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WOOF를 실행에 옮기는 것은 생각만큼 쉽지 않다. 이것도 일종의 모험이기 때문이다. 해외 WWOOF는 더욱 그렇다. 심리학자들이나 정신분석학자들은 누구에게나 인간의 내면에는 모험 본능이란 것이 내재되어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모험본능을 가졌다고 해서 누구나 모험을 실행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 모험에 대한 열망이 실제로 감행되기 위해서는 진정한 동기와 철학이 수반되어야 한다. 바로 거기서 충동이 아닌 진정한 용기가 나온다. 모험에 있어서 가장 어려운 것은 모험을 시도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당신이 해외 WWOOF를 해보기로 마음먹었다면 당신은 용기 있는 사람이고, 진취적인 성향을 가졌으며, 자신의 삶을 폭넓게 경영해 가려는 진지한 동기를 가진 사람일 것이다. 핑계란 용기와 진지함이 부족할 때 어김없이 나타나는 방해꾼이다. 대개 사람들은 꼭 필요하고 좋은 일이라 생각하면서도 실제로는 그것을 회피한다. 그러나 용기를 내어 떠나기로 결정했다면, 당신은 이미 모험의 가장 어려운 난관을 통과한 것이다.
이제 한 가지씩 준비해 가며 즐거운 마음으로 부딪혀 보자. 흥미진진한 여정이 시작되었다.
1. 여행계획세우기
우선먼저, 어디로가고싶은지자신에게 물어보아야 한다. 특별히 마음이 끌리는 나라가 있다면 주저 없이 결정하면 된다. WWOOF나 Workaway는 대부분의 나라들에서 가능하기 때문이다. 가능하면 한 나라를 정하는 것이 좋고, 면적이 넓은 나라라면 그중에서도 한 지역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여러 나라에 걸쳐 여행하고 싶다면, WWOOF의 경우 각 나라의 사이트에 등록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따르고 이동거리도 길 뿐만 아니라 짧은 시간 동안에 각각 다른 언어와 문화를 접해야 하는 어려움이 따를 것이다. 한 번 여행에 런던 찍고, 파리 찍고, 로마까지 둘러보는 주마간산 식의 패키지여행이 아니므로 굳이 동선을 길게 하지 않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둘째는여행기간을얼마나잡을것인가의 문제이다. WWOOF나 Workaway는 한 곳에서 최소 일주일은 머물러야 한다. 호스트들이 일주일 이하로 짧게 방문하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기 때문이다. 대개는 2주 이상 머문다. 외국의 젊은이들은 3개월이나 6개월을 한곳에서 지내는 경우도 흔하다. 무비자 여행 가능 기간이 3개월로 제한된 나라라면, 3개월 동안 한 곳에서 2주일씩, 최대 6곳을 방문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필자의 개인적인 견해로는, 유럽의 경우 두 달에서 석 달 정도가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셋째는언제갈것인가 하는 것이다. 대개 Woofer 개인의 사정에 따라 정하겠지만 호스트의 사정도 있다. 계절에 따라 하는 일이 다르고, 호스트 수도 다르다. 밖에서 일을 하는 채소밭 가꾸기나 농사일, 정원 관리 등을 원하는 호스트들은 한여름과 겨울에 Woofer들을 받지 않는 경우가 있다. 겨울 방학 동안에 가고자 한다면 스키장 주변의 호스트들을 찾는 것이 좋을 것이고, 가을에 간다면 농사를 짓는 지역의 호스트들을 찾는 것이 쉬울 것이다. 그러나 어느 시기이든 Woofer를 필요로 하는 호스트는 있다.
2. 등록하기
WWOOF를 하든 Workaway를 하든, 참가자는 각 사이트에 등록을 하고 등록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대개 50~70 달러 수준이다. 한번 등록 비용을 지불하면 1년간 유효하다.
WWOOF는 각 나라마다 별도로 등록해야 하고, Workaway는 한 번 등록으로 모든 나라를 갈 수 있다. Workaway가 훨씬 저렴한 셈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어차피 여러 나라에 걸쳐 WWOOF를 할 게 아니라면 마찬가지이다. WWOOF와 Workaway가 특성이 다르다는 얘기는 앞선 글에서 설명한 바가 있다. 그러므로 크게 비용이 부담되지 않는다면 두 가지 다 등록해서 실행해 보기를 권하고 싶다. 호스트 선택 폭이 넓어질 것이다.
3. 프로필작성하기
‘프로필을 작성하기’는 매우 중요하다. Woofer가 호스트를 정할 때에 호스트의 프로필을 주의 깊게 읽는 것처럼 호스트도 Woofer의 프로필을 자세히 읽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내 프로필 내용을 거의 다 기억하고 있는 호스트도 있었다. 따라서 매력 있는 프로필을 작성하는 것은 중요한 첫걸음이다. 방법은 간단하다. 과장하지 않고 정직하게 자신의 신상과 경험, 지원 동기 자세히 적으면 된다. 특히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을 염두하여 그 일과 관련된 자신의 경험이나 경력을 피력하는 게 좋다. 예를 들어 채소밭 가꾸기를 원하는 호스트를 찾고자 한다면, 어렸을 때 시골에서 농사를 지어 본 경험을 소개한다든지, 밭일을 했던 국내 WWOOF 경험을 서술한다든지, 유기농에 대한 관심과 경험을 얘기한다든지 하는 것이다. 특히 일에 대한 열정과 의욕적인 태도를 엿볼 수 있도록 적극성을 보여야 한다. 단지 적은 비용으로 여행하러 왔다는 인상을 주어서는 안 될 것이다. 자신의 관심사나 기호를 선택하는 난들도 성의 있고 꼼꼼하게 기입하는 것이 좋다.
4. 호스트검색
호스트를 찾아보는 일은 상당한 시간을 필요로 한다. Woofer는 자신의 일정과 개략적인 동선, 자신이 원하는 일 등을 고려하여 대상이 되는 호스트 목록을 만들고 각 호스트의 상황을 검토해야 한다. 내가 원하는 날짜에 호스트도 Woofer를 원하고 있는지, 호스트가 원하는 특수한 조건이 있는지, 그동안의 Woofer들의 평가는 어떠한 지 등. 그러므로 우선 호스트의 프로필을 자세히 읽어보아야 한다. 또한 후기를 읽어보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내 경험상, 후기가 많이 작성된 호스트들을 선택하는 것이 여러 면에서 좋았다. 그래서 호스트의 성향과 거기서 하게 될 일을 그려볼 수 있어야 한다. 여러 곳의 호스트를 거쳐야 하는 장기 여행일 경우에는 방문하고자 하는 지역마다 여러 명의 예비 호스트 목록을 만들어야 한다. 내가 지원하는 호스트들 모두가 나의 지원을 다 받아줄 리가 없기 때문이다. 특히 꼭 둘러보고 싶은 지역이 있다면 그곳 근처에 있는 호스트의 지리적 여건과 교통여건도 생각해 봐야 한다. 호스트를 검색하면서부터 본격적인 여행이 시작되는 것이다.
5. 제안과 약속
호스트 목록이 작성되면 일정계획에 따라, 순차적으로 한 곳 씩 호스트를 선정해야 하는데, Woofer가 호스트에게 메일을 보내면서 시작된다. 호스트와 Woofer가 메일을 주고받으며 상호 간 약속하는 것이다. Woofer는 호스트가 받아주지 않더라도 용기를 잃지 않고 계속해서 다른 호스트에 제안하는 끈기가 필요하다. 호스트로부터 메일이 늦어지거나 아예 답장이 없는 경우도 있다. 사이트는 호스트들의 평균 응답 시간을 보여준다. 호스트들도 평가를 받는 것이다. 호스트는 제안한 Woofer의 프로필과 자신의 일정을 확인하고 승낙 여부를 알려주는데, 이때 반드시 Woofer는 confirm이라는 단어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확실하지 않은 답변에는 confirm 해 달라고 요청하는 게 좋다. 호스트의 confirm이 있기 전까지는 Woofer도 제안을 취소할 수 있다. 그러나 일단 호스트가 confirm 하고 WWOOF 사이트로부터 호스트가 confirm 했다는 메시지가 오면 그것으로써 약속이 완결된 것이고, 이때부터 쌍방은 약속을 번복하거나 취소해서는 안된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이 있다. 편의를 위해 전단지뿌리듯이많은메일을한꺼번에발송해서는안된다는 것이다. 신뢰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신뢰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앞선 글에서도 여러 번 강조한 바 있다. 여러 호스트에게 같은 기간을 제안을 했다가 동시에 여러 곳으로부터 받아주겠다는 답장이 오면 매우 곤란할 것이기 때문이다. 한 곳을 제외하고는 다 못 간다고 얘기할 수밖에 없지 않은가? 그래서 WWOOF는 여러 호스트에게 동시에 제안 메일을 발송하지 말도록 권고하고 있다. (24시간 내에 10통 이상의 메일을 보낼 수 없다.) 만약 몇 군데에 동시 제안을 한 상태에서, 어느 호스트로부터 confirm을 받게 되면 즉시 제안 중인 다른 호스트에게 알려서 제안을 취소해야 한다.
Confirm을 받은 후에는 약속을 엄격히 이행해야 한다. 제안을 한다는 것은 곧 호스트가 승낙한다면 가겠다는 약속인 것이다. Confirm을 받아 놓고도 이를 번복하거나, 일정 변경의 이유로 취소하는 일이 있어서는 절대 안 된다. 만일 호스트가 신뢰의 원칙을 무시하는 Woofer의 프로필에 부정적인 평가를 남기는 경우라도 생긴다면 Woofer는 신뢰를 잃게 될 것이고, 그런 Woofer를 받아줄 호스트는 없을 것이다. 신뢰사회란 약속을 엄격하게 지키는 사회를 말한다. 그런 사회는 페널티 또한 엄격하다.
6. 짐꾸리기
WWOOF라고 해서 다른 여행 준비와 특별히 다를 바는 없다. 단지 함부로 입을 수 있는 작업복들을 두어 벌 챙겨가는 것이 필수다. 산악지역으로 간다면 봄 여름이라도 방한 의류를 가져가야 하고 등산화를 준비하는 것도 필요하다. 3개월 정도 긴 여정이라면 그동안 계절이 바뀌게 되므로 이를 감안하여 옷을 챙겨가야 한다. 또한 오후에는 대개 자유 시간이 주어지므로 그동안 읽고 싶었던 책을 가져가는 것도 좋다. 노동에 필요한 장갑이나 장화, 그 밖의 도구들은 호스트가 제공한다. 음식에 있어서는 그 나라의 음식에 적응하려고 노력해야 하지만 가끔 한국 음식을 먹고 싶을 때가 있기 마련이다. 그때를 대비해서 몇 가지 간단한 인스턴트식품을 준비해 가면 도움이 될 것이다. 어쨌든 짐을 최소한으로 줄이는 것이 여행의 요령이니만큼 불필요한 것을 챙기지 않았는지 점검해 보기 바란다. 큰 배낭 하나에 한 손으로 끌고 다닐 만한 여행용 가방 하나면 충분할 것이다. 그 이상 짐이 있다면 이동할 때마다 상당한 불편이 따르게 된다.
7. 찾아가기
호스트의 Confirm을 받아 만남이 약속되면 호스트의 집까지 찾아가는 일은 Woofer의 몫이다. 호스트 집까지 직접 찾아갈 수 있다면 가장 좋다. 대개 호스트의집으로부터가장가까운버스정류장이나가장가까운열차역까지는호스트가데리러올수있다. 그러나 대중교통수단으로 갈 수 있는 방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멀리 있는 열차역까지 호스트에게 마중을 나와 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곤란하다. 어떤 호스트들은 어디까지만 마중 나갈 수 있다고 분명하게 명시하기도 한다. 그러므로 약속이 이루어진 이후에도 가능한 한 자주 호스트와 메일을 주고받으며 만날 시간약속을 정하고, 찾아가는 방법 등을 문의하거나 알아 두는 것이 필요하다.
8. 만남
호스트와의 만남은 대개 열차역이나 버스정거장에서 이루어지기 쉽다. 사전에 메일로 약속한 방법대로 서로를 알아보게 될 것이다. 아침이나 점심시간을 피해 오후에 만나도록 시간 약속을 하는 게 좋다. 스스럼없고 밝은 얼굴로 반갑게 인사를 나누기 바란다. 집에 도착하면, 보통은 호스트가 집안 곳곳과 가족들을 소개해준 다음에 방을 안내할 것이다. 여장을 풀고 나면, 대개 저녁을 함께 먹으면서 앞으로 해야 할 일과 일과 시간, 생활 규정 등에 대해 얘기를 나누게 된다. 특별히 요청할 사항이나 물어볼 것이 있다면 이때 미리 얘기하는 게 좋다.
9. 일하며여행하기
WWOOF의 규정상 Woofer의 노동시간은 주 5일, 하루 5시간을 넘지 못한다. 대개는 하루 4~5시간을 일해 달라고 할 것이다. 오전 또는 오후를 선택하여 일하게 되지만, 어떤 곳에서는 사정상 오전에 2시간, 오후에 3시간 이렇게 나누어서 일을 하는 곳도 있었다. 보통은 호스트가 원하는 시간대에 일하게 된다. 일하는데에있어서중요한것은최선을다해열심히일해야하며일을시작하는시간을엄수해야한다는 것이다. 다른 면에서는 다 너그럽고 우호적인 관계라 할지라도, 일하는 것만 큼은 엄격하게 의무를 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조금이라도 덜 일하고, 더 편하게만 지내려고 하는 Woofer를 좋아할 호스트는 없을 것이다. 또한 식사 준비와 설거지는 항상 호스트와 같이 하는 것이 원칙이다. 어떻게 하는 지를 몰라서 식사준비를 잘 거들 수 없다면 저녁 설거지를 도맡아 하는 것이 좋다. Woofer도 가족 구성원이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한국과는 달리, 식사 후 정리는 가족이 함께 한다.
오전에 일을 하는 경우, 오후에는 자기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데, 동네를 구경할 수도 있고 주변에 관광을 다녀올 수도 있다. 집을 나설 때는 호스트에게 반드시 목적지와 돌아오는 시간을 알리고 간다. 오전에 열심히 일을 하다 보면 몸이 피곤해서 오후에 집을 나서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서 주로 토요일과 일요일에 주변 여행을 하게 되는데, 하루 정도는 호스트가 가까운 곳 관광을 가이드를 해 주는 경우가 많다.
10. 후기쓰기
WWOOF의 가장 큰 매력은 호스트나 동료 Woofer와 인격적인 만남과 나눔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WWOOF가 끝나고 돌아온 후에도 계속 안부를 물으며 관계를 유지해 갈 수 있고, 어떤 호스트와는 평생 친구가 되기로 했다. 설령 다시 볼 일 없다 할지라도, 우리는 길에서 만난 사람들과 인격적인 관계를 만들 수 있다. 후기를 남기는 것은 상대방에 대한 호의를 확인시키는 중요한 일이다. 필자는 후기를 통해서 서로 감사를 표시하며 한층 더 신뢰를 쌓을 수 있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오늘 아침에도 알프스 토박이인 마르틴느가 알프스의 첫눈 소식을 사진을 찍어 전해 왔다.
<알프스의 2023년 첫 눈. 내가 쓴 후기를 보고 마르틴느네 집에 왔다는 Woofer 아민느. 인도양의 레위니옹 섬에서 왔다. 마르틴느로부터 스키를 배우고 있는 중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