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팥죽을 기다리면서 의식의 흐름대로 쓴 일기
몰랐는데 오늘이 팥죽 먹는 동짓날이라더라
이런 거에 크게 의미 두는 편도 아니어서 별 생각은 없었는데
듣고 보니 갑자기 팥죽이 땡기길래 집 앞 본죽에 갔는데
웬걸, 사람들이 다들 기다리고 있고
주방은 딱 봐도 정신없어 보이고
주문하기도 눈치 보일 정도로 바빠 보였다
복날에 치킨집 주문 밀리는 것만 알았지
동짓날에 팥죽은 처음 챙겨 먹다 보니
복날처럼 동짓날 특수도 있었구나 이번에 처음 알았다
갑자기 생각난 거지만 취준하면서 본그룹 면접을 본 적이 있었다
코로나로 인해 본죽 매출에 타격이 있었던 것 같냐는 질문을 받았는데
우리나라는 병문안 갈 때 다들 죽 하나씩 사들고 가는 게 나름의 문화? 이기도 하고
치과 치료를 받거나, 몸살 나거나, 중요한 시험을 앞두고는
속 편한 죽을 먹는 것이 일상적인 문화이기도 해서 코로나로 인한 타격은 크지 않았을 거다,
라는 대답을 했었는데 이제 보니 여기에 동짓날과 같은 풍습도 함께 포함이 될 것 같다,
코로나라고 안 아픈 것 아니고, 수능 취소되는 것 아니니 말이다
(사실 매출을 정확히 찾아보진 않았지만, 매출이 줄었다 하더라도 이게 코로나19 영향보다는 다른 요인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이때 면접 결과는 합격이었기 때문에 얼추 나쁘지는 않았던 답변이었던 것 같다
아무튼간에,
난 그저 내가 먹을 팥죽 1인분만 사 올 생각이었는데
매장 분위기를 보니, 지금 내가 주문을 해도 되나, 받아주려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살짝 주저하긴 했다
그렇지만 나는 먹고 싶은 거는 먹고살아야 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1시간 반 정도 걸린다며 괜찮으시겠냐며 재차 물으셔도 그냥 괜찮아요 하면서 주문을 강행했다
다시 생각해보니 주문량이 너무 많아서 벅차 하시는 것 같던데
내가 너무 눈치도 없이 주문을 하나 더 얹어드렸나 싶은 생각도 들지만
그래도 너무 먹고 싶었다ㅋㅋㅋ
보면 참, 우리나라 사람들은 무슨 날엔 뭘 먹고 언제는 뭘 먹고, 이런 걸 참 좋아하는 것 같다
이래서 자영업을 하면서도 잘되는 계절이나 시기가 있고, 그때 한 번에 몰아서 번다는 말도 있나 보다
우리나라에 치킨 집이 정말 많은 데 그럼에도 계속 생기는 것만 봐도,
평소에 장사가 그럭저럭이더라도 복날에 한 번씩 땡겨서? 버니깐 이게 쏠쏠한가 보다 싶다
아직 내 팥죽이 준비될 때까지 삼십 분이나 더 남았는데
동지의 유래, 본죽 매출, 등등이나 검색해보면서 기다려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