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강 사무장 Nov 12. 2021

월요일과 금요일의 온도 차이

월요일은 차갑고 금요일은 따뜻하다

오늘은 전국의 모든 직장인들이 기다리고 기다리던 금요일이다. 나 역시 출근하여 짬나는 시간에 글을 쓰며 사무실을 살펴보니 분위기가 다른 요일과는 사뭇 다르다. 기분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무언가 화기애애하고 알 수 없는 따뜻함이 느껴진다.



그런데 중요한 사실은 월요일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는 점이다. 월요일엔 다들 표정이 썩 좋지 않고 근심이 있어 보이며, 심한 사람은 마치 나라를 잃은 듯한 표정으로 업무를 보는 사람도 있다. 그 때문에 말단 직원인 나는 월요일만 되면 이상하게 눈치가 보이곤 한다.



윗사람들의 태도도 요일에 따라 확연히 다르다. 월요일엔 어떤 일을 부탁드리면 일단은 알겠다며 마지못해 해주는 느낌(?)이 없지 않아 있는데, 금요일이 다가올수록 인사도 반갑게 받아주시고 어떤 일을 부탁드려도 흔쾌히 수락해주신다.



어쩔 수 없는 시대의 자화상인가. 생각해보면 이런 현상은 참 재미있다. 구석기시대에는 요일이란 개념이 없었다. 그 시대엔 월요일이 목요일이고 수요일이 일요일이고 토요일이 화요일이었을 것이다. 즉, 일주일이 없는 단일(單一)의 시대였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문명이 발전함에 따라 인류의 편의를 위해 누군가가 만든 것이 요일 체계인 것이다.



아무 생각 없이 어릴 때부터 너무 당연하게 받아들여왔던 요일 체계. 자본주의 사회를 날카롭게 관통한 <부의 추월차선>, <언스크립티드>의 저자 엠제이 드마코는 이 요일 체계를 각본(script)이라고 말한다. 누군가가 전 세계 사람들을 통제하기 위해 만든 각본.



그는 말한다. 사실 월요일과 금요일은 같은 날이라고. 애초에 요일이란 건 존재하지 않는다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같은 날에 사람들의 행동과 기분이 다른 이유는 사악한 각본의 치밀한 계획 때문이라고. 여기서 벗어난 사람만이 진정으로 자유한 삶을 살 수 있다고.



20대 중반에는 이 각본을 탈출해보고자 그렇게도 애를 썼는데, 지금은 각본 속에 들어와 허덕이는 나 자신을 마주하고 있다. 요일에 영향을 받지 않고 내가 원하는 일을 하며 자유롭게 살겠다는 야망이 있었는데, 그런 삶은 아무에게나 허락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은 뒤로는 의욕이 많이 꺾인 것은 사실이다. 우리는 언제까지 매주 월요일에 힘들고 항상 금요일에 기분이 좋아야만 하는가?


 

요일의 굴레에서 벗어난 각본의 초월자, 즉 요일에 상관없는 라이프스타일을 누리는 사람이 진짜 인생의 승리자가 아닐까 싶다. 하지만 그런 완전한 자유를 누리는 사람은 극소수 중 극소수이기에, 절대 다수인 평범한 사람이 꾸기엔 너무나 큰 꿈인 것만 같기도 하다.



어쨌든 우리는 각본 속에 있고 오늘은 즐거운 금요일이다. 3일 뒤면 다시 우울해지겠지만, 그래도 일단 주어진 즐거움은 누려야 하지 않겠는가. 월요일부터 그 누구보다 열심히 일한 그대, 오늘은 누구보다 기분 좋은 일이 생겨라 얍!

작가의 이전글 스우파 허니제이 그리고 리더십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