 무의미했다. 애써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려고 해도, 가슴 한편에 자리 잡고 있던 자부심은 텅 빈 통장 앞에서 사상누각처럼 무너졌다. 청년이 과거에 그 어떤 노력을 기울였다 해도, 현실은 돈 없는 서른 살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그리고 그 사실은 생각보다 더욱 비참했다.








지긋이 많은 나이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새싹처럼 적은 나이는 절대 아닌 서른. (경제적으로)아무런 준비 없이 맞이한 '30'이란 숫자에 청년은 어지러움을 느낀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 돈은 또 어떻게 벌어야 할 것인가. 어떤 마음가짐으로 이 세상을, 이 진실을 대해야 하는가. 그 누구도 정답을 알려주는 이는 없었다.


세상의 조언 따위는 듣지 말았어야 했을까?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애초에 좋아하는 일이 아닌 '돈이 되는 일'을 선택하는 것이 현명한 처사였을까? 하지만 이 세상엔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돈을 버는 사람이 분명 존재했다. 물론 그런 사람들은 극소수였다. 극소수에 들어갈 자신이 없다면, 즉 좋아하는 일로 돈을 벌어들일 수 없다면 포기하는 것이 맞는 걸까?


청년은 솔직히 자신이 없었다. 어릴 적과 다르게, 세상은 그가 감당할 수 있는 무게보다 더욱 큰 삶의 무게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그 무게란, 쉽게 말하면 "싫어하는 일이라도 해서 어떻게든 돈을 만들어내라"는 뜻이었다.


납득할 수 없었다. 아니, 납득하기 싫었다. 세상에게 배산 당한 기분이었다. 그리고 속으로 생각했다.


좋아하는 일을 찾으라고 해서 기껏 찾았더니, 돈이 안 되니까 싫어하는 일을 하라고? 그렇게라도 해서 돈을 벌라고? 다 그렇게 산다고?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고? 내가 왜 그래야 되는데?

이럴 거면 처음부터 돈이 되는 일을 찾으라고 말해주던지. 왜 멋지게 포장된 말로 아무것도 모르는 젊은이들을 현혹해 꿈만 부풀어 오르게 만들었나. 결국 다 돈으로 판단할 거면서. 결국 다 돈만 볼 거면서. 이런 돈벌레들.

그래, 돈이 최고라 이거지? 사람들이 돈만 본다면, 좋아 나도 돈만 보겠어.


청년은 세상에 속았다는 생각에 반항이라도 하듯, 보란 듯이 복권 판매점을 찾아간다.








복권방에는 서른 살의 청년보다 훨씬 나이가 들어 보이는 사람들이 바글바글했다. 40대 아줌마, 50대 아저씨 그리고 사연이 있어 보이는 얼굴들. 저들도 처음부터 저런 사람들은 아니었을 것이다.


'저들도 어린 시절이 있었겠지. 모두 한 때는 꿈이 있었겠지. 그런데 어쩔 수 없이 저렇게 됐겠지.'


그것이 사실이든 아니든, 청년은 그런 이들을 뒤로하고 주머니에서 주황색 할아버지 한 장을 꺼낸다.


"복권 5,000원 치 주세요."


태어나 처음으로 복권을 구매한 청년의 마음은 참으로 묘했다. 복권이란 요행을 바라는 이들의 허황된 꿈이라고만 여겨왔는데, 설마 본인이 이걸 직접 사게 될 줄이야. 복권 구매는 꿈을 배신당한 이들이 겪는 통과의례가 아닐까. 어쨌든 청년은 왠지 모를 기대감에 좀 전의 분노를 잠시나마 가라앉힐 수 있었다.


며칠 뒤, 청년은 부푼 마음과 함께 자신이 찍은 번호와 당첨 번호를 대조했다. 결과는 낙첨이었다. 이튿날 청년은 다시 복권을 구매했다. 결과는 또 낙첨이었다. 그다음 주 청년은 다시 또 복권을 산다. 역시 낙첨이었다. 또 그렇게 시간은 하염없이 흐른다.








처음으로 복권을 산지 8개월이 지난 어느 날, 청년은 여느 날과 같이 지난주 사놓았던 복권의 당첨 여부를 확인한다. 당첨 결과 화면이 뜨고 3초 뒤, 청년은 자신의 눈을 의심한다.


휴대폰 화면에는 "축하합니다!"라는 메시지와 함께 당첨 번호 5개와 보너스 번호 1개가 일치한다는 내용이 나와있었다. 말도 안 되는 현실에 청년은 자신의 오른쪽 뺨을 때린다. 찰싹! 소리와 함께 얼얼함이 그대로 느껴졌다.


그렇다. 귀뚜라미 소리가 울려 퍼지는 초가을, 청년은 복권 2등에 당첨된 것이다.


KakaoTalk_20210922_213711234.jpg


이전 02화Part.2 - 불편한 진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