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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

ep.02

by 유자씨





솔직해져야 한다.

적어도 자신에게만큼은.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 때 사실은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을 다 하고 싶은 것이다. 잘하고 싶은 마음이,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그럴듯하게 잘 해내고 싶은 마음이 모두 흘러넘쳐 내가 감당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는 말로 나의 이상적인 기준에 부합하지 못할 때 스스로 위안하는 것일 뿐이다.


스스로에게 솔직해지려면 나라는 사람을 먼저 인정해야 한다. 나라는 사람 그 자체로 바라보고 인정해 줄 수 있어야 완벽하게 잘할 수 있을 것이라는 착각에서 스스로 벗어날 수 있다. 그러나 스스로를 인정하는 데에도 용기가 필요하다. 실수하고 못나고 바보 같아 보일 수도 있는 한낱 인간임을 직시해야 한다. 나는 신이 아님을, 오로지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내 앞에 놓인 이 순간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나의 선택과 행동만이 있을 뿐임을 알아차려야 한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는 것은 내가 나를 속이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그럴 때는 잠시 한 발 물러나 지금 내가 손에 잡고 내려놓지 못하는 것들을 하나씩 살펴보아야 한다. 그런 다음 모든 것을 혼자 완벽히 해내려는 오만을 버려야 한다. 누군가에게 부탁을 요청할 것이 있지는 않은지, 좀 더 때를 기다려야 할 일은 아닌지 곰곰이 들여다보아야 한다. 완벽하려는 욕심을 버리고 완료하려는 겸손함을 채워야 한다.


자책과 후회는 뒤로하고 사랑과 연민의 마음으로 이 세상 그 누구보다 나를 따뜻하게 안아주어야 한다. 적어도 스스로에게만큼은 가혹하게 굴지 않아야 한다. 힘들면 힘들다고 괴로우면 괴롭다고, 적어도 자신에게만큼은 솔직해져야 한다. 그런 자신을 마주하며 실패자라고 질책하기보다 격려하며 따뜻이 안아주어야 하는 이도 다름 아닌 나 자신이어야 한다.


잘 못해도 괜찮아,

토닥토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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