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햇물 Aug 15. 2024

가벼운 발걸음으로 살고 싶어졌다.

-진정으로 내가 원하는 삶에 대해.


첫 번째 기록





이루어 내고 싶은 욕심에 하루하루 해야 할 일이 참 많다. 주체할 수 없는 욕심이 한창 내 안에서 꿈틀거리던 때, 빨리도 달려가는 하루가 아까워서 할 일을 꽉꽉 채워서 살았다. 그런 삶은 활기 있고 좋았지만, 목적이 '당장 빠른 성과를 내고 싶다는 마음'에 있었기에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빠르게 성과가 나오지 않으면 금방 지치고 이내 모든 걸 놔버리거나 참았던 인내가 바닥나게 될 것 같았다. 나는 곰곰이 나의 마음가짐에 대해 재고했다.


식단이든, 운동이든, 일이든, 글이든, 공모전이든, 인간관계든, 취미든.

할 일이 많은 건 맞지만, 그 모든 걸 하나하나 전심전력으로 '완벽하게' 해낼 필요는 없었다.


내 삶의 모든 영역이 한번에, 단번에 철저하게 통제될 수는 없다. 누군가는 가능할지도 모르겠지만, 적어도 나는 한 가지 영역에 집착하거나 모든 포커스를 그곳에 맞추면 가능할는지는 몰라도 모든 영역을 철저하게 통제하는 건 불가능했다. 가능하더라도, 한 두 달 정도 참았던 것이 댐처럼 터져나가 다시 이전으로 돌아가곤 했다. 일시적인 목표 달성이 나에게 순간의 뿌듯함은 줄지 몰라도, 장기적인 행복에 관여하지는 못한다는 걸 깨달았다. 무엇이든 '바짝'이라는 개념이 내 인생 전체에 걸친 변화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을 정도로 미미했다.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단순히 마른 몸을 가지게 되고 일시적으로 돈을 많이 버는 것이 아닌 '내가 가진 재능과 내가 해나가는 일들에 자부심을 가지며 살아가는 것, 무리 없이 유지할 수 있는 최상의 건강한 몸으로 맑은 생활을 하며 살아가는 것'임을 알았다. 말만 거창하지, 사실 이런 사람이 되고 싶다면 지금 내가 하고 있는 것들을 하루하루 꾸준하게 조금씩 해 나가면 충분히 그런 삶을 사는 사람이 되어갈 것이다. 운동이든 글쓰기든 수업준비든 공모전이든 신앙생활이든 가랑비에 옷 젖듯이, 서서히 그 모든 일에 스며들어 가면 그 상태에 적응하며 자연스레 점점 더 높은 강도로 성장해 가는 삶을 지속하게 될 테니.


완벽하지 않은 시간들이 모여, 완전함에 가까워지는 것이다.


빠른 성과, 빠른 목표달성을 바라는 욕심만큼 해내려면 난 아마 턱없이 부족한 하루에 턱 끝까지 찬 숨을 헐떡이며 살아야 할 것이다. 채찍질하는 삶이 행복한가? 행복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건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행복은 아니기에 나만큼은 그러한 삶이 행복할 수 없음을 안다. 반대로, 자꾸만 미루는 삶 또한 나에게 행복이 아니다. 되려 삶을 침체시키며 결국엔 불행을 가져다준다. 그 또한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바가 아니기 때문이다. 행복한 삶의 필수 선행 조건은, 다른 사람들의 욕망이 아닌 나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바가 어떤 것인지 정확히 아는 것 아닐까? 원하는 목적지만 정확해도, 길을 잃지 않고 걸어 나갈 수 있으니.


집 앞 설렁설렁 가벼운 발걸음으로 산책을 하듯, 무리하지 않고 할 일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산책을 하는 시간엔 어떠한 목표도 없는 것처럼 그 순간 자체를 즐기듯이. 비록 모든 게 더디게 이루어질 수 있겠지만, 전력질주보다는 '꾸준히'가 나의 삶을 가장 확실하게 장기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음을 믿는다. 그 믿음을 최소 2년 뒤의 나 자신이 증명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그땐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을지 오늘의 삶을 통해 잠시나마 그려본다. 이미 그 삶을 찬찬히 살기 시작한 나는 그 자체로 이미 행복을 손에 거머쥐고 있는 사람이 아닐까. 내가 원하는 행복으로 가는 걸음이 산책을 하듯 가볍고 행복한 발걸음이라는 사실은 매 순간 나에게 만족감을 선사할 것이다.


조급해하지 말고, 실망하지 말고.

안심하며, 즐겁게 산책하듯 하루하루를 걷자.

그렇게 평안하면서도 잔잔한 활기를 띠며 살아가보자.


이번에 만든 매거진에서는, 산책하듯 삶을 걸어가는 나의 발걸음들을 기록해 갈 것이다.

개인 시간부터 일하는 시간까지 어떤 순간이든 때로는 구멍이 숭숭 나 있고, 조금은 허술한 기록을 해나갈 것이다. 그 모든 순간들이 글로 모이면 시간이 지난 뒤에 어떤 책으로 완성될지 기대하는 마음으로. 그 모든 발자취들이 모이면 시간이 지난 뒤에 나는 어떤 사람으로 완성되어 있을지 바라보는 마음으로.


따라서, 앞으로 이 매거진에 실릴 글들 또한 이랬다 저랬다 할 수도 있겠다.

애초에 나는 한없이 무겁기도, 가볍기도, 성숙하기도, 미성숙하기도, 멋있기도, 귀엽기도 한 사람이라.


나의 부실한 기록들로 당신을 초청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