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른 완벽주의로부터의 해방

2년간의 브런치 작가 도전기

by 유자씨


안타깝게도 이번에는 모시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2년간 브런치작가에 도전하면서 여러 차례 마주해야 했던 문구였다. 두 번째 불합격 소식까지는 내가 브런치를 너무 만만하게 생각했나 싶었다. 세 번째부터는 의기소침해지기 시작했다. '나는 글을 쓰면 안 되나 봐... 이쪽으로는 재주가 없는 것 같아.'라는 생각들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그다음부터는 오기가 생겼다. 무슨 이유에서 떨어지는 건지 너무도 알고 싶었다. 브런치 작가에 합격하신 분들은 어떤 방식으로 지원서를 썼는지 찾아보고 나름의 분석도 해보았다. 그리고 내가 내린 결론들은 이러했다.


첫째, 작가의 페르소나가 뾰족하게 드러날 것.


둘째, 한 권의 책을 쓴다는 생각으로 주제와 목차를 정해서 세편의 글을 작성할 것.


셋째, 독자의 타겟층을 명확히 밝힐 것.


이렇게 내린 결론들에 비추어 보니 그동안 내가 썼던 글들은 주제가 너무 중구난방이었다. 아빠와의 과거, 자아성찰, 대만유학기, 미니멀라이프 등 여러 가지 머릿속에 둥둥 떠다니던 생각들을 글로 옮겨놓은 것에 불과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가 브런치라는 플랫폼을 알게 된 건, 2021년 블로그를 시작하면서부터였다. 늘 시작이 어렵고 느린 나는 블로그를 시작하기 전에도 수많은 날동안 해야 할 이유들과 하지 않아도 될 이유들을 늘어놓으며 나의 느린 시작을 갖가지 변명들로 합리화시켰다. 그렇게 몇 개월을 고민하다 시작한 블로그는 정말이지 신세계였다. 나의 글과 사진들이 정보화되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신기함에 매일매일 포스팅할 내용을 생각하며 시간을 보냈다. 100일 동안 하루도 빠지지 않고 포스팅하며 열심히 활동하니 글을 발행하고 몇 분도 채 지나지 않아 몇 백 개의 좋아요와 수십 개의 댓글들이 달렸다. 소통의 맛이 이런 것이구나 싶었다. 누군가 내가 쓴 글과 사진을 보고 반응을 해준다는 것이 너무나 달콤하게 느껴졌다.


아이와 집콕놀이 독후활동에 대한 콘텐츠를 시작으로, 함께 다녀온 여행 기록들까지 여러 차례 초록창 메인에 올랐다. 네이버 메인에 오르면 3일간 방문자수가 평상시 대비 기록적으로 급증한다. 그러나 메인에 올라도 사실 그뿐이다. 별 다른 혜택이나 이점은 없지만 내가 작성한 콘텐츠가 메인에 올랐다는 것만으로도 신기하고 뿌듯했다. 나의 포스팅이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고 소비가치가 있다는 것을 확인받는 느낌이었다.




메인에 올랐던 나의 포스팅들



블로그를 시작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블로그로 돈을 벌 수 있는가?' 대한 궁금증이었다. 이러한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블로그에 관련된 유료 강의도 들어보고, 유튜브로 파워블로거들의 경험담도 들어보았다. 불어 2년간 직접 블로그 활동을 바탕으로 경험해 본 결과 블로그로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었다.


첫 번째는 블로그 광고수익(애드포스트)이다. 애드포스트는 내가 포스팅한 글에 광고배너가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내 글을 읽으러 들어온 사람들이 광고배너를 타고 들어가 체류하거나 그 페이지를 통해서 물건을 구매하게 되면 나에게 광고 수익이 생기는 형태이다. 내 블로그를 하루평균 만오천 명이 한 달 동안 꾸준히 방문했을 때 애드포스트 수익은 월 20만 원에서 40만 원 사이이다. 그러나 블로그를 해보신 분들은 아실 것이다. 한 달 평균 일방문자 만오천 명이 얼마나 도달하기 어려운 숫자인지.


두 번째는 블로그를 통한 공동구매 혹은 협찬방식의 수익이다. 공동구매는 업체를 통해 제의가 들어오기도 하고 내가 회사에 제안을 보내서 성사되기도 한다. 그러나 공동구매로 인한 수익이 발생되기 위해서는 블로그로 나의 팬덤이 어느 정도 형성되어 있어야 한다. 협찬은 제품이나 맛집, 여행, 미용 등의 여러 가지 형태로 체험할 수 있다. 그러나 체험 후 업체에서 주는 내용을 똑같이 적어서 발행할 경우 저품질에 걸려서 내 블로그 자체가 검색이 안 되는 불이익을 당할 수 다.


세 번째는 블로그를 통한 강의, 사업홍보 등의 수익이 발생될 수 있다. 그러나 당장의 수익발생보다는 장기적으로 나의 팬덤이 형성되거나 사업을 홍보하는 수단으로써 사용되는 경우에 해당한다.


블로그를 통한 수익창출에 대한 나의 결론은 "목적에 따라 내가 하기 나름이다." 정도로 내릴 수 있겠다. 한참 블로그 활동을 할 때 나의 애드포스트 수익은 3개월에 8~9만 원 정도였다. 공동구매도 한번 진행해 보았지만 판매하는 상품과 내 블로그를 방문하는 사람들의 목적이 맞지 않아 판매까지 이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체험단 활동을 통한 생활의 소소한 재미는 있었다. 내 지역 주변 맛집체험단에 신청해서 선정되면 가서 식사를 하고 내 블로그에 포스팅을 남기면 된다. 머리 할 때가 되면 미용실 체험단도 쏠쏠하다. 여자들은 머리 한번 하면 10만 원은 기본이기에 돈으로 환산하면 적지 않은 돈을 절약할 수 있는 셈이다.


이렇듯 '블로그로 돈을 벌 수 있을까?'라는 궁금증으로 시작한 블로그 활동이었는데 매일 포스팅을 하다 보니 내가 생각하고 예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결과물을 얻게 되었다.


먼저 아이와 함께 했던 놀이들이나 여행지를 기록하면서 내가 사진을 찍고 글 쓰는 것을 좋아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린 시절 아빠가 일본에서 사 왔던 필름 카메라를 들고 호숫가의 오리를 찍으며 즐거워했던 내 모습이 떠올랐다. 도서관 사서로 일했던 스무 살의 내가 떠올랐다. 수많은 책 속에서 읽고 싶은 책을 마음껏 꺼내어 읽을 수 있었던 그 설렘들이 떠올랐다. 책을 읽고는 내 생각을 남기고 싶어 졌고, 그런 책들을 나도 쓸 수 있을까라는 가슴 떨리는 꿈을 가지기도 했던 그 시절의 내 모습들이 떠올랐다.


두 번째는 여러 가지 시도들을 하는데 거리낌이 없어졌다. 온라인 세상에는 공간적 시간적 제한이 없었기에 내가 원할 때 언제 어디서든 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한번 해보자, 해보고 아니면 말지 뭐.'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게으른 완벽주의자인 내가 이런 생각을 하고 실행에 옮겼다는 건 장족의 발전이 아닐 수 없다. 그렇게 블로그를 시작으로 인스타에서는 미니멀라이프에 대한 콘텐츠를 만들어 활동해보기도 했고, 틱톡에서는 자기 계발을 주제로 내가 직접 말하는 영상을 찍어 올리기도 했다.


시작해 보기 전엔 전혀 알 수 없었던 생각과 행동들이었다.


시작이 늘 어렵고 힘들었던 나는 완벽한 시작을 꿈꾸며 행동하지 않는 나를 자책하고 미워했다. 그렇게 게으른 완벽주의자라는 프레임을 스스로에게 씌운 채 나의 인생에 정작 나는 없고 다른 사람들의 시선만 남아 있었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 사람인지,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나는 어떨 때 행복한지 스스로 안다고 착각하며 살아왔다.


결국 나는 항상 어렵고 힘들게 느껴졌던 '시작'이라는 행위를 통해서 게으른 완벽주의로부터 나를 해방시켰다. 무겁게만 느껴졌던 시작을 가볍게 하고, 버티고 견뎌내는 과정들 속에서 나의 마음속 소리들에 귀 기울일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처음 브런치 작가 도전을 시작하고 2년째가 다 되어가던 지난달 드디어 그토록 기다리던 소식을 마주할 수 있게 되었다.






그동안 계속되는 탈락결과를 아는 사람은 남편뿐이었다. 내가 떨어져 낙담하고 있을 때마다 "너의 도전을 축하해"라며 위로와 지지를 해줬던 남편에게 제일 처음 나의 합격소식을 알렸다. 렇게 우리는 함께 기뻐하고 축하했다. 늘 마음속 숙제처럼 남아 있던 도전이었기에 합격이라는 사실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질 만큼 기뻤다.


가끔 나의 글이 아주 작고 초라하게 느껴질 때 이 글을 꺼내어 읽어보며 지나온 과정들을 기억하려 한다.


앞으로의 삶 속에서 만나질 다른 시작이 다시 또 힘들고 어렵게 느껴질 때면 이 글을 꺼내어 읽어보려 한다.


조금 미숙해도, 실패해도, 나를 붙잡고 늘어진 그 과정의 시간들만큼은 무의미하지 않다는 걸 이제는 알기에 게으른 완벽주의로부터 나를 해방시키려 한다.






메인사진출처:핀터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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