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2주년)식을 합니다.
2020년이 찍혀 있는 청접장을 2022년에 주게 되었습니다. 같이 산 지 2년이나 지난 지금에 결혼식이 무에 의미 있나, 하면서도 자의로 안 하는 게 아니라 코로나 때문에 못 했다는 사실이 분하여 마침내 식을 치르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살아온 시간들에 대한 자부심이 있습니다. 제 삶을 긍휼히 여기는 것이 꼴보기 싫은 자의식 과잉인 줄은 알지만, 그럼에도 저희 스스로를 대견하게 여기고 싶습니다. 사춘기 시절을 단칸방에서 제 공간 없이 살아낸 그린도, 뜨거운 물이 잘 나오는 곳에서 살고 싶다는 것이 청소년기 상상력의 끝이었던 저도, 끝내 세상을 냉소하지 않고 버텨낸 것에 대해 칭찬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의 힘으로 우리의 공간을 번듯하게 세우고 또 평범하기 짝이 없는 결혼식을 치를 수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평범함 역시 욕망의 대상이었던 시절이 있어 서로가 더 단단해질 수 있었다고도 생각합니다. 물론 이건 제 혼자 잘난 덕분이 아니라 상대를 지극히 돌보았던 서로의 존재와, 또 저희를 애정해주었던 많은 사람들 덕임을 잊지 않고 있습니다.
서로에게 젊음과 젊음이었던 시간들을 벅차게 회고합니다. 그래서 뻔뻔하게도, 사람들에게 축하 받고자 합니다. 혀가 길었습니다만 결국 결혼식을 치르게 되었다는 겁니다. 솔직히 말하면 결혼이 처음이라 어디까지 청첩장을 드리는 것이 실례가 아닌지를 모르겠습니다. 저희의 결혼식이 누군가에게 부담으로 다가가는 게 싫어 조심스럽습니다. 모바일 청첩장이라도 원하시는 분들이 계신다면 꼭 말씀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미리 감사하다는 인사를 드립니다. 그냥 싫으셔도 저의 감사 인사를 받으세요. 제가 지금껏 살아온 것엔 여러분들의 몫이 분명 있습니다. 계속 살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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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그린 & 이재랑 결혼식
2022년 7월 16일 (토) 1시 반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 1층 네오트로채플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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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unch를 너무 오래 비워 두었습니다. 이런저런 핑곗거리야 있지만 결국 제 게으름이 가장 큰 이유였다는 것을 부정하기 힘듭니다. 바삐 지내고 있습니다. 세상에 대한 여러 관심들을 놓치지 않고 있습니다. 곧 쓸 수 있기를 바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