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마니아 꾸미처럼 할미도 카페 마니아가 된 기분
아침식사를 위해 브런치와 음료수부터 주문하고 카페 이곳저곳을 조용히 둘러보았다.
테이블 한쪽엔 제주도 지도를 펴놓고 여행 계획에 몰두하며 주문한 브런치를 기다리던 한 사람이 이었고,
젊은 여행객 두 사람은 영어로 대화를 나누면서 우리처럼 카페를 여기저기 둘러보았다.
두 사람은 커피를 테이크 아웃해 갔다.
드디어 어젯밤 우리 집 '코지' 앞에서 구성지게 쉬지 않고 울어대던 고양이들의 정체를 확실히 알게 됐다.
'마녀의 언덕 카페'에서는 길냥이들을 30여 마리나 돌보고 있었다.
고양이들의 건강한 식사와 안전한 보금자리를 위해 후원금을 모으고 있었다. 카페 한쪽에 후원물품을 전시해 놓고 팔고 있었다.
후원하면 금액에 따라 증정품을 준다고.
후원 물품을 늘어놓은 탁자 위로 '기부금을 모아 길냥이 사료, 치료, 구조를 위해 사용된다'라는 설명이 쓰여있다.
카페에 있던 사람들은 특별한 관심을 보이진 않았다.
'지금은 30여 마리지만, 곧 더 많은 가족으로 늘어나겠지.'
나는 그냥 어젯밤 작은 사건이 다시 생각났다.
손님이 많지 않았지만, 브런치는 생각보다 늦게 나왔다.
창밖으로 펼쳐진 제주바다를 물멍하고 있으면, 뭐 기다리는 시간도 지루하진 않았다.
그러나 우리 꾸미에게 카페란, 물멍 하는 곳이 아니었다.
달달한 조각 케이크나 상큼한 음료수를 먹는 곳이었으니, 꾸미는 당연히 지루해했다.
브런치와 함께 주문했던 '뽀로로'를 먼저 가져다주니, 비로소 활기를 되찾았은 세젤귀 꾸미.
뽀로로를 다 마시고 다시 지루해지기 전에 등장한 브런치를 보자, 엄청 좋아하는 우리 꾸미
브런치가 맛있어서 기다린 보람이 있었다.
우리 테이블 바로 뒤에서 먼저 브런치를 먹고 있던 여행객과도 자연스러운 대화를 간간이 나누었다.
직장인이 퇴직하고, 새 직장을 구해놓은 상태에서 제주 일주 여행을 혼자 하고 있는 것이 낭만적으로 보였다.
새 직장으로 출근하기 전이라니, 이번 여행이야말로 혼자 기획하고 연출하고 실행하는 부쩍 성장하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처음 본 사이였지만, 새로운 출발을 진심으로 축하했다.
우리는 서로의 남은 일정이 건강하고 즐겁길 바란다는 작별 인사도 나누고 헤어졌다.
몇 시간 전, 이른 아침 나섰던 해변도로를 홀로 걷던 대신, 지금 꾸미 모녀와 함께 바라보는 풍경의 느낌은 또 다르다. 해도 더 높이 떠오른 상태여서 역광으로 바라본 풍경도 또렷하게 담겼다.
산책에 나선 나그네로선 사색이 주체였다면, 지금은 카페 분위기를 즐기는 우리 꾸미처럼 카페 마니아가 된 기분이랄까!
'마녀의 언덕 펜션' 앞뜰 풍경 속 제주섬으로 콕 들어가 박힌 우리 꾸미는 풍경화 속 주인공이었다.
주차장 근처에서 뒤늦게 보이기 시작한 꽃들도 정겹다.
'마녀의 언덕'을 떠나려고 트렁크에 짐을 싣다 보니, 구석진 꽃에서 우릴 빠꼼히 올려다보고 있는 노란 꽃들과 마주친 것이다.
만나자 이별이지만, 짧은 만남이어서 더 오래 기억에 남을지도 모르겠다.
이날은 온전하게 꾸미를 위한 나들이 코스를 잡았다.
먼저, 서귀포시 중문 관광로에 있는 '테디베어 뮤지엄'을 향해 출발이다.