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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거북이 Jan 14. 2024

오타니와 K화백에게 배운 뚝심

성취에 앞서 뚝심이 필요한 이유

지난주 회사 일로 한국 서양 미술의 대가인 K 화백을 만났다. 화백은 내가 문화 기획자로 커리어를 시작하면서 처음으로 알게 된 예술가였다. 화백은 일반 대중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오랜 기간 동안 독자적인 화풍을 유지해 오면서 미술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그는 삶을 살아가면서 아름답게 보았던 것들을 회화로 담아낸다. 어린 시절 부산 을숙도 섬마을에서 보았던 물고기 떼, 나비, 도자기, 바위, 나무, 꽃 등은 그를 만나 그림 속에서 함께 살아 숨 쉬게 된다.


이미지 출처: Open Time (강창열 작품)


예술가에 대해 갖고 있던 로망

예술가와의 첫 만남을 앞두고, 설렘이 가득 앞섰다. 늘 미술관에서 얼굴 대신 작품으로만 만나보았던 예술가는 실제 모습은 어떨까? 어떤 아우라를 품어낼까? 두근거리는 마음을 안고 흑석동 약속 장소에서 화백을 기다렸다. 그리고 그를 처음 보았다. 인사를 하고 악수를 나누었다. ‘어라? 내가 알던 예술가의 느낌이 아닌데?? 그냥 할아버지잖아??’


우리는 그 자리에서 통성명을 나누었고, 화백은 나의 성씨가 그와 같은 것에 무척이나 반가워했다. 그런 다음 화백은 담배 한 개비를 꺼내었고 연기를 마셨다. 담배가 다 타 들어갔을 때 마침 회사의 대표님이 약속 장소에 도착했고, 점심 식사를 하기 위해 근처 중국집으로 자리를 이동했다. 간짜장과 소고기 튀김, 그리고 소주 한 병을 시켰다. 식사를 하면서 가볍고 소소한 이야기가 테이블을 오갔다. 대표님은 화백의 건강을 걱정하며, 오래 사시기 위해 술 담배를 줄여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그러자 화백은 “당뇨가 있는데, 술은 내 가장 친구야 끊을 수 없어”하며 슬며시 웃었더랬다. 처음으로 화백이 예술가처럼 보이기 시작했다. ‘예술가의 영감은 역시 술과 담배인가?’


이미지 출처: Unsplash


화백의 선택 그림

화백은 앞으로 길어야 그림을 3-4년 더 그릴 수 있겠다고 얘기해 주었다. 어깨가 좋지 않고 손 떨림 증상이 있다고 했다. 화백은 자신의 남은 그림 수명에 대해 진한 아쉬움을 느끼고 있었다. 그러곤 화백은 “그림을 못 그리게 되었을 때, 내 삶이 무슨 의미가 있겠냐?” 자신과 이야기를 듣고 있는 우리에게 질문을 던졌다. 예술가에게 처음 받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이 사람은 본인의 일을 마치 존재의 목적처럼 여기고 있구나?’, ‘화백의 붓에는 혼이 담길 수밖에 없겠구나?’ 화백의 입장에서는 그 말이 별생각 없이 던진 문장이었을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그 문장에서 예술가의 직업에 대한 애정과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면서 생각했다. ‘나는 어떤 일에 혼을 담아 일하고 있는가?’, ‘기획자라는 직업을 하지 못하게 되었을 때, 죽을 만큼 아쉬워하는 마음이 생겨날까?’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을 때, 답변이 돌아왔다. ‘지금까지는 그렇지 않아!’


지난날을 돌아보면 나는 일하는 행위 자체에 대해 환멸을 느끼는 날이 많았다. 제안서 작업으로 몇 날 며칠을 새벽 근무를 한다거나, 계획한 일이 뜻대로 되지 않을 때 일 자체를 싫어한 적이 많았다. 그럴 때마다 가슴속에 스멀스멀 피어오른 문장은 ‘아 못해 먹겠네’였다. 기획자가 되겠다는 나의 선택에 대한 후회였다. 화백과 달리 나는 어느 순간에는 일하는 행위에 대한 즐거움을 전혀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오타니 쇼헤이의 선택 야구


화백과 마찬가지로 일하는 행위에 혼을 담아내는 메이저리그 슈퍼스타 오타니 쇼헤이, 최근 그의 다큐멘터리 ‘비욘드 더 드림’을 시청한 적이 있다.메이저 리그에서 투타 겸업을 하며 누구도 걸어오지 않은 길을 걸어가는 그에게 담당 PD가 물어본다.


PD l  “투수-타자 겸업에 대한 본인의 선택을 후회한 적이 있었나요?”

오타니 쇼헤이 l  “저는 제 선택을 후회하지 않습니다. 저는 제가 선택을 하면 그 결정이 옳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스스로가 증명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출처: ESPN FILMS


화백과 오타니의 공통점은 뚝심


서로 다른 분야에서 실력의 정점을 찍은 화백과 쇼헤이, 그 둘을 직접적으로 비교하기 어렵겠지만, 공통점이 있다면, 그들은 본인이 내린 선택을 결코 후회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원하는 위치에 다다르기 위해 겪은 엄청나게 험난한 굴곡이 있었을 것이다. 그들은 그때마다  자신에게 이렇게 이야기했을 것이다. “내가 걷고 있는 이 길이 틀리지 않다는 것을 언젠가 보여줄 것이다”


그들이 갖고 있는 자신의 선택에 대한 ‘뚝심’, 나는 이 마음가짐이 다른 사람과 구분되는 차이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여러 가지 변동성이 많은 사회에서 나는 내 일에 대해 뚝심을 가지고 있을까? 나는 내 일에 혼을 담아내고 있을까?


둘을 보면서 자기반성의 시간을 잠시 가져 본다. 그리고 내가 선택한 결정에 대해 적어본다. ‘나는 시민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문화 예술 기획자가 될 것이다’ 그리고 그 결정을 마음속에 도장으로 찍어낸다. ‘문화 브랜딩에 있어서 ‘유일무이’한 기획자가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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