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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귀연 May 09. 2024

음식 단상(斷想)

카레는 봄?

솜사탕과 팝콘이 목련나무, 벚꽃나무마다 주렁주렁 매달리는 봄

창 밖에서 들리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젤리처럼 새콤하고 달콤하다.

누군가 나에게 봄에 어울리는 음식이 무어냐 물으면 나는 가장 첫 번째로 카레를 꼽는다.

봄꽃의 대표주자인 개나리꽃 빛깔의 노란 카레가루와 목련처럼 흰 양송이 버섯양파 그리고 조팝나무처럼 희고 담백한 감자 금잔화 색을 쏙 빼닮은 당근과, 홍매화처럼 붉고 맛있는 고기

카레에는 봄 꽃의 모든 빛깔이 가득 들어있다.

그리고 나의 시아버지는 봄과 카레를 무척 사랑하셨다.

감히 사랑이라 표현을 하냐며 사람들은 웃겠지만, 정말로 나의 시부께서는 봄꽃구경이라면 주무시다가도 벌떡 일어나셨고, 카레 끓는 냄새가 나면 아무리 배가 부르셔도 주방으로 달려오셨다.


명의 자식을 둔 아버지로 바쁘게 사시던 1970년대, 당시 삼립식품에서 근무하셨던 시부께서는 오뚜기식품에 다니는 친구분과 죽마고우셨다 한다.

그러던 어느날 그 친구분이 아이들과 먹어보라며 오뚜기카레를 주셨고, 다음 날 집에서 어머님이 끓여주신 카레를 처음 먹어보고는 그 맛에 너무 놀라 바로 친구에게 전화를 하셨다 했다.


세월은 흘러 아들, 며느리 그리고 손주 셋과 함께 살게 된 시부께서는 80살이 넘어 치매노인이 되셨다. 

시부께서 특히 좋아하시던 카레는 곱게 다진 소고기를 양송이 버섯과 함께 듬뿍 넣은 카레였다. 치매노인이 된 후에도 ‘아버님 오늘은 카레 먹을까요?’라고 물으면 언제나 활짝 웃으시던 나의 시아버지.

오늘처럼 봄꽃이 흐드러지는 날이면 나는 시부가 좋아하시던 다진 소고기와 양송이버섯을 듬뿍 넣은 카레를 만든다. 그러다보면 자연스럽게 읊조려보는 한마디


‘아버님, 카레 만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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