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는 즐겁게 합니다
취미란? 전문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즐기기 위해 하는 일을 가리켜 일컫는 말이다. 취미를 지속해 가는 사람들의 얼굴엔 생기가 돈다. 행위에 참여하며 얻는 즐거움이 일상에 활력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누구든지 취미를 즐기는 순간엔 머릿속에 떠다니는 걱정거리를 잠시 접어둔다. 취미라는 행위에 몸을 맡긴 채, 현재의 자신에게 집중하고 보다 나은 일상을 이어나가기 위한 준비를 한다.
섬세한 매력이 있는 나의 취미 주짓수
최근 2년 동안 이어온 나의 취미는 주짓수다. 주짓수는 브라질에서 유래된 무예의 한 종류로 근래 들어 많은 사람이 즐기고 있는 스포츠다. 주로 바닥에서 상대를 제압하기 위한 기술들로 이뤄져 있는데, 상대를 질식시키기 위한 기술이 있고, 관절을 꺾는 기술이 있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나의 취미가 다소 투박하거나 거칠어 보일 수도 있지만, 사실 주짓수는 그렇게 거친 운동이 아니다. 힘을 써야 잘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바닥에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기 위해 손과 발을 적절하고 세심하게 활용할 수 있어야 해서 그렇다.
주짓수를 잘하기 위해서는 움직임이 유연해야 하고 동작에 섬세함을 갖추어야 한다. 이 섬세함은 내가 주짓수를 배울 때 가장 어려워하는 부분임과 동시에 가장 좋아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나는 주짓수가 섬세한 운동이라 이 운동을 할 때 즐거움을 느낀다. 수업에서 배운 동작의 디테일을 몸이 기억하여 스파링에서 활용했을 때, 창작 행위를 했을 때와 같은 뿌듯함과 성취감이 있다.
섬세한 운동인 주짓수, 이 운동을 주 3회 수련하기 위해 노력한다. 일을 마치고 저녁 시간에 체육관으로 향한다. 사범님에게 기술을 전수받고, 훈련 파트너와 연습과 스파링을 한다. 이렇게 2시간 정도를 매트에서 구르다 보면, 땀이 흥건하게 젖은 도복과 촉촉이 젖은 나의 몸을 마주하게 된다. 운동을 하러 가기 전에 귀찮았던 감정이 어느새 뿌듯함으로 바뀌어 있다.
취미조차 잘하려 욕심내던 나를 일깨워준 체육관 동료의 한마디
주짓수를 함께 수련하고 있는 동생이 어느 날 나에게 해주었던 말이 있다. 그때는 취미로 즐기고 있던 주짓수에서 조차 한껏 즐기지 못하고, 잘하고 싶어 욕심이 가득한 당시였다. 운동을 마치고 샤워를 하기 위해 옷을 갈아입던 도중, 동생에게 블루벨트를 달면 실력 향상에 대한 갈급함이 있지 않냐고 물어보았다.
그 동생은 “형 저는 주짓수를 어른들의 놀이라고 생각해요. 아이들이 어린이집에서 노는 것과 같은 거죠. 그래서 이 운동을 즐겁게만 접근하려 노력하고 있어요” 그 말을 듣고 취미조차 제대로 즐기고 있지 못한 나 자신이 너무 작게 느껴졌다. 이후 나는 동생 덕분에 취미인 주짓수를 더욱 즐길 수 있게 되었다.
‘하루에 내가 참여하는 많은 활동에서 잘하기 위해 노력하는데, 적어도 취미 하나쯤은 ‘잘’하게 말고 ‘즐’겁게 접근할 수 있잖아’
- 일상 속 깨달음-
이제 나는 주짓수를 취미로만 즐기려고 노력한다. 매트 위 놀이터에서 만난 성인 친구들과 함께 즐겁게 웃고 떠드면서, 친구를 사귀어 가는 놀이 개념처럼 생각한다. 주짓수를 하는 순간만큼은 동심으로 떠나는 기분이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구겨지고 모난 마음이 주짓수를 할 때면 정갈하게 펴져 정돈되어 감을 느끼고 있다.
광고주를 이해하지 못한 마음도, 선임의 선택을 존중하지 못했던 마음도, 일정이 지체되어 짜증 났던 마음도 매트 위에서는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된다. 그래서 주짓수를 마무리하고 일상으로 돌아왔을 때, 어제의 걱정을 한 겹 걷어내고 내일을 준비할 수 있다. 나의 기획 일상은 취미인 주짓수로 더욱 고유해짐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