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ofing의 실제는 문화적 특성으로 인해 각 나라마다 조금씩은 다를 것이다. 이 글은 프랑스에서의 우프 경험을 바탕으로 한 것이므로, 이 견해를 일반화하는 것은 경솔한 처사일 수 있다. 그러나 모든 나라에서 WWOOF가 확고한 철학에 기반을 두고 운영되고 있다는 점, 사람 사는 세상에는 어디나 공통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이치가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WWOOF의 실제가 환경에 따라 약간씩 다르게 이루어진다고 하더라도 멋진 우퍼가 되기 위한 방법에 있어서는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해외 WWOOF는, 그것을 시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인생에 있어서 잊히지 않을 소중한 기억이 될 것임을 확신한다. 나는 여기에 참여하는 용기 있는 사람들이 더 멋진 경험을 가질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나의 경험을 토대로 더 멋진 Woofer가 되기 위한 몇 가지 생각들을 제안하고자 한다.
그 지역을 마음에 품는다.
어떤 나라, 어떤 지역을 결정했다면 그곳을 사랑하기로 마음먹으면 어떨까? 그렇게 된다면 거기는 이제 여럿 중에서 임의로 골라낸 선택지가 아니라, 내가 가보고 싶은 곳, 만나야 할 사람들이 사는 곳이 된다. 또한 다녀온 후로도 그 지역과 사람들을 그리워하게 될 것이고 관계를 유지하게 될 것이다. 우리가 그리움의 대상을 만든다는 것은 우리 삶을 더 아름답게 장식하는 멋진 일이다.
우리가 무엇을 좋아하는 대상에 있어서는 이유나 제한이 없다. 어떤 사람, 어떤 동물, 어떤 사물, 어떤 나라가 되었든 간에 우리가 그 이유를 따질 필요는 없다. 효용을 따지는 데에 익숙하고, 가져올 이익의 크기만으로 필요성과 정당성을 가늠하는 세상에서는 우리 가슴속에 있는 진정한 사랑을 싹틔우기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사심 없이 좋아할 수 있는 대상이 있다면, 그것은 메마르고 맹목적이기 쉬운 우리의 일상에서, 일체의 인간적인 것들로부터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삶의 위로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장 그르니에는 그의 산문집 <섬>에서, 그가 사랑하는 한 마리의 고양이인 ‘물루’를 통해, 때로는 심오하기도 한 인간세계의 단면들을 잔잔하고 정제된 필치로 풀어놓는다. 그는 고양이를 관찰하고, 고양이와 교감하며, 고양이의 삶을 생각하고, 고양이에 대해서 연구를 한다. 그는 <도대체 어떻게 고양이 따위에 흥미를 느낄 수 있을까. 수많은 ‘문제들’ 속에서 살면서 정치, 종교, 혹은 그 밖의 ‘사상’을 가진, 사유하고 추론하는 인간에게 그런 따위의 주제가 합당하기나 한가>라는 물음을 던지며 스스로 답변한다. <이처럼 부질없는 문제에 대해 박식해진다는 것이 나로서는 싫지 않다. 인간의 삶이란 한갓 광기요 세계는 알맹이가 없는 수증기에 불과하다고 여겨질 때, ‘경박한’ 주제에 대해 ‘진지하게’ 연구하는 만큼이나 내 맘에 드는 일은 없었다. 그것은 살아가는데, 죽지 않고 목숨을 부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하루하루 잊지 않고 찾아오는 날들을 견뎌 내려면 무엇이라도 좋으니 단 한 가지의 대상을 정해 그것에 여러 시간씩 골똘하게 매달리는 것보다 더 나은 일은 없다.>(장 그르니에 저/김화영 역, 민음사)
이 지구상의 먼 곳에, 내가 언제나 가고 싶어지고, 매일매일 그곳의 뉴스나 날씨가 궁금해지는 곳이 있다면 그만큼 행복해지고 시야가 한층 넓어지지 않을까. 별 수 없이 빠져들고야 마는 삶의 소용돌이 저편에 가끔씩 우리의 시선을 던져두고, 고단한 일상의 숨을 고르는 여유를 마련할 수 있지 않을까. WWOOF를 통해서 우리는 그런 행복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내가 땀 흘려 일하며 삶을 부딪혔던 곳의 기억은 여행 중에 지나쳤던 어느 도시에 대한 그것과 다를 것이다.
좋아하기 위해서는 즐거운 마음으로 하나씩 알아가는 공부가 필요하다. 시험을 보기 위한 공부가 아닌 만큼 호기심을 가지고 하나씩 알아가면 된다. 그곳의 역사, 지리, 음식, 문화유산 등, 모든 것에 대하여 평생을 두고 알아가는 흥미를 만들어 낼 수도 있다.
그곳을 사랑하는 마음이 생겼다면, 이제 멋진 Woofer가 될 기본 준비가 갖춰진 셈이다.
마음을 열고 적극 소통한다.
사랑하기 위해서는 이해해야 하고, 이해하기 위해서는 소통해야 한다. 소통을 통해서 호스트와 친해져야 한다. 우리가 살아가는 데에 있어, 일이 힘든 게 아니라 관계가 힘들다는 것쯤은 누구나 알고 있을 것이다. 여기서도 예외가 아니다. 호스트와 친밀한 관계를 만들 수 있는지 여부는 WWOOF의 성패를 가름하는 것이다. 어려울 것은 없다. 우리가 가진 상식에 진정한 마음을 더 얹으면 된다. 예를 들어, 2달 전에 예약을 해 놓고서 그 집에 갈 때까지 아무런 연락을 취하지 않으면 어떨까. 서로가 첫 만남부터 매우 조심스러울 것이다. 사무적인 관계가 되거나 일주일간 서로 눈치를 보다가 헤어질 수도 있다. 짧은 시간 동안 인간적 유대관계를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그 집에 가기 전에 호스트와 이미 어느 정도 친해져 있어야 한다. 그러므로 미리 중간중간에 나의 근황과 나의 정보를 알리며 소통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나는 가능한 한 자주 메일로 연락을 취했다. 개나리가 피면 개나리 사진을 찍어 보냈고, 홍매화가 피면 홍매화를 찍어 보내며 안부를 물었다. 공항에 내려서는 당신과의 거리가 훨씬 가까워졌다며 메시지를 날렸다. 만남이 가까울수록 도착 시간과 장소에 대해 정확하게 약속하는 것도 중요하다. 만약 호스트가 당신이 지금 어디에 있는지, 확실하게 제 날짜에 방문할 것인지를 확인해 온다면 당신은 소통을 잘못하고 있는 것이다. 호스트는 당신뿐만 아니라 다른 Woofer들을 동시에 수용하는 경우도 흔하다. 호스트와의 관계가 친해지지 않으면 당신은 단지 한 사람의 지나가는 일꾼으로만 대우받을 수 있다. 서로 삶을 얘기하고 마음을 나눌 수 있는 관계를 만들려면, 우아하게 물 위에서 노는 백조처럼 물속의 발을 쉬지 않고 저어야 한다.
다시 한번 호스트의 프로필을 읽어보고, 호스트의 가족 구성이 어떻게 되는지, 무슨 일을 하는지, 무엇을 원하는지, 채식주의자인지, 종교를 가지고 있는지 등, 모든 것을 궁금해해야 한다. Woofer는 프로필에 쓰지 못했던 자신에 대한 소개나 관심사를 얘기하며 호스트와 메일을 주고받는 것이 좋다. 호스트들은 대개 바쁘다. 호스트의 답장이 늦어지거나 짧은 답변이 오더라도 당신은 적극적 태도로 소통하려 노력해야 한다. 그런 노력은 어디에서든지 분명히 통한다. 이런 것들을 통해 신뢰를 쌓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땀 흘려 일한다.
WWOOF가 상호 간의 교류와 나눔을 목적으로 한다고 하더라도 그 근간은 노동력과 숙식의 교환임이 분명하다. Woofer는 약속한 시간만큼은 땀 흘려 열심히 일해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을 원하는 호스트를 잘 찾는 것이 매우 중요한 것이다. 프랑스에서는 일에 있어서 남녀의 구분을 두지 않는다. 즉, 여자라고 해서 덜 힘든 일을 요구하지는 않았다. 채소밭을 일구는 일이면 여자도 남자와 똑 같이 삽을 들고 채소밭을 일궈야 하고, 양 돌보는 일이면 똑 같이 양 돌보는 일을 해야 한다. 그러므로 호스트와 약속을 할 때 자기가 어떤 일을 하게 될지 분명하게 확인해야 할 것이다. 필자는 양치는 일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지원했는데, 그 일은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일이라서 그런지 내게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간혹 인터넷의 Woofing 후기에, 농사일의 힘듦과 청결치 않은 작업 환경으로 인해 곤혹스러웠다는 글을 보게 되는데, 이는 번지수를 잘못 찾은 것이다. 깨끗한 옷 입고 토마토 몇 개 따오는 그런 일이 아니다. 농사일을 하게 되면 더러운 작업복을 입고 퇴비를 나르고, 지렁이가 기어 다니는 흙 밭에서 잡초를 뽑아야 한다. 양치는 일을 하자면, 냄새 가득한 양우리 안에서 배설물과 뒤범벅이 된 두엄을 밟으며 한나절 동안 양들과 씨름할 각오 정도는 돼 있어야 한다. 조금이라도 덜 일하고 편하게 시간 보내기를 원한다면 아예 WWOOF를 하지 않는 게 좋다. 이런 일들을 몸으로 부딪히며 그들과 함께 삶의 현실을 접해 보자는 게 WWOOF 아닌가. 필자는 그날 주어진 일에 있어서는 작업시간을 연장해서라도 꼭 그날의 일을 마치려고 노력했다. 이런 나를 보고 까트린느는 주중에 하루는 일하지 말고 주변 관광을 다녀오라고 배려해 주었다. 마르틴느는 내년에 3개월간 해외여행을 갈 예정인데, 그때 내가 다시 와서 집과 채소밭을 관리해 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열심히 일하는 만큼 서로에게 신뢰가 쌓이는 것이다. 가족 구성원으로 지낸다는 것은 이런 관계를 말하는 것일 것이다. 책임감을 가지고 자발적으로 열심히 일하는 것! 훌륭한 Woofer가 되기 위한 기본 요건이다.
무엇이든 적극 참여한다.
호스트들 중에는 WWOOF의 기본 정신에 충실하고자 하는 사람이 많다. 문화를 교류하는 것이다. 호스트와 친해지고 신뢰관계가 만들어지면, 호스트는 자기가 하고 있는 외부 사회활동에도 참여시키고 싶어 하고, 오후나 주말에 주변 관광 가이드가 되어 주기도 하며, 음식 재료를 사다 주고 한국 음식 파티를 하자고 제안하기도 한다. 덕분에 나는 호스트와 함께 마을의 회의에도 참석하고, 교회에도 같이 가며, 바자회를 돕기도 하고, 요가 수업이나 등산도 여러 번 같이 했다. 나는 우리나라 Woofer들이 호스트의 이런 제안에 적극 참여하기를 바란다. 거기서 많은 것을 생각하고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오전에 노동을 하게 되면 호스트가 이런 제안을 하더라도 방에 들어가 조용히 쉬고 싶겠지만, 가능하면 사양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좋다. 배우는 것 외에, 덤으로 호스트와 더욱 친해질 수 있다.
설거지를 맡아서 한다.
WWOOF는 하루 4~5시간의 노동을 제공하는 것으로 돼 있지만 식사 준비와 식사 후 정리는 함께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것은 WWOOF의 원칙이나 의무가 아니라, 프랑스의 가정생활의 원칙으로 이해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Woofer가 가족 구성원의 일원으로 간주되려면, Woofer는 가정생활의 규범도 수용해야 하지 않겠는가. 대개 아침식사는 각자가 알아서 챙겨 먹는다. 호스트는 가족들이 먹을 빵과 커피를 미리 준비해서 비치해 둘 뿐이다. 점심은 대개 오전 일과가 끝나기를 기다려 호스트가 준비한다. 저녁 식사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요리를 하는 것 외에, 식사를 차리거나 설거지를 하는 것은 주부의 몫으로 정해져 있지 않다. 서로 도와서 한다. 식사때마다 차려진 식탁에 앉기만 하면 되었던 나의 오랜 타성이 다른 문화와 부딪혔다. 만약 식사하러 오라고 부를 때까지 방에 들어가 있다가, 식사가 끝나자마자 또 자기 방에 들어가 버리는 Woofer가 있다면, 프랑스 사람들은 그를 가족의 일원처럼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다. 식사를 준비하는 시간이 되면 부엌에 가서 도와줄 게 없는지 물어보는 것이 좋다. 부엌에 들어오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는 호스트는 거의 없다. 요리를 할 수 있다면 음식 만드는 일을 거들어 주면 좋을 것이다. 접시들과 음식들을 식탁에 나르는 일을 거들어, 주고 물을 준비해 식탁에 놓는 일, 빵과 도마와 칼을 갖다 놓는 일을 도와주는 것은 기본이다. 나는 첫날 저녁식사를 하면서, 내가 이곳 음식을 요리하는 것은 잘 도울 수 없으니 대신 저녁식사 설거지를 매일 도맡아 하겠노라고 제안했다. 모두가 환영했다. 어떤 호스트는 언제나 그것을 Woofer에게 직접 요구한다면서, 내가 먼저 말해 주어서 고맙다고 했다.
자발적이고 능동적인 자세는 매우 중요하다. 그렇게 함으로써 더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고, 친밀한 가족 구성원이 되는 것이다. 함께 식사를 준비하고 정리하는 것은 그곳의 문화를 몸으로 체득하는 좋은 방법이 된다.
후기를 남긴다
후기를 남기는 것은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적어도 품위 있는 Woofer라면, WWOOF의 정신을 제대로 이해한 Woofer라면, 그리고 그들과의 신뢰를 지속하기 위한다면, 후기를 남기는 일은 생략해서는 안 되는 일이다. 감사의 마음을 전할 수 있고, 미래의 우퍼들에게 추천할 수도 있다. 그들은 그것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했다. 어떤 호스트는 방명록을 준비해서 마지막 날 저녁에 한 페이지 정도의 후기를 직접 수기로 남겨 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일정이 바쁘고 외국어 작문이 번거롭더라도 꼭 시간을 내서 후기를 남기기를 권유하고 싶다. 내가 남긴 후기를 읽고 감동을 받았다며 귀국 전에 한번 다시 들러 달라고 초청해 준 호스트도 두 사람이나 있었고, 내 후기를 보고 그곳에 오기를 결정했다는 Woofer도 있었다. 나는 WWOOF를 모두 마치고 귀국하는 공항에서도 각각의 호스트들에게 메신저로 인사말을 남겼다.
우리나라는 인터넷 이용에 있어서는 강국임이 분명하지만, 사이버 에티켓에 있어서는 미흡한 점이 많다고 생각한다. 익명성에 기대어 무응답, 무대응으로 처신하는 예도 흔하고, 친구들의 단톡방에서조차 아무런 안부인사도 대꾸도 없이 그저 다른 사람들 대화만 관람하는 사람도 많다. 그러나 자신의 신용을 쌓아가는 것은 사이버 공간에서나 일상생활에서나 다르지 않을 것이다.
나는 우리나라의 Woofer들이 창의적인 방법으로 타인과 인간적인 유대관계를 만들어내고 신뢰를 지속할 수 있기를 바란다. 우리 사회가 그렇게 됐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