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5 - 자충수

Self-conflicted

by 강 사무장

'돈이 전부가 아냐.'


멍하게 있던 청년의 머릿속에서 들린 말이었다.


'뭐라고? 돈이 전부가 아니라니, 말이 되는 소릴 해. 그럼 지금까지 내 모든 행동을 돈으로 판단한 세상은 뭔데? 숨만 쉬어도 돈 나가는 건 뭔데? 인간들 전부 돈 때문에 고생하는 이유는 뭐냐고!'


본래의 자아가 반박했다.


'돈이란 건 세상을 돌아가게 하는 거대한 흐름일 순 있어도, 그것이 인간 삶의 본질은 될 수 없어.'


또 다른 자아가 대꾸했다.


'아니, 난 인정할 수 없어. 돈이 전부야. 전부에 가깝다고. 돈을 가진 사람은 승리자고 가지지 못한 사람은 실패자야. 세상은 나에게 그렇게 가르쳐줬다고. 어릴 때는 몰랐지만, 돈맛을 보고 나니까 이제 알았어. 돈이 정말 최고란 걸.'


두 자아의 상반된 주장이 한 마디씩 거들며 서로 합을 겨뤘다.


'돈이 정말 최고라면 지금 네 상태는 왜 그렇게 초췌해? 넌 복권에도 당첨됐잖아.'


'1등이 아니잖아! 겨우 2등, 그것도 고작 5000만 원 가지고 뭘 하겠어? 5000억 원을 가진 사람도 있는데. 당첨됐다고 해도 액수가 너무 적었어. 평생 써도 못 쓸만한 그런 돈이어야지!'


'1등이 됐다면, 다 해결됐을 거라고 생각해? 오히려 지금보다 더 초췌해지지 않았을까?'


'그야 모르지. 네가 뭘 알아! 함부로 떠들지 마. 돈 되는 일을 아직 못 찾은 것뿐이야. 어릴 때부터 그렇게 느꼈고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사람들은 모두 돈을 볼 거야. 결국 다 돈 벌려고 사는 것뿐이라고!'


'지금 네 모습을 봐. 괴물 같지 않니? 너 원래 안 이랬잖아.'


'….'


청년은 문득 20대 시절 친구들과 함께 여행지에서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불렀던, 아무 생각 없이 청춘을 느끼며 행복해했던 자신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때는 몸과 마음이 건강했다. 세상을 돈으로만 보지 않았다. 돈을 몰랐기에, 현실을 몰랐기에 그 시절이 더 좋을 수 있었다.


그때는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자신이 살아있는 이유를. 주변 사람들과의 살아있는 관계를. 앞으로 더욱 기대되는 미래를. 살아 숨 쉬는 꿈을. 그런데 지금은 돈과 관련된 것이 아니면 아무것도 느낄 수 없었다. 숨을 쉴 때도 돈, 숨이 멎을 때도 돈, 살아가는 것 자체가 돈, 세상 모든 것이 돈으로만 보였다.


'내가 어쩌다 이렇게 된 거지….'


청년이 어릴 적부터 받았던 '신호'. 그 신호는 분명 돈의 중요성을 얘기해주었다. 하지만 그 중요성에만 집착한 나머지, 인생의 '또 다른' 중요한 것들이 돈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었다.


그런데 사람들은 왜 돈을 기준으로 봤을까? 돈이 안 되면 왜 의미가 없다고 했을까? 왜 어떻게든 돈을 만들어내라고 했을까? 결국 돈으로 청년의 눈을 가린 건 이 세상의 태도가 아니었던가? 그런데 돈은 너무 중요하다면서, 또 돈만 보면 나무라는 게 이 세상이었다. 모순이었다.


'아…. 진짜 역겹다 세상….'


청년은 온몸으로 역겨움과 메스꺼움을 느꼈다. 하지만 누군가를 탓할 순 없었다. 세상이 준 '신호'를 잘못 받아들인 것은 다름 아닌 자기 자신이었으니까. 숨만 쉬어도 돈이 나가는 것은 사실이고, 돈을 가진 자가 칭송받는 것도 분명 사실이다. 청년이 간과한 것은 그러한 사실을 직시하고 그러한 사실과는 별개로, 저마다의 인생을 올바르게 이끌어 가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이미 시간은 꽤 흘렀고, 그 사실을 누구도 말해주지 않았다는 사실이 청년을 괴롭게 했다. 결국 스스로 깨달았어야만 했는가. 세상의 그 어떤 말과 압박도 스스로 걸러 듣고 필요한 것만 취해 받아들이는 자세도 개인의 능력이었다. 현재 청년의 모습은 자가당착, 자업자득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던 것이다.


'어리석은 내가 역겹다, 역겨워.'


어느덧 자신의 모습을 객관적으로 되돌아보게 된 청년은, 두 주먹을 꽉 쥐고 변화를 결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